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 만의 철도경쟁.. SRT도 KTX도 승객도 웃었다

홍준기 기자 2017. 3. 28.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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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RT 개통 100일, 어떻게 달라졌나
일평균 좌석 5만여 석 늘어나 주말·명절 예매전쟁 줄어들어
셔틀버스 운행·콘센트 설치 등 역 접근성·서비스 경쟁적 개선

지난해 12월 SRT(수서발 고속철) 개통으로 국내 열차 운행 117년 만에 막을 올린 '철도 경쟁 체제'가 승객들에겐 열차 이용 기회 증대, 실질적인 가격 인하, 고속철 역 접근성 개선, 서비스 개선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철도 경쟁 체제 도입이 논의되던 당시 "경쟁 체제가 결국은 철도 민영화로 이어져 서울~부산 고속철 요금이 30만원까지 오를 것" "큰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쏟아졌지만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SRT를 운영하는 ㈜SR은 코레일과 산업·기업은행 등이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27일 한국교통연구원의 '철도 경쟁 100일의 기록' 자료 등에 따르면, 코레일 독점 체제가 깨지면서 생긴 가장 큰 효과는 승객의 고속철 이용 기회 확대라는 점이 꼽혔다. SRT 열차 총 32편성이 새롭게 운행하면서 평일 기준 하루 5만1130석(주말 5만7801석)의 고속철 좌석이 추가 공급됐다.

교통연구원 최진석 철도안전·산업연구센터장은 "만약 '독점 기업'인 코레일이 수서발 고속철을 운영했다면 서울·용산역 출발 열차의 수익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 수서발 노선에 열차를 적게 투입했을 것"이라며 "별도 회사인 SR이 설립되면서 좌석 증대가 대폭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휴가철·주말 등에 고속철 표를 구하지 못하거나 자리가 없어 열차 내에서 서서 가야 했던 불편이 줄어든 것이다.

'경쟁'은 가격 인하 효과, 접근성 개선, 서비스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우선 수서·동탄·지제역에서 SRT를 타는 사람들의 '역 접근 시간'은 평균 29.4분으로 코레일 KTX를 이용하는 경우(평균 32.4분)에 비해 짧다. 그러자 코레일도 역 접근성 개선을 위해 경부선 KTX는 서울역, 호남선 KTX는 용산역을 출발·도착역으로 고정했던 원칙을 깨고,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모두 경부선·호남선 KTX를 이용하도록 했다. 지난 1월 사당역~광명역 셔틀버스 도입에 이어 오는 7월 부천 송내역~광명역 셔틀버스를 운행하기로 했다.

SRT 운임이 KTX보다 평균 10% 싸게 책정되자 코레일은 KTX 운임의 5~10%를 마일리지로 적립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최 센터장은 "코레일 마일리지는 열차 예매 외에 역사 내 매점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사실상의 현금"이라며 "실질적인 운임 할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SRT가 특실에서 견과류 제공 등 서비스를 실시하자 KTX가 비슷한 서비스를 도입했고, SRT 열차 내에 전기 콘센트가 주목받자 코레일은 USB 포트를 포함한 '혼합형 콘센트'를 설치하기도 했다. 독점 체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서비스 개선 경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경쟁 체제에서 코레일은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SRT 개통 초기 40일 동안 KTX 이용객이 전년 대비 일평균 1만8000여 명까지 줄었지만 셔틀버스 운행·서비스 개선 등을 통해 두 달여 만에 감소 폭을 1만4000여 명 정도로 줄인 것이다.

최 센터장은 "코레일이 생존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러한 치열한 경쟁이 장기적으로는 코레일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철도 경쟁 체제의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것"이라며 "(정부는) 코레일과 ㈜SR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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