[이천수 칼럼]히딩크와 슈틸리케의 결정적 차이

n/a 2017. 3.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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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한국 대표팀이 중국전에서 0-1로 패한 이후 "상대가 스리톱을 가동했는데 내가 포백 외에 어떤 전술로 나갔어야 할지 되묻고 싶다"고 말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인터뷰를 봤다.

당황스러웠다. 현재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언론에 자신이 어떻게 나올지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이 외부 요인에만 신경 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중국전 이후 모습을 보고 확신이 생겼다. 이는 감독이 스스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낄 때 나타내는 어법이자 현상이다.

내 기억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과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달랐다. 그들도 사람이기에 언론이 신경 쓰였을 것이다. 언론으로부터 현재 슈틸리케 못지않게 강한 압박을 받았다. 그런데 그들은 다르게 대응했다. 언론 위에서 내려다보며 미리 대처하려고 노력했다. 인터뷰에 나서기 전에는 코칭스태프와 국내 언론담당관, 해외 언론담당관 및 코디네이터였던 얀 롤프스와 상의했던 기억이 난다. 이 모든 게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선수들은 그냥 감독을 믿고 훈련에만 집중하면 됐다.

이게 바로 감독의 '장악 능력'이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에게 직접 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히딩크 감독과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래야 할 때와 그러지 말아야 할 때를 정확히 구분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뭔가 다르게 선수들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선수들도 감독의 인터뷰를 챙겨 본다.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다'는 인터뷰를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겠는가? 나 같으면 솔직히 정이 떨어졌을 것 같다. '소리아 발언' 이후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2 월드컵 멤버 형들(차두리·설기현)을 데려왔다.

하지만 형들도 뒤늦게 들어와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단 장악에 실패한 것이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면 피해가 큰 나라다. 그렇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떠나면 그만 아닌가. 실제로 본인이 그렇게 말한 적도 있었다. 내 후배들에게 월드컵은 앞날이 걸린 일이다. 선수단을 장악하면서 이와 동시에 동반자로서 함께 나아가지 못할 거면 스스로 그만두는 게 맞다.

히딩크 감독은 나를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긴장감과 절실함을 주려고 억지로 대표팀에 뽑지 않았고, 일부러 경기에 투입하지 않기도 했다. 화도 났지만, 자꾸 승부욕이 생겼다. 그래서 선수 생활 말년까지 어떻게든 대표팀에 가 보려고 했다. 결국 꿈은 이루지 못했으나 마지막까지 대표팀 유니폼을 정말 입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에는 그런 게 없다. 당연히 뽑히고, 당연히 뛰는 선수가 있다. 결코 선수들을 탓하는 게 아니다. 그런 분위기는 감독이 만드는 것이다. 내가 아는 몇몇의 선수들은 '열심히 해도 어차피 안 뽑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표팀을 간절한 자리로 만들어야 하는 데 본인의 자리 유지로만 생각하는 느낌이 강하다. 실제 속마음이 그러지 않더라도, 외부에서 그렇게 보인다면 문제 아닌가.

선수들이 소속팀 활약 여부와 무관하게 계속 뽑히다 보면 적응을 해서 안주하게 된다. '당연히 뽑히고, 뛴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팀은 당연해지면 안 된다. 치열한 전쟁터로 만들어야 한다.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오니 새로운 선수가 뽑히고, 출전해서 열심히 뛰지 않나. 이 경기는 리피 감독의 전술이 통한 것도 있지만, 리피 감독이 만들어 낸 중국 선수들의 정신적 승리라고 이야기 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하면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본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이제 시리아전이다. 과정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전술적인 부분에는 기대하지 않겠다. 2차 예선에서 대승을 거뒀을 때에도 색깔은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이겨야 할 팀을 이겼을 뿐이다. 이게 최종예선 6번째 경기까지 이어졌다. 시리아전에서는 결과라도 가져와야 한다. 패스 경기는 안 해도 된다. 점유율이 높지 않아도 된다. '뻥축구'를 해도 좋다. 일단 이기고 봐야 한다.

얼마 전에 일본 대표팀 경기를 봤다. 한국이 과거에 했던, 한국이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 그런 플레이를 시도하고 있었다. 상대 선수와 부딪치고 몸을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본 특유의 패스 위주로 예쁘게 공을 차는 장면에서 많이 변화한 모습이 보였다. 누가 그렇게 바꿔 놓았을까. 바히드 할리호지치 일본 대표팀 감독이다. 감독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하다. 한국도 시리아전을 통해 이런 모습을 되찾고, 결과를 가져오길 바란다. 선수들도 중국에 0-1로 져서 충격이 클 것이다. 이란 원정이야 선배들도 쭉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나를 비롯한 선배들은 이를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한국이 질 이유가 없는 팀이었다. 선수들도 분명 느낀 게 있고 바꾸려고 할 것이다. 선수 스스로 각오를 다진다고 해서 팀 전체가 바뀌는 건 아니다. 그 역할은 감독의 몫이다.

이천수 JTBC 해설위원, 정리= 최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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