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수문 열었더니 강바닥에 '모래톱'이 돌아왔다

글·사진 백경열 기자 2017. 3. 2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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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정부, 4월 개방 앞두고 6개 보 대량 방류 시범 운영

27일 오전 낙동강 하류 사문진교 아래 펄 사이로 옅게 드러난 모래톱. 정부가 지난 2월부터 보 수위를 낮추고 대량 방류를 실시하면서 하천 생태환경이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옅은 모래톱이 보였다. 겨울을 지낸 들판에 솟아나는 새싹처럼 반가웠다. 강 쪽으로 다가갈수록 아직은 검은 펄이 넓게 자리하고 있지만, 4대강사업으로 잃었던 강의 모습을 되찾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27일 낙동강변인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사문진교 아래. 펄 곳곳에 작은 입자의 모래층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가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4대강 일부 구간에서 시범적으로 보 수위를 낮추고 대량 방류를 실시한 결과 수자원 이용에 지장을 주지 않고도 ‘재자연화’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현장에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대한하천학회, 한국수자원공사, 환경운동연합,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 등이 참여해 방류 이후 상태 등을 살폈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물을 가득 채워놓으면 수질 악화를 막을 수 없다”며 방류량을 최대치로 높인 지역에서의 변화상이 실제로 확인된 것이다. 4대강사업 이후 물 방류량을 최대로 늘린 데 따른 결과여서, 하천 생태환경 회복을 둘러싼 정부와 환경단체 간의 논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4대강 전 구간의 16개 보에서 대량 방류를 실시하기로 하고, 지난 2월부터 일부 구간(6개 보)에서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달성보는 지난달 22~28일 주변 지하수 관정의 양수에 지장을 주지 않는 수위 상한선인 11.6m까지 보 수위를 낮춘 이후 큰 문제가 없자,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는 하한선인 10.8m까지 낮췄다. 이후 27일부터 다시 관리수위인 14m까지 채웠다가 다시 방류 일정을 정한다. 지난해에는 관리수위까지만 낮췄었다. 댐과 보를 연계해 일시적으로 물을 방류하는 펄스 방식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펄스 방류만으로도 모래톱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4대강 전역에서 대량 방류가 이뤄진다면 앞으로 더 넓은 면적의 모래톱과 습지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강의 ‘재자연화’가 좀 더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됐다. 이를 위해서는 수문을 상시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한 달 전쯤 드러난 펄층에서 생태 4급수 오염 지표종인 ‘붉은깔다구’가 발견됐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낙동강이 스스로 복원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수자원공사는 두 차례에 걸쳐 시범운영하는 동안 인근 농가에서 농업용수 이용과 관련한 민원은 제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민 곽상수씨(49)는 “오히려 작년보다 물빠짐이 더 좋아졌다. 농사 짓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대량 방류 이후 지하수위 변동 상황을 살피고, 수질개선 효과 등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1~2차 시범운영 결과를 반영해 녹조 발생 시기에 보 수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글·사진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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