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수남 검찰총장도 거취 고민해야 할 때다

입력 2017. 3. 28. 03:13 수정 2017. 3. 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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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제 할 일을 다 해왔는가. 검찰은 이런 일을 막을 수 없었는가.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졌다. 최순실씨 전 남편 정윤회씨가 문고리 3인방과 정기 모임을 가지면서 정부 인사(人事) 등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씨 국정 개입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경찰 출신 전 청와대 행정관은 검찰에서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이라고 진술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 관련 승마협회 논란으로 박 전 대통령이 문체부 국·과장 경질을 지시했다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증언도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검찰이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었으면 최순실의 존재는 당시에 드러났을 것이다. 자원 비리, KT 비리, 포스코 비리 등 전(前) 정권 인사들에 대한 보복 하청 수사를 할 때 열성의 절반만 보였어도 밝혀낼 수 있었다. 그랬더라면 최씨 국정 농단은 그 시점에 막을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 말로가 이토록 비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중대한 진술을 한 청와대 행정관만 구속하고 수사를 끝냈다.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은 얼마 안 있어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정윤회 문건 사건을 잘 처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정윤회 문건 사건 수사를 지휘한 사람이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그 역시 대검 차장을 거쳐 검찰총장으로 승진했다. 그 김 총장이 최씨 사건 때문에 결국 탄핵까지 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총장은 작년 9월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을 고발하자 일반 고소·고발 사건을 다루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했다. 수사 의지가 전혀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뒤에야 최씨의 텅 빈 사무실들을 압수 수색했다. 그런 김 총장이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법과 원칙'을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할 곳 중 하나가 검찰이다. 이래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 단 한 명 없다. 박 전 대통령 신병 처리가 끝났다면 김 총장도 스스로 거취를 고민하는 것이 순리이자 상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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