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마켈 수면장애 퇴출의 명과 암

파커 마켈. 스포츠동아DB

KBO리그에서 외국인선수 퇴출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개막전도 하기 전에, ‘잠을 못 잔다’는 이유로 한국을 떠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롯데는 27일 우완투수 파커 마켈(27)의 임의탈퇴를 발표했다. 마켈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온 이후부터 수면장애를 호소했다. 한국에 들어온 뒤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연습경기, 시범경기를 합쳐 예정됐던 등판이 3차례나 취소됐다. 시차가 없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부산으로 온 뒤에도 잠을 못 잔다고 호소하니 차라리 실소가 나올 상황이었다. 18일 사직 LG전 등판(3이닝 2실점)이 유일했다. 이후 또 등판 불발이 발생하자 롯데는 결단을 내렸다. 시즌 들어가서도 선발 로테이션이 뒤엉키는 상황이 닥쳐오면 견딜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롯데는 마켈과 협의 끝에 임의탈퇴를 시켰다. 임의탈퇴가 되면 잔여연봉(총액 52만5000달러)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롯데는 두 달 치 연봉만 지급한 상태다.

마켈의 전격 퇴출로 가뜩이나 헐거운 롯데 선발진은 당초 제1선발을 맡아줄 것이라 기대했던 자원을 잃었다. 이렇게 멘탈에 치명적 결함이 있는 선수를 영입한 스카우트 프로세스에 대한 재점검도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당장의 난감함과 별개로 전화위복의 측면도 없지 않다. 구속을 제외하면 마켈의 컨트롤과 변화구, 경기운영에 걸쳐 함량미달이라는 야구계의 우려를 듣기 어렵지 않았다. 롯데가 개막을 1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결별을 발표한 배경에도 마켈의 기량에 대한 회의와 더불어 대체외국인 영입작업이 어느 정도 완료된 현실이 작용한 듯하다.

2017시즌을 바라보는 롯데 프런트의 달라진 과단성에는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한다’는 절박함도 배어있다. 마켈의 임의탈퇴를 두고 “(스카우트 참사이지만) 빨리 터져서 차라리 다행”이라는 위안이 롯데 안에서 나오는 이유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