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인수위' 트라우마, 차기 정부서 극복해야

이미호 기자 2017. 3. 28.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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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지 8일 후인 지난 2012년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당시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이 출입기자들 앞에서 보란 듯이 노란색 서류봉투에서 테이프를 떼어냈다.

인수위가 없어 정부 출범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인수위가 설치되면 차기 정부 준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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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기자수첩]]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지 8일 후인 지난 2012년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당시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이 출입기자들 앞에서 보란 듯이 노란색 서류봉투에서 테이프를 떼어냈다. 이어 A4 용지 3장을 꺼내 읽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원 첫 인선 내용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밀봉 인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폐쇄적 행보’는 삼청동 시절 내내 계속됐다. 막내 기자들은 매서운 한파에도 멘트 하나 따려고 건물 입구에 진을 치고 출근하는 위원들을 기다렸지만, 각 분과위원회 위원들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으려고 피해 다니기 일쑤였다.

인수위가 ‘철통 보안’을 유지하면서, 기자들은 마치 새 모이 받아먹듯 당시 윤 대변인과 조윤선 대변인의 입만 바라봤다.
‘깜깜이 인수위’에 대해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조기 대선 40여일을 앞두고 차기 정부 조직개편 등 출범 준비가 ‘개방성’에 원칙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전문가는 “이제 그런 방식의 개편은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좀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의견을 내고 논의하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각 인선과 정부조직개편 등 정부출범 준비가 (대선 후보) 캠프와 인수위, 행정자치부 중심으로 비밀리에, 혹은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 기존 방식을 타파해야 한다는 뜻이다.

때마침 여야 5당이 보궐 선거 임에도 오는 5월 9일 대선 직후 한 달 반 동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설치하자는데 합의했다. 인수위가 없어 정부 출범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인수위가 설치되면 차기 정부 준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또다시 ‘그들만의 리그’가 될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차기 정부는 무엇보다 귀를 크게 열어둬야 한다.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균형 감각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예전처럼 일부만 참여하는 ‘깜깜이 인수위’가 최종 그림을 던지면 당과 국회가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최순실 사태’는 어쩌면 박근혜 정부 인수위 시절부터 이미 예고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호 기자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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