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스캔들'로 코너 몰린 아베

도쿄/김수혜 특파원 2017. 3. 28.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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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野4당 "아키에, 국회 청문회 나와라"]
국유지 헐값매입 '아키에 스캔들'.. 日국민 74% "해명 납득 못한다"
아베 부부 "모리토모 학원에 특혜도 기부금도 준 적 없다"
학원 이사장은 "둘 다 받았다"
아베 "아내 연루 땐 사퇴" 공언

일본 오사카에 있는 극우 사학법인 모리토모학원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와 맺은 친분을 이용해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였다는 의혹과 관련, 일본 내에서 아키에 여사를 국회로 소환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아키에 여사가 소환될 경우 2차대전 이후 국회에 불려간 전후 첫 총리 부인이 된다.

총리 관저와 아키에 여사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국민 반응은 싸늘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서 "아키에 여사의 해명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74%를 기록했다. 같은 날 나온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3%가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고, 응답자 52%는 "아키에 여사를 국회에 소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 여파로 아베 내각 지지율도 최근 한 달간 최고 10%포인트 급락했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는 55%에서 50%로,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는 66%에서 56%로 각각 떨어졌다.

민진당·공산당·사민당·자유당 등 4 야당도 아키에 여사를 국회 청문회에 소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모리 유코 자유당 의원은 27일 국회 질의에서 "아키에 여사가 (사건이 불거진 뒤) 강연회에서 눈물을 보였다던데, 그 정도면 당당히 국회에 와서 증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아키에 여사가 모리토모학원에서 강연하고 강연료도 안 받았다면서요?"(백진훈 민진당 의원)

27일 일본 국회에서는 민진당·공산당·사민당·자유당 등 4 야당이 아베 총리를 상대로 아키에 여사와 극우 사학법인 모리토모학원 간의 관계를 매섭게 추궁했다. 아베 총리는 그때마다 굳은 얼굴로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남편이 국회에서 방어전을 펼치는 동안 아키에 여사는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사저에서 두문불출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건을 1970년대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가 쇠고랑을 차게 만든 전후 최악의 부정부패 스캔들 '록히드 사건'에 빗대 '아키드 사건'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이 2015년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를 짓겠다며 아키에 여사를 이 학교 명예교장으로 임명한 게 발단이다. 이후 가고이케 이사장이 학교 부지용으로 시가 9억5600만엔짜리 국유지를 1억3400만엔에 구입한 사실이 지난달 일본 언론에 의해 폭로됐다. 감정가의 14%에 불과한 헐값이었다. 이 법인 유치원생들이 운동회 때 "아베 총리 힘내라"고 외치는 동영상도 공개됐다.

이 사건은 굴러가면서 의외의 변수가 불거졌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국회에서 "아내가 관계된 게 드러나면 총리직도 의원직도 사퇴하겠다"고 폭탄 발언을 한 것이다. '사퇴하겠다'는 부분은 당초 계획에 없었는데, 아베 총리가 지금까지 정치적 승리에 자신감을 가진 나머지 순간적으로 과하게 발언한 것으로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또 가고이케 이사장을 가리켜 "귀찮은 분"이란 말도 했는데, 가고이케 이사장이 이 말에 울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우익단체 '일본회의' 회원으로 활동해왔다. "아베 총리를 존경한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고 한다. 그런 아베 총리가 자신을 무시하자, 가고이케 이사장은 "아키에 여사가 '아베 총리가 드리는 돈'이라며 기부금 100만엔을 냈다" "국유지를 싸게 산 것도 재무성이 나선 덕분 같다"고 언론에 줄줄이 폭로했다. 록히드 사건 등 과거 부패 사건은 대개 '돈 준 사람=업자, 돈 받은 사람=정치인'인데, 이번 사건은 정반대로 '돈도 주고 특혜도 준 사람=정치인, 돈 받은 사람=업자'인 구도가 됐다. 아베 총리 부부는 "특혜도 기부금도 준 적 없다"고 하는데, 가고이케 이사장은 "아니, 둘 다 받았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자민당과 총리 관저는 아키에 여사의 국회 출석을 막기 위해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면서 "가고이케 이사장이 국회에서 위증을 했는지 따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총리 관저 안에서도 "아키에 여사가 결국 국회에 가게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 바로잡습니다

▲28일자 A1면 '아내 스캔들로 코너 몰린 아베' 기사에서 모리 마사코 자유당 의원을 모리 유코 자유당 의원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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