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디자인단, 국민과 정부가 함께 상상하고 그리다

김선아 국립금오공과대학교 산업공학부 부교수 입력 2017. 3. 28. 0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고]

상상하던 일이 현실이 되는 경험은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필자는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우리나라 축구 선수가 외국 선수를 제치고 멋있게 골을 넣는 장면을 상상해 그린 적이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 그 상상은 현실이 되었고 그 경험은 필자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할 당시 단지 매출을 위해 틀에 박힌 제품만을 디자인하는 것에 지쳐 또 다른 상상을 펼쳐 보았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좀 더 사회적인 의미와 가치를 만들 수는 없을까? 디자인이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도 이런 생각은 필자 혼자만의 상상이 아니었다.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정부 내에서도 이러한 생각을 한 이들이 있었으며,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자 다시 한 번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신나는 경험이 시작되었다.

선뜻 상상하기 어려운 정부와 디자이너의 협업은 정부 혁신을 맡고 있는 행정자치부와 디자인 산업 진흥을 맡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해 2014년 '정부3.0 국민디자인단'이 발족하면서 가능하게 되었고 올해로 4년째를 맞고 있다.

흔히 공공서비스나 정책이라고 하면 민간에 비해 보수적이며 관리와 통제 중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국민디자인단' 활동을 하면서 이러한 선입견을 깰 수 있었다. 정부가 열린 마음을 갖고 국민과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3년 동안 국민디자인단의 일원이자 전국 곳곳의 국민디자인단 사업 총괄(Project Manager)로서 활동하며 국민의 아이디어가 실제 공공서비스나 정책에 반영되는 과정을 함께 하며 느낀 바는 2002년 월드컵의 감동에 비견할 만하다.

예전부터 정부의 정책실행에 있어 주민자치나 공청회, 토론회 등의 여러 가지 국민 참여방식은 있었지만, '국민디자인단'은 실제적이고 근본적인 현장 참여를 보다 체계적인 방법론을 통해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국민디자인단' 활동은 공무원과 주민이 함께 직접 현장에서 체험하고 관찰한 후 한 자리에 모여 서비스디자이너의 지원 하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통해 최선의 대안을 도출해 내는 진정한 국민 참여 과정과 방식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3대 디자인상 중 하나가 독일에서 개최되는 'iF Design Award'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삼성, LG, 현대차 등과 같이 디자인으로 혁신하는 기업이나 디자이너가 상을 받았다. 그런데 작년 2월 대기업이나 디자이너가 아닌 정부 부처인 행정자치부가 최고상인 금상을 받아 화제가 되었다. 바로 '국민디자인단'이 iF가 처음으로 제정한 '서비스디자인' 부문의 유일한 금상에 선정된 것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자신의 저서에서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시민사회의 힘이 커지고 복잡한 문제와 상황에 직면하여 기존의 통치 방식으로는 정부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국민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상호작용을 위한 새로운 협력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정부혁신의 방향이 단순히 정보 기술을 활용한 기능적 측면을 넘어 '국민디자인단'과 같이 국민의 마음을 담은 정책이 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시대적 정신에 부합하는 '국민디자인단'활동은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며, 이미 모든 국민들은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국민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재미난 여정에 동참할 기회를 가져 보시길 권유한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