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책방은 도서관이 아니다
몇 년 전 대형 서점이 리모델링을 하며 서점 내에 큰 테이블을 들였다. 새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으니 독자들에겐 이만한 편의가 없다. 그러나 읽은 책을 다 사가는 건 아니어서 예민한 문제가 생긴다. 오래 읽고 간 책엔 흔적이 남고 파손되는 경우가 있어서다. 한 출판사 대표가 얼마 전 이 문제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서점이 책 반품 비용 부담을 출판사에 전가하는 관행을 질타했지만, 댓글 중엔 독자의 소양을 거론하는 내용도 여럿이었다.
이 문제는 우리 책방도 심각하다. 우리는 책을 구입한 분들이 여유롭게 읽고 가시라고 크고 편안한 의자를 책방에 두었다. 커피며 음악이며 공간 배치도 그런 뜻으로 했다. 그런데 이 의도는 자주 왜곡된다. 손님들은 구입하지 않은 책을 의자에 앉아 몇 시간씩 읽는다. 그렇게 읽다 간 책은 다시 진열대에 진열되지만 한눈에 티가 난다. 이런 책은 누구도 사려 하지 않으며 새 책을 찾는다.
그런가 하면 여러 권을 집어다 쌓아놓고 읽기도 한다. 책방을 도서관으로 여기는 걸까. 심지어 구입하지도 않은 책을 말아쥐고 읽거나 십여 페이지에 걸쳐 줄을 쳐놓고 간 경우도 있다. 당연히 이런 책은 팔 수 없고 부담은 고스란히 책방이 떠안는다. 동네 책방은 출판사에 떠넘길 수도 없거니와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럼에도 책방을 찾아주는 분들은 고맙다. 책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분들이니까. 그래서 조심스레 부탁의 말을 꺼내 본다. 자리에 앉아 오래 읽은 책은 구입해 주십사, 오래도록 읽을 작정이라면 먼저 구입을 하십사 하는.
강남에 책방을 열어주어 고맙다, 망하지 말고 오래 하라는 인사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런 인사가 비단 우리 책방에만 하는 말은 아닐 거다. 어려워도 꿋꿋하게 책방을 해나가는 세상의 모든 책방 주인에게 건네는 응원일 테다. 이런 마음을 아는 우리는 오늘도 좋은 책을 고르고 출판사와 독자 사이에 풍성한 만남이 일어나도록 애쓴다. 책방을 찾는 당신도 애써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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