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중도 분주해진 '반문연대' 발걸음..밑그림은 제각각

김남일 입력 2017. 3. 27. 22:06 수정 2017. 3. 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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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바른정당에 손 내밀어
국민의당까지 단일화 상대로

자유한국당·국민의당 사이서
유승민 캠프 갈팡질팡

연대와 거리 둔 안철수 캠프
바른정당 등 '안 지원' 기대

[한겨레]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 서 열린 진제 스님 종정 추대법회에서 참석자들이 합장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왼쪽부터),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선이 42일 앞으로 다가왔다. 27일 더불어민주당의 호남권역 경선에서 60.2%로 압승한 문재인 전 대표가 ‘결선 투표 없는 본선행’을 자신하는 가운데,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보수·중도 정당들의 후보 사이에서 ‘반문연대’ 또는 ‘비문 단일화’라는 전선 구축 문제도 주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들의 지지율과 확장성, 지지층 구성이 천차만별이어서 단일화 논의는 ‘드라마 쪽대본’처럼 대선 후보 등록일(4월15~16일)이나 투표용지 인쇄일(4월30일)에 가서야 급박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후보별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까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반문재인’만을 명분으로 한 단일화 드라마의 ‘시청률’이 얼마나 나올지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유력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이날 <에스비에스>(SBS)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본선(대선)에서 이길 전략을 생각해야지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상주 노릇 하려고 대통령 후보를 하느냐”고 했다.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과의 단일화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홍 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망해버린 보수·우파가 자력으로 문재인 후보를 이길 방법은 없는 만큼 후보 단일화는 무조건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지사와 가까운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현재 각 후보들 지지율을 보면 단일화를 안 하고 대선에서 이기겠다고 말하는 게 가능한 얘기냐”며 “각 당 경선이 끝나는 4월초가 되면 후보들의 지지율에 변동이 있을 것이다. 그 변화 폭이 얼마나 되느냐가 후보 이합집산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과 후보의 한 자릿수 지지율 탓에 단일화 얘기를 먼저 꺼낼 처지가 못 되는 바른정당은 단일화 우선순위를 놓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단일화 필요성을 거론해온 유승민 후보는 이날 캠프의 지상욱 대변인을 통해 ‘선 자유한국당-후 국민의당 연대’ 가능성에 대해 “단일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빠르면 28일 후보 결정 직후, 늦어도 이번주 안으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자유한국당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하다. 손을 잡더라도 우선순위는 국민의당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 대선기획단도 이런 내용을 후보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대선 기간 자유한국당 내의 친박 청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명분을 고집하기보다는 그래도 ‘정권을 내줄 순 없다’는 압박 속에 자유한국당과의 막판 ‘조건 없는 단일화’도 가능하다고 본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이런저런 명분이나 전제를 모두 고려하면 단일화는 못 한다. 하지만 당의 대선 후보가 ‘무조건 한다’고 결정하면 막판 단일화도 가능하다”고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5~26일 치러진 호남지역 경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반문연대’의 성패 및 대선 판도를 좌우할 핵심변수로 떠올랐다. 일단 안 전 대표 쪽은 ‘자강론’을 내세우며 문 전 대표의 ‘대항마’로서 입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안 전 대표 쪽은 문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 나면, 문 전 대표에게 부정적인 중도층 표심이 대거 안 전 대표에게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항마’로서 안 전 대표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도 국민의당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리된다는 시나리오다. 안 전 대표는 전날 전북 전주에서 열린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도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어야 국민들께서도 믿어주신다. 지금 이 나라를 이끄는 것은 오직 국민들”이라며 “국민에 의한 연대만이 진정한 승리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꾸 대연정이 거론되는데, (연정을 하려면) 정체성이 같아야 한다”며 “정치는 게나 고둥이나 함께할 수는 없다. 박근혜 추종 세력, 실패한 세력들과 합종연횡을 한다고 하는 것은 국민 정서를 떠나는 것이고, 새 정치도 아니고, 우리 지지층에 실망을 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분명히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선 보수정당이 약진하며 ‘안철수-문재인 양강 구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인위적 단일화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경우 ‘정통 야당’을 자임해온 국민의당이 ‘박근혜 적폐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한 당직자는 “연대 없이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보수정당과의 연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남일 최혜정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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