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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창업지원책 62개…중복·나눠먹기 심각

조시영,김세웅 기자
조시영,김세웅 기자
입력 : 
2017-03-27 17:43:38
수정 : 
2017-03-27 18: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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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둘째)과 관계장관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창업활성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청년 고용난 해소를 위한 대학발 창업 활성화 방안과 바이오 창업 활성화 방안 등이 발표됐다. [김재훈 기자]
'미래창조과학부·교육부·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는 창업 지원 사업을 연계할 컨트롤타워를 대학이 만들도록 유도하겠다.' 맞춤형 정책 지원을 위해선 정부 스스로가 유사·중복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하나의 창구를 통해 공공 서비스 수요자인 대학에 제공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정부 내 혼선과 이견을 자체 조율하지 못한 채 오히려 대학에 컨트롤타워 업무를 떠넘기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정국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예산 나눠 먹기에만 혈안이 된 정부의 현주소다.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대학발 창업 활성화 방안'에 담긴 이 같은 내용은 정부가 공공 서비스 수혜자인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처별로 '예산 나눠 먹기식 사업'을 펼치는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현재 정부의 대학 창업 지원은 미래부의 창업 기술 지원, 교육부의 초기 창업 지원, 중기청의 창업 기업 성장 지원 등 크게 3개 부처가 나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방안에는 정부 창업 지원 사업의 수요자인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3개 부처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맞춤형 연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친절하게도 '정부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대학 내 창업 지원을 포함해 올해 정부가 펼치는 창업 지원 사업만 하더라도 7개 부처에서 모두 62개를 하고 있고, 투입 예산 규모는 6158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같은 사업을 부처만 달리해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중기청이 100억원을 들이는 '상생서포터즈 청년·창업 프로그램'은 미래부가 50억원의 예산을 배정한 'K글로벌 리스타트업 민간투자연계지원사업'과 거의 비슷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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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지원 사업뿐만이 아니다. 주거 복지, 공적개발원조(ODA) 등 정부 주요 어젠더로 선정되면 부처들이 우후죽순 관련 사업을 만들어 예산 따내기에만 몰두하고 정작 수요자인 국민은 뒷전으로 밀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각종 정책을 쏟아내는 복지 분야 유사·중복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한 차례 문제가 돼 정비됐던 일자리 사업 외에도 최근 18조원 규모 주거 지원 분야의 난맥상이 잇따라 지적된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주거 지원 분야에는 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가 27개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0억원가량 들어가는 주택 개량 사업을 예로 들면 국토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복지부 등 5개 부처가 제각각 사업을 벌였다. 국토부는 기존 주택 개선에 들어가는 자금을 융자 지원하는데, 농식품부는 성격이 비슷하지만 대상만 농어촌주택에 한정된 정책 자금 지원 사업을 한다.

정부 지원 사업이 부처별로 쪼개져 있고 파악하기 힘들다 보니 이를 이중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많다. 조세연에 따르면 주거급여 수급자 가운데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비율이 절반 이상(51.1%)에 달했다. 약 70만가구가 월평균 11만원의 주거급여 혜택을 받는 사정을 감안하면 약 35만가구가 '꿩도 먹고 알도 먹는' 셈이다. 최성은 조세연 연구위원은 "주거급여와 임대주택정책을 통합해 주거급여 대상자는 좁히더라도 주거급여액은 높여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와 형평을 제고하고 정책 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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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개발국 원조를 위해 탄생한 ODA 사업도 비슷하다. 정부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9곳을 포함한 42개 기관에서 추진하는 1295개 ODA 사업 중 56개 사업의 실효성을 검토했는데, 통폐합된 사업은 1건에 그쳤다. 나머지는 '차별화하라'는 권고와 함께 유지시켰다. 일례로 고용부는 '개도국 기능올림픽위원회 관리자 역량 강화 초청 연수'를 하겠다고 1억7000만원의 신규 예산을 신청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역시 '기능경기지도자 및 선수역량강화 과정'을 신설하고 1억6000만원을 재정당국에 요구했다. 누가 봐도 '겹치기' 사업이지만 이를 심사한 기재부는 "고용부는 대회 운영 노하우에 집중하고 KOICA는 선수 및 지도자 대상으로 기술 전수에 초점을 맞추라"는 취지로 두 사업에 예산을 배정했다. [조시영 기자 /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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