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압승 文, 이제 '운동권 정치' 접고 국민 안보 불안 직시해야

입력 2017. 3. 28.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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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열린 민주당 호남 지역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60.2%를 얻어 안희정(20.0%), 이재명(19.2%) 후보를 40%포인트 이상 차이로 누르고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일부에서 이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 충청, 영남, 서울·수도권 경선이 남아 있지만 야당 경선은 호남 민심이 좌우해 왔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민주당과 문 전 대표는 모두 여론조사상 압도적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 대통령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게 된다. 문 전 대표는 탄핵 정국에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은 사람이다. 다른 경쟁자들이 힘을 잃은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장 반대편에 서 있는 것으로 비친 문 전 대표만 세를 불려나갔다. 탄핵 후에도 여전히 '반(反)박근혜 정서'가 널리 퍼져 있는 데다 보수 측 후보들이 지리멸렬하는 것도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지지율은 1위인데도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국가 안보를 맡길 수 없다는 불안감이라고 한다. 문 전 대표는 한·미 FTA 재협상 외에도 제주 해군기지 반대 등 자신이 몸담은 정권이 했던 일마저 부정하고 태도를 바꿨다. 이번에도 '북한 먼저 가겠다', 사드 전면 재검토,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즉각 재개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고 있다. 열성 지지층에게 호응하는 것이겠지만 다른 많은 국민에겐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다 국민 편 가르기 발언이 문 전 대표 비토(veto)층을 더 키웠다. '대청소한다'는 등 마치 완장 찬 혁명 권력 같은 행태가 계속돼왔다. 이런 문 전 대표의 모습에서 철 지난 낡은 운동권 모습을 보는 듯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문 전 대표는 '나는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이분법에 빠져 있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순간만 모면하려는 듯한 말도 여러 차례 해왔다. 지난 총선 때 "호남 지지를 못 받으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했다가 호남 총선에서 대패했는데도 제대로 해명도 않고 말을 바꿨다. 이런 것들이 그에 대한 지금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제 대선의 관심은 '반(反)문재인' 세력의 단일화 여부로 모이고 있다. 단일화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문 전 대표는 '문재인만은 안 된다'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마음을 열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라도 국민 분열이 아니라 통합, 분노가 아니라 화해, 독주가 아니라 협치, 이념이 아니라 국익 우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도 1위 후보 입에서 안보·경제 동시 위기에 대한 해법이 아니라 한(恨)풀이 발언만 계속되면 '반문(反文)'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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