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공공서비스, 쉽고 간편하게 알아서 챙겨주기까지..

장형태 기자 2017. 3. 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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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입양아 출신인 장 뱅상 플라세 프랑스 국가개혁담당 장관은 우리나라 공공서비스의 처리 속도에 대해 '간소화 쇼크'라고 언급하며 감탄한 적이 있다. 우리의 대국민 서비스 발전상을 느낄 수 있는 일화다. 정부3.0이라는 정부혁신 패러다임의 범정부적 확산을 주도해온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지난 몇 년 간 국민 맞춤형 서비스 개발을 정부혁신의 중심에 놓고 여러 부처가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면서 "이를 통해 다양한 맞춤형서비스, 원스톱서비스 등 달라진 행정 혁신사례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공공서비스는 곧 국민의 생활이다. 공공서비스를 더욱 실용화하는 것이야 말로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띈 공공서비스의 변화를 살펴보고 더욱 진화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이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인지도 짚어본다.

편집자

◇국민에게 먼저 안내하는 선제적 공공 서비스

얼마 전 연말정산 환급금을 받은 직장인 오모 씨는 "자동으로 기입된 항목을 확인만 하면 되니 정말 간편했다. 과거엔 일일이 증빙서류를 챙기고 직접 신청서 양식을 채우며 쩔쩔매던 때를 떠올리면 놀라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또 최근 둘째를 출산한 서울 종로구의 이모 씨는 출생신고를 하러 주민센터에 갔다가 담당공무원이 '출산서비스 통합처리 신청서' 한 장만 작성하면 양육수당은 물론 출산지원금과 출산축하용품 교환권 등 출산 후 필요한 총 6가지 서비스를 한 번에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우리나라 공공서비스가 이렇게까지 발전했는지 몰랐다"며 깜짝 놀랐다.

국민이 공공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크게 줄어들고 혜택의 폭도 넓어졌다. 정부 혜택을 놓고 "아는 만큼 얻는 것도 크다"는 건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몰라도 알아서 챙겨주는 선제적 정부 서비스가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 상속을 위한 사망자의 금융거래, 토지, 자동차, 세금 등의 재산 확인을 위해 개별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결과를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또 사회취약 계층 중 전기요금, 가스요금, 통신요금 등의 요금감면을 받지 않고 있는 대상자를 직접 발굴해 안내문을 발송하고, 주민센터에서 한꺼번에 신청을 대행해주기도 한다.

◇국민과 기업을 잇는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 활성화

요즘 사람들이 이동을 위해 매일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포털의 지도, 포털 사이트의 지식백과, 날씨 조회, 심지어 식품정보를 제공해주는 스마트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에까지 수많은 정부부처의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축적해온 행정정보와 연구결과의 산물인 공공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금은 카카오내비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는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는 정부가 제공하는 도로정보, 주유소 정보 등을 활용해 스타트업이 만들었다. 지난 2015년 5월 다음카카오가 무려 626억원에 인수했다. 휴일에 급히 문을 여는 병원이나 진료 현황을 알아 볼 때도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굿닥', '바로닥' 등 앱을 사용하면 편리하다. 상대적으로 IT와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농업분야도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귀농한 젊은 청년 박성환 씨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개방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하게 영농일지를 작성하고 다른 지역, 다른 작물 농사방법도 확인할 수 있는 '파밍노트'라는 앱을 만들었다.정부가 고용량, 고부가가치를 자랑하는 데이터를 공공데이터포털(www.data.go.kr)을 통해 개방하고 청년창업가들이 이 정보에 아이디어를 입혀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야 말로 일자리 창출, 나아가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직접적인 처방이다. 지난 2013년 10월 공공데이터법 시행 이후 개방된 공공데이터는 총 2만1000여 건이고 고가치·대용량의 33개 분야 국가중점데이터도 개방을 했다. 2015년도에는 OECD 데이터 개방 평가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스마트해진 협업, 소통 지원 시스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11층 행정자치부 창조정부기획관실 사무실에 들어서면 이곳이 정부부처인지 의심이 든다. 정부혁신 업무를 주도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직원들의 자리가 직급에 따른 차별 없이 수평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공무원들이 '온-나라 PC영상회의'를 이용하면서 업무협의 속도가 빨라지고 불필요한 출장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총 17만7955건의 PC영상회의가 진행됐고 89만576명의 중앙·지자체 공무원들이 참여했다. 영상회의는 정부와 국회 간에도 가능하다. 국민들도 집, 회사 사무실에서 '원격영상 민원상담·자문회의'(mw.on-nara.go.kr)를 통해 공무원과 실시간 상담 및 회의를 할 수 있다. 정부는 공무원들이 출장 중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유연근무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18개의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 중이다. 강남과 잠실센터 등 9곳은 청년들이 창업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또 '문서24'(https://open.gdoc.go.kr) 서비스를 통해 렌터카 관련 문서와 영유아 보육 서류 등을 정부 사무실 방문 없이 인터넷으로 공문 제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책경험의 공유, 공감, 공진화로 나아가는 '국민디자인단'

인천에 사는 이모 씨는 매일 아침 회사와 20분 거리인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려니 시간에 쫓겨 허둥대곤 한다. 가까운 곳에 보육시설이 없어 매일 아침 이씨처럼 애를 먹는 부모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에 인천시는 시민, 공무원, 서비스디자이너(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국민디자인단을 꾸렸다. 이들이 해결할 과제에 '렛 미 공장'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불편하고 위험한 보행길, 젊은 근로자들이 겪는 육아의 어려움 등 문제점 분석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국민디자인단은 충전의 거리 '디딤길'을 설치했고, 근로자가 아이와 함께 회사로 출근하면 아이를 어린이집까지 데려다주고 어린이집이 끝난 후에는 다시 엄마, 아빠가 있는 회사로 데려오는 보육서비스 '슝슝이'를 만들어 냈다. 국민디자인단은 정부서비스와 정책결정·집행과정에 공무원과 국민, 디자이너가 함께 참여하여 서비스디자인기법으로 공공서비스를 개선해 나가는 새로운 국민참여 방법으로 지난 2014년에 행정자치부, 산업통상부, 한국디자인진흥원의 협업으로 발족됐다.

우리는 이른바 '컨슈머토피아(Consumertopia)'에 살고 있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바로 얻을 수 있는 철저한 수요자 중심의 시대다. 이런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국민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정부는 과학적인 의사결정, 디지털 역량 강화, 그리고 협력적 거버넌스 구현 등을 통해 공공서비스의 진화를 거듭해야 한다. 이제는 국민의 체감도가 공공서비스 성과의 절대적인 척도가 될 것이다. 국민을 최우선 순위에 놓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앞으로의 정부는 정책 플랫폼을 만들고 민간의 능력이 융합되도록 정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종전의 운영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전환기적 시대상황을 신속히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을 가동해야 한다. 공공서비스의 품질 개선과 정책의 선진화를 위해서 전보다 훨씬 능동적으로 민간자원을 발굴하고 참여케 해야 하며, 빅데이터나 AI 등 민간과 첨단기술 역량을 결합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 이제 정부와 민간의 경계를 없애고 둘 사이의 빈 공간을 촘촘히 매우기 위해 체질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이 동반자적 협력을 통해 만들어가는 공공서비스의 변화가 바로 혁신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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