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12]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입력 2017. 3. 28. 03:09 수정 2017. 3. 2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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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행성 이름을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고 외웠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학생들은 맨 끝 명왕성은 빼라고 배웠다. 2006년 8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 행성을 새롭게 정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새 기준에 따르면 행성은 충분한 중력을 지닌 천체로서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데 그 궤도 안에 비슷한 다른 천체가 없어야 한다. 명왕성은 맨 마지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고 '꼬마 행성(dwarf planet)'이라는 새로운 범주로 분류됐다.

사실 명왕성이 행성으로 등극한 것은 그리 오랜 옛날이 아니다. 수백 년 동안 행성은 '떠돌이 천체'를 의미했고 한때는 해와 달도 포함돼 있었다. 세월이 흐르며 해와 달은 제외되고 1930년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해 목록에 끼워 넣었다. 그러나 명왕성 주변의 카이퍼 벨트(Kuiper Belt)에서 세레스, 하우메아, 마케마케 등 다른 작은 꼬마 행성이 줄줄이 발견되다가 2005년 드디어 명왕성보다 더 큰 에리스가 발견되었다. 명왕성의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 항공우주국 명왕성 연구진은 지난 21일 텍사스에서 열린 학회에서 또다시 새로운 행성의 정의를 제안했다. 항성보다 작은 모든 둥근 천체를 행성으로 간주하자며 그게 원래 행성의 정의였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탈락했던 명왕성과 달은 물론 지금까지 태양계에 알려진 떠돌이 천체 110개 모두 행성 지위를 얻게 된다. 앞으로 카이퍼 벨트 탐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행성을 최대 1만개 새롭게 등록해야 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나는 천문학계에 발언권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명왕성의 명예 회복을 응원하고 싶다. '수금지화목토천해'에서 멈추고 끝내 '명'을 말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마치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하다. 피카소는 "불필요한 걸 제거하는 게 예술"이라 했지만 나는 늘 뺄셈보다 덧셈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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