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축구 보여준 바르사 듀오, 아이돌급 갈채와 열기

한준 기자 입력 2017. 3. 27. 22:21 수정 2017. 3. 2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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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천안] 한준 기자= "예술이지, 뭐. 바르사의 예술!"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도 감탄했다. 백승호(20, FC바르셀로나B)가 전반 32분 깔끔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2분 뒤 동점골을 내줬으나 다시 6분 만에 한국이 앞서가는 골을 넣었다. 백승호의 패스를 받아 이승우(19, FC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강력한 마무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27일 저녁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디다스컵 U-20 국제축구대호` 2차전. 첫 경기에서 남미 예선을 돌파한 에콰도르에 2-0 승리를 거둔 아프리카 챔피언 잠비아는 전반 초반 인상적인 속도와 기술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들의 플레이는 곧 태극마크를 단 두 명의 `바르사 듀오`의 콤비네이션에 지워졌다.

후반 24분 하승운과 임민혁을 거쳐 이진현이 보낸 마무리 패스를 이승우가 이어 받아 최종 수비 틈 사이를 빠르게 빠져나왔다. 잠비아 골키퍼가 전진하는 순간 지체 없이 시도한 칩샷이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라인을 통과했다.

이 골에 대해 신태용 감독도 예술이라고 표현했고, 이승우 자신도 만족했다. "첫 번째 골은 승호 형이 98%는 만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 골은 만족한다." 다만 이승우는 감각적인 칩샷을 성공시킨 것에 대해 "축구를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라며 별 것 아닌 기술이라고 했다. "골키퍼가 자주 전진하더라"며 공을 이어 받은 순간 골키퍼의 위치를 파악하고 빠르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평일 저녁 쌀쌀한 날씨로 인해 이날 입장한 관중수는 3,216명에 불과했지만, 팬들의 갈채와 함성 소리는 경기장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관중석 곳곳에서 "이게 축구 보는 맛이지!"라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 23일 중국과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서 패배한 실망감에 위안이 되는 경기였다. 천안의 밤은 쌀쌀했지만, 화끈한 축구에 보인 팬들의 열기로 이내 봄이 찾아온 모습이었다.

바르사 듀오가 세 골을 합작했고, 후반 33분에는 후반전에 들어온 하승운과 임민혁이 네 번째 골을 합작했다. 경기 막판 수비수 정태욱이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축제와 같은 4-1 승리로 천안의 밤이 마무리 됐다. 동료 선수들이 말려들어간 혀를 꺼냈고, 신속한 응급조치 이후 앰뷸런스가 빠르게 정태욱을 병원으로 후송했다.

#경기장 출구에서 바르사 듀오 기다린 팬들, 일본 기자는 '셀카' 요청

경기가 끝나고 많은 백여 명 이상의 팬들이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인터뷰를 마치고 나올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팬들은 가장 늦게 까지 인터뷰를 해야했던 백승호와 이승우가 나올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렸다.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모습이었다.

마침내 더 선수가 경기장 출구에 등장하자 마치 아이돌 가수를 향한 듯한 환호가 쏟아졌다. 여성팬의 수도 적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외모와 실력 양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오랜만에 한국축구를 뜨겁게 만든 스타가 등장했다.

이승우는 믹스트존을 빠져나가기 전에 일본 기자로부터 "일본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남겨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일본 기자는 이승우와 셀프 카메라까지 요청했다. 이승우에 대한 관심은 최근 아디다스컵에서의 활약과 더불어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승우는 자신의 골 세리머니에 대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따라한 것이냐고 묻자 "그러면 팀에서 짤린다"며 바르사의 라이벌 팀 레알마드리드 선수를 따라한 것은 아니라며 웃으며 부인했다.

한국축구에 바르사 유소년 시스템 라마시아에 속한 선수가 콤비를 이뤄 U-20 월드컵을 준비한다는 스토리 자체가 동화다. 한동안 이들이 소속팀에서 입지 문제로 `거품 논란`을 겪기도 했지만, 두 선수 모두 그라운드 안에서 실력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했다.

백승호는 "아직 내 플레이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했다. 신 감독 역시 그동안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한 백승호의 경기체력을 올리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온두라스전에 65분을 소화한 백승호는 이날 70분을 소화하고 그라운드에서 내려왔다. 5분을 더 뛴 것이지만, 70분간 보여준 플레이의 밀도는 더 높았다.

이승우와 백승호는 합작 득점 상황 외에도 여러 번 좋은 플레이를 함께 만들었다. 백승호는 "바르셀로나에서 같은 훈련도 하고 경기도 했기 때문에 서로 스타일을 잘 안다"고 했다. 두 선수만 잘 맞은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 신태용 감독이 새로 발탁한 이진현은 두 선수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화려한 공격플레이를 협업했다.

이진현은 "두 선수 모두 기량이 뛰어나다. 발을 맞춰본 시간은 짧지만 선수들끼리 하다 보면 코드가 맞는 선수가 있다. 이 선수들과 그런게 잘 맞는다"고 했다. 이승우 역시 "진현이 형도 패스 위주 플레이를 선호한다. 나와 잘 맞는 스타일이다. 승호형과 셋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백승호와 이승우 모두 바르셀로나에서 성장했지만 국내파 선수들과 플레이는 물론 생활 면에서 빠르게 융화되어 원팀으로 뛰고 있다. 스타성과 개인 능력, 팀 플레이를 두루 겸비했다.

베스톤 참베시 잠비아 감독도 바르사 듀오의 기량에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10번(이승)은 좋은 선수다. 공격을 만들 줄 아는 선수다. 패스도 날카로웠다. 18번(백승호)는 패스의 길을 잘 보는 선수다.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다." 앞서 1차전을 치른 온두라스의 카를로스 타보라 감독 역시 "바르사의 철학대로 티키타카 플레이를 하더라"며 칭찬한 바 있다.

신 감독도 잠비아에 4-1 대승을 거둔 것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했다. "여러분도 직접 보셨겠지만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감독이 주문한 것은 물론 자신들이 자신 기량을 전부 보여줬다. 세트피스로 1실점을 했지만 선수들 모두 칭찬해주고 싶고, 잘했다고 하고 싶다. 선수들이 준비한 것의 100% 이상 따라와주고 있다."

축구는 팀 플레이지만 방점을 찍어줄 스타가 필요하다. 바르사 듀오 백승호와 이승우가 화끈한 공격 축구를 추구하는 신태용호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U-20 대표팀은 전례 없는 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잠비아전을 치른 27일 밤, 이들은 마침내 기대감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보여줬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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