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만 단일후보" "정권 넘길 일 있나".. 갈리는 한국당

최경운 기자 입력 2017. 3. 28. 03:10 수정 2017. 3. 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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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거론되는 4자 구도론
안철수가 연대에 부정적이자 黨內서 "굳이 매달릴 필요 있나"
바른정당과 후보 단일화는 고려
- 反민주당 단일후보론도 거세
"민주·국민의당·정의당·보수후보 4자 구도로 대선 치르자는 건 대선後 내다보고 옥쇄하자는 것"

자유한국당에선 대선 후보 선출(오는 31일)이 임박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27일 광주(光州)·전남·전북 지역 경선에서 과반 득표로 승리하면서 '비(非)문재인' 후보 단일화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한국당 내에선 후보 연대의 범위를 놓고 바른정당과의 '보수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는 선에서 대선을 치를 것이냐, 아니면 국민의당 안철수 경선 후보, 장외(場外)의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등으로 연대 범위를 넓힐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당내 초선 의원 3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후보 단일화 추진 문제를 논의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사견(私見)'을 전제로 오는 31일 한국당 대선 후보 선출 뒤 전개될 후보 단일화 방향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과는 대선 전 '당 대 당' 통합은 어려울 것이지만 후보 단일화는 추진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김종인 전 대표 등과 단일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후보 연대의 범위와 방법은 각 당의 후보 선출 이후 정국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비문 후보 단일화'를 통한 민주당 후보와의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곽대훈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한국당과 국민의당 간의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는 건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 당내에 적지 않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 등의 이런 언급은 이번 대선을 한국당·바른정당 단일 후보와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의 후보 3명이 치르는 '4자 구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은 물론 한국당 내에서도 "연대를 해도 쉽지 않은데 각당에서 후보를 내 4자 구도로 대선을 치르면 필패(必敗)"란 관측이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후보 단일화만으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진석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이번 대선은 '협치 세력 대(對) 문재인 패권 세력'의 일대일 대결로 치러야 승산이 있다"며 "보수 정당은 이번 대선에서 승리의 주역이 되려고 하기보다 문재인 패권 세력에 맞선 협치 공동 정부를 세우는 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홍준표 후보도 최근 중도 보수 대연합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당 내에서 '4자 구도론'이 계속 거론되는 것은 무엇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한국당과의 연대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안 후보가 한국당과 연대하지 않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굳이 매달릴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당내에 만만치 않다"고 했다. 특히 한국당 영남권 의원들은 "안 후보가 호남에서 문재인 후보의 표를 잠식하고,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가진 영남권의 '반(反)문재인' 성향 표가 보수 단일 후보에게 결집하면 (단일화 없이도) 해볼 만한 것 아니냐"고 하고 있다. 애초 홍 후보가 "이번 대선은 우파 단일 후보, 좌파 2명, 중도 1명이 후보로 나오는 4자 구도로 가면 보수에 승산이 있다"고 한 것도 이런 차원이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도 당내 반론이 만만치 않다. "문재인 후보에게 정권을 그냥 넘겨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경원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문 후보는 패권주의적 안보 불안 후보임에도 현 상태에서 그를 다자 구도로 이긴다는 건 쉽지 않다"며 "대선을 4자 구도로 치르자는 건 대선보단 그 이후를 내다보고 옥쇄(玉碎)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국당 내에 이처럼 입장이 엇갈리면서 결국 각 당 후보 선출 뒤 여론의 향배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50%를 훨씬 넘어서 단일화를 해도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안철수 후보가 끝까지 한국당과의 연대를 거부하면 단일화 논의는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한국당 후보 지지율이 미미한 가운데 '연대'를 하면 대선 구도의 변화가 가능한 정도로 여론이 흘러가면 당내에선 단일화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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