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말

[스포츠서울 조현정기자]파격적이고 강렬했다!

27일 첫방송한 SBS 새 월화극 ‘귓속말’(박경수 극본·이명우 연출)은 초반부터 폭풍같은 전개속에 남녀 주인공 이상윤과 이보영의 파격적인 만남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방산비리를 추적하다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기자 출신 아버지 신영호(강신일 분)의 누명을 벗기려고 종로경찰서 신영주 형사(이보영 분)는 증거를 모아 신념있는 평판의 이동준 판사(이상윤 분)를 찾아갔다. 그러나 이동준은 재임용되지 못해 억울하게 판사복을 벗게 된 데다 어머니의 일로 부정청탁했다며 구속될 위기에서 굴복해 최고의 법무법인 태백과 손잡고 신영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모든 걸 잃을 위기에서 신영주는 복수를 위해 이동준과 동침하며 이 장면을 녹화해 “선처를 호소하러 온 피고인의 딸을 유인해 겁탈했다면 그 판사는 어떻게 될까요?”라며 그를 압박했다.

신념있는 판사였던 이동준이 늪에 빠지고,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려고 안간힘 쓰던 신영주가 연인이자 동료 경찰인 박현수(이현진 분)도 잃고 파면당하는 과정이 숨 쉴 틈 없이 몰아쳤다. 급기야 정략 결혼식을 하루 앞둔 이동준에게 자신을 던진 신영주가 함께 밤을 보내며 앞으로의 전개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첫회부터 부패한 권력은 당당하고 노골적이었다. 신영호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불태우라며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 박탈하는 것이 자네가 할 일”이라는 최일환과 대통령 주치의가 돼 의료민영화와 의료지원 계획을 먼저 알기 위해 아들에게 최일환의 딸 최수연(박세영 분)과 결혼하라고 재촉하는 이동준의 아버지인 종합병원 원장 이호범(김창완 분)은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어서 더욱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2013년 KBS2 ‘내딸 서영이’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뒤 4년만에 재회한 이상윤과 이보영은 전작의 이미지를 지울 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한 캐릭터와 파격적인 만남으로 한층 깊어지고 거친 멜로를 예고했다. 단아한 이미지를 벗고 극중 형사 역으로 거침없고 몸사리지 않는 액션과 폭넓은 감성연기를 펼친 이보영의 열연이 빛났고, 이상윤도 그간 선보여온 ‘훈남’이 아닌 당당한 판사에서 ‘덫’에 걸려 고뇌하는 모습까지 자연스레 소화해냈다.

‘추적자-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까지 부조리한 권력의 치부를 꼬집는 일명 ‘권력 3부작’을 완성한 박경수 작가가 특유의 선굵은 서사에 치명적인 멜로까지 곁들인 ‘귓속말’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할 지 눈길을 끈다.

한편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로, 그리고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인생과 목숨을 건 사랑을 통해 법비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hj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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