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FTA 노동협약 안지키는 한국, EU 압박에 직면

박태우 입력 2017. 3. 27. 18:16 수정 2017. 3. 27. 22: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유럽연합(EU)이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된 노동권 관련 국제 협약을 한국 정부가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정부간 협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유럽의회의 보도자료를 보면 지난 21일(현지시각) 유럽의회 무역통상위원회는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발효 5년을 평가하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행정부)가 한국 정부와 '노동권-국제노동기준 이행'에 관한 협의를 개시할 것을 촉구하며, 양국간 무역·투자관계가 더욱 심화하기 전에 이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U "정부간 협의 촉구" 결의
ILO 회원국이나 결사의 자유 등
핵심협약 비준·준수 노력 안한탓
고용부 "제재 조처 없어 문제 안돼"
전문가 "양국간 무역에 영향 미칠 것"

[한겨레]

지난 2016년 3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임자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법외노조 후속조치에 항의하며 ‘부당 후속조치 철회’와 ‘참교육 전교조 사수’ 등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유럽연합(EU)이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된 노동권 관련 국제 협약을 한국 정부가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정부간 협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노동권과 관련한 국제 기준을 지키지 않은 탓인데, 양국간 무역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유럽의회의 보도자료를 보면 지난 21일(현지시각) 유럽의회 무역통상위원회는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발효 5년을 평가하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행정부)가 한국 정부와 ‘노동권-국제노동기준 이행’에 관한 협의를 개시할 것을 촉구하며, 양국간 무역·투자관계가 더욱 심화하기 전에 이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보도자료에서 유럽의회 의원들은 “한국의 국제노동권리 협약이 희망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노조 지도자들의 구금이나 단체협약 간섭을 포함한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가 여전히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정부가 2015년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혐의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하고, 노사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린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양국은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서 노동과 환경 이슈가 포함된 ‘무역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장’을 만들었다. 여기엔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으로서의 의무와 함께 국제노동기구의 ‘핵심협약’인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의 효과적 인정 △강제노동 금지 △차별 금지 △아동노동 금지 협약을 비준·준수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합의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결사의 자유 협약은 공무원·교사 등의 노동3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는 법률을 이유로, 강제노동 금지협약은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의 의무를 대신하도록 하는 병역법 때문에 비준을 계속 미루고 있다. 오히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외노조’로 통보하는 등 ‘결사의 자유’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양국은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통해 협정에 포함된 내용의 상호 준수여부를 점검하고, 양쪽 노·사·공익·엔지오로 구성된 ‘시민사회포럼’을 별도로 구성해 협정 이행에 관한 자문을 받는다. 그런데도 한쪽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상대방에서 ‘정부간 협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간 협의’로 결론이 안 날 경우엔 ‘전문가 패널’의 권고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유럽의회가 ‘정부간 협의’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요청한 것은 한국 정부가 비준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자,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속가능발전 장’에 관한 제재 조처가 없다.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한다고 돼있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역 분쟁화할 수 없다”며 “특히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은 한국이 적자이기 때문에 유럽연합이 이를 문제삼아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포럼’에 참여하는 한국쪽 전문가는 “양국간 교역에서 그렇지 않아도 한국이 적자를 보고 있는데, 지키기로 했던 노동관련 협약을 준수하지 못해 오히려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도 “지속가능한 발전장은 상품 교역 뿐만 아니라 노동권과 관련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자는 차원에서 포함된 것”이라며 “‘정부간 협의’를 요청한 사실만으로도 창피한 일이고, 양국간 무역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페이스북][카카오톡][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