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최선의 추모는?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2017. 3.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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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공자 '논어'

세월호의 성공적 인양 소식은 모든 국민에게 한줄기 봄바람처럼 달갑고 고마운 것이다. 세월호는 지난 3년간 우리 국민 마음 한편에 납덩이처럼 얹혀 있었다. 그래서 미수습 시신 9구를 거두고자 국가 재정을 무려 1000억원 투입하는, 아마도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기획이 실행될 수 있었다. 이 인양이 성공하면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천막이 걷히고 사고 원인에 대한 허황한 추측도 걷히고 유가족들도 모두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국민은 기대하고 염원했다. 정밀 조사에 앞으로도 여러 달이 걸릴 모양이지만 가장 큰 고비를 넘겼으니 천만다행이다.

그런데 세월호 인양 성공이라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비친 엄청난 기름띠는 보는 이의 가슴을 내려앉게 한다. 하나의 재난 마무리가 또 하나의 재난의 시작이라니. 해안선이 생계 터전인 국민의 손실을 보상하려면 또 국가 재정을 거액 지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죽어갈 어류, 양식 해조류와 어패류, 바닷새, 바다 동물들의 생명이 너무 가엾고 아깝다. 무엇보다도 장기전이 될 생태계 회복이 이루어지기까지 지역 주민과 어부들이 겪을 시름과 안타까움이 마음 아프다.

우리나라는 '망자에 대한 생자의 도리'가 과도해서 생자들의 삶이 잠식되는 일이 적지 않다. 조선조 양반들은 시묘살이하느라 산소 옆 움막에서 변변히 먹지도 못하고 한겨울에도 삼베 옷을 입고 살았다. 그래서 삼년상이 끝나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골병이 들지 않는다 해도 당대 최고 인재들이 망자를 시중드느라 산 백성을 여러 해 외면한 것은 미덕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세월호 인양 이야기가 나왔을 때 기름 유출 가능성이 처음부터 제기됐다. 그런데 유족의 '망자에 대한 도리' 집착과 국민의 안쓰럽고 죄스러운 마음이 그 재앙 가능성을 묵살하게 했다. 막대한 인양 비용을 우리 사회의 약자를 돕는 데 쓰는 게 망자들을 더욱 뜻깊게 기리는 일이 아니었을까? 애석하게도 유족들을 그런 방향으로 설득하려 한 정치인은 한 사람도 없었다. 늘 초강경 투쟁으로 일관하는 환경 운동가들도 왜 일제히 침묵했을까?

공자는 논어 제19편 자장(子張)에서 '상사애 기가이의(喪思哀 其可已矣·상에는 슬픔을 생각한다. 이 정도면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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