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시름 달래기보단 가난 부를 뿐"

김성모 기자 2017. 3. 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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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찰룹카 美일리노이대 교수]
WHO가 낸 담배 규제 보고서 참여
"빈곤층, 질병 치료비까지 이중고.. 최저임금보다 낮은 한국 담뱃값 두배로 올려야 흡연율 줄어들 것"

"담배가 서민의 시름을 달랜다고요? 담배는 가난한 자를 더 가난하게 하는 '치명적(deadly) 물건'일 뿐입니다."

프랭크 찰룹카(Chaloupka·55)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과 교수는 27일 서울 중구 국가금연지원센터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의 일부 유력 대선 주자들이 담배를 서민의 시름과 애환을 달래주는 도구라며, 담뱃값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하자 이같이 반박했다. 찰룹카 교수는 1988년부터 일리노이대 교수로 재직하며 30년 가까이 담배 규제를 연구한 이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꼽힌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교수 등과 팀을 이뤄 중독과 담배 규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 1월 미국 국립암연구소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발간한 '담배와 담배 규제의 경제학' 보고서의 대표 감수를 맡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60명 넘는 학자가 참여한 매머드급 연구다.

그는 지금까지 나온 가장 효과적인 담배 규제는 '담뱃값 인상'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선 저소득 국가일수록 담뱃값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담뱃값 10%를 올리면 중하위 소득 국가에선 담배 소비가 5%, 상위 소득 국가에선 4% 준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상위 소득 국가입니다. 담뱃값을 더 큰 폭으로 올려야 흡연율을 더 낮출 수 있다는 얘기이지요."

찰룹카 교수는 다른 선진국들과 한국의 담뱃값을 비교한 도표를 보여주며 "한국의 경우는 한 갑당 담뱃값을 지금(4500원)의 2배 수준인 9000원 정도로 해야 적당할 것"이라고 했다.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그는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6470원)과 비교해도 현재 담뱃값은 저소득층도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도 했다. 그는 국제 담배규제정책 평가조사(ITC) 한국팀이 국내 흡연자 199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설문한 결과, 흡연자 3분의 1 정도(35.7%)는 담뱃값을 추가 인상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담배는 한 국가 안에서 부익부 빈익빈을 더 심화하는 도구라는 게 찰룹카 교수 설명이다. 그는 "빈곤층일수록 전체 생활비에서 담뱃값 비중이 커 식료품 등 다른 곳에 쓸 돈이 줄고 결국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면서 "빈곤층은 흡연으로 얻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도 제한적일 수 있어 '건강 불평등'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 세계에서 한 해 600만명이며 2030년엔 800만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찰룹카 교수는 "결국 각종 담배 규제는 더 강화해야 하며 이는 경제적으로도 해(害)가 아니라 오히려 득(得)"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연구역 제도 역시 식당 등 서비스업에 경제적 악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직원의 생산성 향상이나 의료비 절감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도 했다.

그는 "호주처럼 담뱃갑 경고 그림과 브랜드 이름만 있는 '민무늬 담뱃갑' 도입을 한국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학교 주변 편의점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광고 규제를 하는 등 지금보다 더 포괄적이고 강력한 금연 정책을 시행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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