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삼시세끼' 같이 하니 우린 이제 '식구데이'

김현주 입력 2017. 3. 28. 05:02 수정 2017. 3. 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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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등 몇몇 기념일은 초콜릿과 사탕을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낸 '데이(day)마케팅'의 일환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올해도 관련 상품의 매출은 고공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에서 기념일을 이용해 제품을 팔려고 시작한 데이마케팅은 이제 농·수·축산물의 판매 장려를 목적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에서도 활용하는 등 효과적인 판촉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데이마케팅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인식에도 점차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데요. 상술이라고 비판하기보다 이를 활용해 그날 하루를 즐겁게 보내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에 비해 고객의 니즈(수요)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기업은 데이마케팅을 ‘일일 이벤트’로 이용합니다.
일반적으로 데이마케팅은 해당 일이 목요일 혹은 금요일이면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주중을 이용해 연인은 물론이고 직장동료나 친구 등에게 선물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이에 반해 주말 특히, 일요일에 치러지면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직장동료에게 돌리는 '의리 선물'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우정 선물' 등의 수요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탓입니다. 아울러 명절 등 다른 공휴일과 맞물리면 소비자들이 기념일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냥 넘어가는 일도 많다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 직장인 김모(38)씨는 지난 14일 화이트데이를 맞아 백화점에 들러 아내에게 줄 화장품을 샀다. 화이트데이를 사탕회사들의 상술이라고 그냥 지나치기보다 바쁜 일상에도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선물해주기로 작정했다고 전했다. 봄기운이 완연해져 나들이 계획을 세우려는 김씨는 평소 즐겨 이용하는 한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지난 20일 이른바 ‘투어데이’라는 푸쉬 알림 메시지를 받았다. 마침 잘됐다 싶어 봄 여행 상품을 둘러보다 제주도 관광 패키지 상품을 구입했다. 미세먼지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그는 다음달 1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쇼핑 앱에서 매달 1일을 ‘디지털데이’로 지정해 각종 가전기기 등을 특별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에 공기청정기를 구매할 계획이다.

특정 요일과 숫자 등을 활용하는 데이마케팅은 전세계의 다양한 유통업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은 여전히 초콜릿이나 사탕, 초콜릿 과자를 팔기 위한 상술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업계 전반에서 특정 요일과 숫자를 활용해 만든 이른바 ‘OO데이’ 마케팅 등을 통해 평상시보다 저렴한 특가 상품을 제공하고, 아무 날도 아닌 평일에 다양한 스토리를 입혀 특별한 쇼핑 혜택을 주는 등 적극 판촉에 나서 기존 인식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데이마케팅을 활용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소소한 재미와 함께 ‘그날 하루만’ 더 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평소보다 더 싼 가격에 제품(서비스)을 구입할 수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매주 또는 매달 이벤트로 진행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어 좋고, ‘입소문 효과’로 매출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이 같은 이유로 데이마케팅은 깊어진 경기불황과 치솟는 물가 등 어려운 여건에도 알뜰한 소비와 더불어 가격 이상의 특별한 가치를 즐기려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데이마케팅, 상술에서 할인혜택 많은 기념일로 변모~ing

해외 유통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면 매출 증대를 위해 마련한 데이마케팅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와 '사이버먼데이'(추수감사절 연휴 후 첫 월요일), 영국의 '박싱데이'(12월26일)와 혼자를 뜻하는 숫자 ‘1’이 네 번 들어가 '싱글데이' 또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11월11일) 등은 대표적 ‘OO데이’ 마케팅으로 자리 잡아 전통적으로 연중 최대 쇼핑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가 2009년 독신자 고객을 위한 대규모 세일 행사를 마련한 데서 유래된 '광군제(光棍節)'는 현재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입지를 위협할 만큼 세계적인 쇼핑 행사로 성장했다. 2013년부터는 다른 유통업체들도 가세해 전국적 할인행사로 확장됐고, 지난해 11월11일 하루 매출만 1207억위안(약 2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2% 정도 많아진 규모로, 2009년 첫해보다 2300배 이상 급성장한 수치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외식업계 등에서 특정일을 활용한 데이마케팅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먼저 피자헛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멤버십데이'로 정하고, 3만원 이상 결제한 멤버십 회원에 한해 1000포인트 차감 만으로 1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또한 '베스킨라빈스 31'은 매월 31일에 무료 사이즈 업(Size up)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샤데이와 이니스프리 멤버십데이 등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들도 매달 특정일에 데이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이커머스 기업들은 데이마케팅을 가장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위메이크프라이스와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 이커머스 기업들은 평범한 날짜나 요일에 스토리를 담아 새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데이마케팅의 호흡이 긴 오프라인과 달리 모든 날짜와 요일 즉 날마다 데이마케팅을 벌이는 셈이다.

큐레이션 쇼핑사이트 G9는 매주 화요일을 ‘여행데이’로 지정하고 국내외 여행상품을 팔고 있다. 해외 패키지 상품 구매 시 10%짜리 할인 쿠폰을 지급하고, 일부 상품은 결제금액의 5%를 'G9 캐시'로 돌려주는 프로모션도 병행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SK플래닛의 11번가 역시 브랜드명과 날짜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땡’s 페스티벌’을 열어 최대 50% 할인을 제공하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요일을 활용한 데이마케팅도 시작했다. 마트와 유아·아동용품에 한정해 월요일 ‘키즈데이’, 화요일 '푸드데이'(가공식품), 수요일 '프레시데이'(신선식품), 목요일 '웰빙데이'(다이어트·건강식품), 금요일은 '생필품데이'(생리대, 생수 등)'로 각각 지정하고 요일별 주력 품목을 재구성해 판매하고 있다.

◆단순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에 새로운 가치·의미 부여

위메프도 데이마케팅을 가장 다양하게 활용하는 이커머스 기업으로 꼽힌다. 매월 특정일에 할인된 가격을 거듭 제공하는데, 10개 이상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매월 1일 ‘디지털데이’를 시작으로 매월 같은 날에 같은 기획전을 반복해 열고 있다. 예를 들면 매월 3일은 위메프에서 하루 세 끼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신선·가공식품과 주방용품을 모은 ‘삼시세끼데이’, 5월5일뿐 아니라 매월 5일을 어린이날처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공연과 티켓, 어린이 완구, 도서, 게임 등을 선보이는 ‘어린이데이’를 각각 개최한다., 매월 8일은 숫자 8이 자동차 바퀴를 위·아래로 쌓아 놓은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 ‘자동차데이’로 지정했다.

뿐만 아니라 위메프는 작년 12월부터 매월 하루를 지정, 파격적인 특가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에는 △1212데이 1212원 △111데이 111원 △222데이 222원 △33데이 333원 등 날짜와 연계한 특가로 상품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데이마케팅은 바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1212데이’ 당일에는 220만여개 상품이 팔렸다. 평소 대비 매출액은 2배 이상, 구매자 수는 1.5배가 늘었다. ‘111데이’ 하루만 해도 254만건 이상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다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3월3일 진행된 ‘33데이’에는 악기와 캘리그라피(손글씨), 명화 그리기, 퍼즐 등 취미상품, 보드게임 등 1인 가구 관련 품목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성장했다. 이 행사에서 역시 해당 품목의 일매출 최대 판매량을 경신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상에 새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싼 가격에다 재미를 담아 소비자에게 특별한 쇼핑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데이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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