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프리덤 코커스.. 공화당 내전 불붙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2017. 3. 28. 03: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케어 막은 프리덤 코커스, 캐스팅보트 쥐고 비타협적 행보
어떤 공약도 이행 안 될 위기에 트럼프측 "워싱턴 정치 썩었다"
NYT "트럼프, 반대파 수용할지 민주당과 손잡을지 기로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자신의 건강보험 개혁 법안인 '트럼프케어'가 좌초한 것에 대해 공화당 내 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에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민주당원들은 '프리덤 코커스'가 (보수 단체인) 성장클럽, 헤리티지(재단)와 함께 오바마케어를 살려낸 것에 대해 워싱턴DC에서 웃고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전날까지만 해도 "민주당이 법안을 좌초시켰다"고 애써 책임을 야당에 돌렸지만, 결국 강경 보수파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의 프리덤 코커스에 대한 깊은 배신감 때문으로 보인다.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트럼프의 핵심 지지 기반인 중서부의 교외와 농촌 지역 출신이다. 정책적으로도 트럼프와 가장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공화당 내 분위기와 달리 프리덤 코커스는 보호무역 성향이 강했고, 강력한 불법 이민 단속과 감세를 주장해왔다. 트럼프는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 멤버인 믹 멀베이니를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에 임명해 프리덤 코커스와 연결고리를 만들기도 했다.

문제는 프리덤 코커스가 2015년 설립된 이후 '절대 안 돼 코커스(hell no caucus)'란 별명이 있을 만큼 비타협적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공화·민주 양당이 거의 반반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미국 의회에서 약 30명의 회원이 똘똘 뭉쳐 캐스팅보트를 행사해왔다.

이들은 2015년 3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이민개혁법에 반발해 미 국토안보부 예산안을 끝까지 승인해주지 않음으로써 정부를 폐쇄 위기로 몰고 갔다. 당시 공화당을 이끌었던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 대해서는 "오바마에게 협력한다"는 이유로 프리덤 코커스가 직접 해임 건의안을 발의해 그해 9월 결국 경질시켰다. 이 같은 프리덤 코커스의 '공격성'에 공화당 내 유력 주자들이 줄줄이 당대표 경선을 포기했고, 그해 10월 폴 라이언 현 하원의장이 사실상 프리덤 코커스의 '재가'를 받아 선출됐다. 이번에도 프리덤 코커스 설립자 중 한 명인 짐 조던 의원은 "트럼프케어는 오바마케어를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우리의 약속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문제는 이 같은 프리덤 코커스의 비타협적인 성향이 계속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공약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프리덤 코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는 찬성하면서도, 수출엔 세금을 깎아주고 수입품엔 세금을 늘리겠다는 국경세에는 회의적이다. 또 1조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공약에 대해서도 "재정 적자를 늘릴 우려가 있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리덤 코커스 출신인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이날 "내가 프리덤 코커스를 만들고 6년을 있었지만,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워싱턴 정치권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썩었다"며 자신의 친정을 맹비난했다.

지난 8년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으로 그나마 단결을 유지해왔던 공화당도 갈가리 찢기면서 내전 상태로 들어갔다. 중도파인 톰 콜 하원의원은 "정말 우리 당이 (프리덤 코커스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강경파를 공격했다. 이날 공화당의 테드 포 하원의원은 "반대만 할 수는 없다"며 프리덤 코커스에서 탈퇴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의 측근으로 꼽히는 빌리 롱 하원의원은 "(트럼프케어 입법을 총괄한)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화살을 라이언 의장에게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프리덤 코커스에 맞서기 위해 민주당과 타협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당파적 대통령이 아니다. 이제 우리와 뜻이 맞는 민주당 온건파와 동행하는 방안을 모색할 차례"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가 공화당 내 반대파의 요구를 들어줄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대립해왔던 민주당과 타협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새로운 기로에 직면했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