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직장인이 부닥치는 4개의 벽

입력 2017. 3. 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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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조직 내 위상·전문 분야·리더십·자만’극복해야

[한경비즈니스 칼럼=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와다 이치로 씨는 일본의 명문 교토대를 졸업한 뒤 대형 백화점인 다이마루백화점에 24세에 입사해 42세에 퇴직했다. 그가 쓴 책 ‘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후회한 12가지’는 그의 ‘직장 실패기’다.

그는 직장을 그만둔 뒤 창업했는데 기업을 운영하면서 돌아보게 된 과거 직장 생활 이야기를 블로그에 연재했다. 그동안의 직장 생활에 대해 일종의 반성문을 쓴 것이다. 그의 반성문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책으로 묶여 출간됐다.

그가 자신의 직장 생활이 실패했다고 평가를 내린 것은 사장은커녕 임원도 되기 전에 중도 퇴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직장 생활이 처음부터 실패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동기생들보다 스펙이 뛰어났다. 앞선 스펙만 믿고 여유를 부리다가 난관에 부닥치기도 했다. 하지만 빠르게 적응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런데 마흔 살이 넘어서자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벽과 마주하게 됐다. 그는 회사에서 더 이상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회사 문을 나서야 했다.

일반적으로 직장 생활을 3~4년 하면 초기의 어색함을 걷어내고 조직에서 자리를 잡게 된다. 업무에 익숙해지고 상사나 동료들과 관계도 넓어진다. 직장 생활이 10년을 넘어서면 어느덧 조직의 허리에 자리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지금까지 보던 것과 전혀 다른 세계가 눈에 들어올 수 있다. 승진에서 미끄러지거나 주요 보직에서 밀려나면서 순탄했던 직장 생활이 격랑에 휩싸일 때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한눈에 보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자신은 상황을 주도하면서 직장 생활을 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사진) '제14회 G밸리 넥타이 마라톤 대회'에서 직장인들이 달리고 있다. / 연합뉴스

◆ 왜 동기는 어느새 저 앞에 있나

10여 년간 직장 생활을 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어느 날 갑자기 앞을 가로막는 큰 벽의 실체를 느끼게 된다.

내 경험에 비춰 볼 때 그 벽은 크게 4개다. 첫째 벽은 조직 내 위상이다. 입사할 때 직장 동기들의 출발점은 비슷하다. 그런데 10년쯤 지나면 동기간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진다.

동기들 중 선두 그룹은 벌써 핵심 중간 간부로 확고하게 자리 잡는다. 이들은 회사의 주요 임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이에 비해 동기들 중 상당수는 후미에 뒤처진다. 노력한다고 선두 그룹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들은 그동안 선두 그룹의 업무 능력이나 성과에 대한 소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선두 그룹의 성과는 운이 좋아 거둔 것일 뿐이며 자신도 노력만 하면 언제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선두 그룹이 일하는 것을 볼 때마다 “저렇게까지 열심히 할 필요가 있나”라고 의문을 가졌다. 열심히 한다고 누가 봐주는 것도 아니고 사장이나 임원이 되고 싶다고 해서 누가 시켜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선두 그룹의 업무 능력과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조금씩 벌어지던 격차가 어느새 좁히기 어려운 수준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둘째 벽은 전문 분야다. 많은 직장인들이 입사해 직무가 주어질 때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 마라톤처럼 긴 직장 생활에서 전문 직무 분야가 정해지려면 한참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이것저것 두루 경험해 보자고 생각한다.

그래서 회사가 발령을 내고 상사가 시키는 대로 이 직무 저 직무를 맡는다. 물론 자신에게 계속 비슷한 직무가 주어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회사 사정 때문이고 다음에 원하는 직무를 맡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책임감 없는 모습이 승진 막아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은 아직 전문 분야를 정하지 않았는데 상사와 동료들은 이미 자신의 전문 분야를 알고 있는 듯 행동한다. 지금 하고 있는 직무가 자신의 분야라고 생각하고 다른 직무를 맡기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이 일은 자신의 의사나 의지와 무관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다른 전문 분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맡아 왔거나 특출한 성과를 낸 분야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슬슬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정해 자리 잡으려고 하지만 이미 늦었다.

셋째 벽은 리더십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부서장이 되기 전까지 책임자가 돼 조직을 이끌어 보지 못한다. 리더십을 평가받을 위치에 제대로 서 본 적이 없다. 후배들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그들을 이끌고 어떤 일을 추진하는 책임을 맡은 적이 없다.

물론 직장에서 일상적으로 후배들과 업무를 같이하지만 자신이 책임을 지고 하는 일이 아니다. 후배 한두 명과 간단한 프로젝트 몇 개를 맡기도 하지만 상사는 특별히 자신을 책임자로 지명하지 않는다. 그런 정도로 규모가 크거나 사안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사가 자신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또 만약 자신이 정식으로 조직의 책임자가 되면 조직을 잘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험이 없지만 상사만큼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 것은 그럴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자질이나 역량이 부족해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평상시 일하는 모습을 토대로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언젠가 인사고과 평가를 보니 상사는 자신의 리더십에 낮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리더십이 부족해 후배들을 잘 이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켜보지도 않고 기회를 주지도 않고 어떻게 평가했는지 도통 알 수 없지만 상사의 이런 판단은 바뀔 것 같지 않다.

넷째 벽은 자만의 이미지다. 와다 이치로 씨가 직장 생활을 돌이켜 보면서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자만이었다.

와다 이치로 씨는 직장인들을 4가지로 분류했다. 일은 잘하지만 부리기가 힘든 사람, 일도 잘하고 부리기도 편한 사람, 일도 못하고 부리기도 힘든 사람, 일은 못하지만 부리기가 편한 사람이다.

조직에서 성장 발전하려면 당연히 일을 잘하면서 상사들이 부리기도 편한 사람이 돼야 한다. 그런데 일부 직장인들은 일은 잘하지만 부리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풍긴다.

이들은 스스로 승진 기회를 차버리면서 위로 올라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올라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언젠가 반드시 천장에 부닥치게 돼 있다.

입사 초기 똑똑하고 패기 있는 직장인들 가운데 자만이 뚝뚝 묻어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 역시 주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그래도 “젊어서 그런 것이고 나이가 들면 나아질 것”이라며 눈감아 주는 사람들 덕분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직장 초년생을 지나도 자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결국 무너지고 만다. 상사의 의향을 헤아리지 못한 채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다가 꺾이는 것이다. 갈대처럼 유연하게 바람을 견뎌야 하는데 나무처럼 미련스럽게 버티다가 화를 자초하는 셈이다.

◆ 불계패 안 되려면 꼼꼼히 준비해야

직장 생활 10여 년 만에 부닥치게 된 이 네 가지 벽은 너무 위압적이다.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을 것처럼 다가온다. 바둑이 중반을 넘어서면 대개 집을 계산해 본다.

이때 집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져 있어 만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돌을 던지고 만다. 이런 바둑을 불계패라고 하는데, 30대 중반이 지난 직장인들 가운데 이렇게 불계패를 선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더 이상 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이 거대한 벽들은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 자신이 매일매일 조금씩 쌓은 것이다.

자신만 몰랐을 뿐 주변 사람들은 벽을 쌓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직간접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경고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우려와 경고는 마음에 와 닿지 않았고 단지 기우라고 생각했다.

물론 자신도 벽의 존재를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벽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그동안 노력해 다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작심하고 노력하면 부족분을 채울 수 있었고 부정적 이미지도 바꿀 수 있었다.

문제가 없지 않았지만 모두 해결했다. 그래서 자신이 쌓고 있는 벽들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벽들을 무너뜨리려고 해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뛰어넘거나 우회하기도 어렵다. 아무리 노력해도 앞으로 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직장 생활은 단거리 경기가 아니라 마라톤 같은 장거리 경기다. 초반에 잘 뛴다고 후반까지 좋은 성적을 낸다는 보장이 없다. 반대로 초반에 부진하더라도 후반에 만회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경기가 중반을 넘어서면 부진한 성적을 만회하기가 급격히 어려워진다. 달리는 속도가 높아지는데 반해 남아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 10년이 지나 후반기에 접어들면 대개 그 사람의 미래가 드러난다. 그 회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가능성이 보인다. 반면 어떤 사람은 차장 승진도 어려울 것이라는 혹독한 평가가 내려진다.

기업도 임원 후보가 될 사람들을 선별하기 시작한다. 대기업들이 차장급부터 승진자를 대폭 줄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장 생활 10년을 전후해 꼼꼼히 자신의 직장 후반기를 준비해야 한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직장 후반기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실상 결정돼 버린다. 자신이 상황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 자신을 몰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직장 생활 초반부터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자신이 어떤 벽을 쌓고 있는지 늘 살펴봐야 한다.

조직 안에서 자신의 위상이 어떤지, 전문 분야는 무엇인지, 리더십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자신에게 자만의 이미지가 붙어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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