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사 방해된다"며 면회 금지한 경찰..1인시위자 방어권 제한 논란

허진무 기자 2017. 3. 27. 18: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한 1인시위자를 체포한 경찰이 “수사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면회를 금지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다 면회해주면 언제 조사를 하느냐”고 반박했다.

KT 주주총회 날인 지난 24일 오전 5시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1인시위를 준비하던 길정순씨(62)는 업무방해·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경찰에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됐다. 문화예술인들이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항의하며 노숙 농성 중인 ‘광화문 캠핑촌’에 입주한 길씨는 2015년 유방암 수술을 받고 통원치료 중인 환자다.

길씨 건강이 걱정된 유흥희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 송경동 시인, 이다나 민주화운동정신계승연대 집행위원장 등 ‘광화문 캠핑촌’ 입주민 10여명은 이날 오후 6시 종로경찰서를 방문해 면회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후 7시쯤 종로경찰서를 찾은 법무법인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면회 금지 조치를 결재한 경찰 관계자와 통화해 항의했지만 소용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윤 변호사에게 면회를 금지한 이유에 대해 “면회를 신청한 이들이 평소 집회에 자주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오전에 면회한 이들이 경찰에게 욕을 하는 등 조사를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직계가족이나 변호사만 면회할 수 있다”며 “이미 퇴근했으니 면회 금지의 근거 법령은 내일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당시 윤 변호사는 이 관계자에게 신원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당시 해당 관계자는 “내일 알려드리겠다”고 답변했다. 결국 면회를 신청한 이들은 발길을 돌렸고 윤 변호사만 길씨를 면회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26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들이 계속 순차적으로 면회 신청을 해서 길씨에 대한 조사를 못 하도록 방해해 면회 금지 조치했다. 다음날 영장신청한 후에는 면회를 허용했다. 신청한 사람들 다 면회를 시켜주면 수사는 언제 하나. 하루만 그렇게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길씨의 건강 상태에 대해 이 관계자는 “길씨가 체포 당일인 24일 오전 병원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가 체온, 맥박, 호흡, 혈압 등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했다. 수사관들이 의사와 면담해 조사받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또 오전 면회자들이 조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오후에 면회를 금지한 것에 대해선 “오전에 신청한 사람들과 오후에 신청한 사람들을 구분할 수 없다. 대부분 같다. 성향이 비슷하다”며 “조사할 시간이 체포 후 48시간 뿐이다. 반드시 오후에 길씨를 조사해야 해 형사소송법 91조를 근거로 면회를 금지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91조는 ‘법원은 도망하거나 또는 죄증을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직권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결정으로 구속된 피고인과 타인의 접견을 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1시30분쯤 종로경찰서는 길씨에 대한 면회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다음날인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은 길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주거지가 일정치 않아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윤 변호사는 “면회는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하고 금지할 만큼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금지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근본 취지”라며 “경찰이 법적 근거를 밝히지 않고 기분 내키는 대로 면회를 금지했다”고 주장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