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국 이긴 중국 축구..'사드 보복' 영향은?

김민철 2017. 3. 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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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저녁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타전된 월드컵 축구 한중전의 중국 승리 소식은 중국 사람들에겐 '낭보'가 아닐 수 없었다. '한국이 두렵다'는 '공한증'을 이겨내고 7년 만에 거둔 승리였으니,중국인들이 좋아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당초, 우리는 한국이 당연히 이길 것으로 예상했음은 물론이다. 중국 특파원들의 입장에서 이번 한중전의 최대 관심사는 '한국팀이 이기느냐 지느냐'가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팀이 이긴 뒤 중국 사람들의 반한 감정이 얼마나 폭발할까'였다. 사드 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한창 좋지 않은 이 때 중국팀이 큰 점수차로 패할 경우, 이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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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전에서의 한국 대승'에 대한 우려 아닌 우려는 우리 대사관측도 있었다. 실제로 주중 한국 대사관은 한국팀이 큰 점수차로 이기는 결과가 나올 경우 중국인들의 한국 교민을 대상으로 한 '분풀이'행동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베이징의 우다코우(五道口)나 왕징(望京) 등 한국인이 많은 곳에 우리 영사들을 보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대사관 간부들도 대사관에서 한중전 중계방송을 보며 '비상대기'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기가 한국 패배로 끝나면서 이런 본의 아닌 '우려'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특히, 한중전 패배시 중국 관중들의 반한 감정폭발은 중국 당국 자신도 걱정했던 바다. 경기를 앞두고 후난성 체육 당국은 "교양있는 축구 한중전 관람에 관한 가이드(关于文明观看中韩足球赛的倡议书)"라는, 웃지못할 공고문까지 냈다. 당일 경기장 주변엔 경찰을 만 명이나 투입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이렇게 고조되던 분위기가 한중전 한국 패배로 한풀 꺾인 듯하다. 물론, 그렇다고 사드 국면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외교소식통의 설명은 이렇다. 중국 정부는 명확히 '사드배치'에 반대 입장이지만, 일반 중국 국민들까지 이 문제로 필요 이상으로 들고 일어나, 당국이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며 과격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중국 정부는 정부의 통제 밖에서 집단적 행동을 하는 것을 그 무엇보다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더우기, 한국도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대응 수단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을 중국도 이미 알고 있다. 미 의회까지도 나서서 중국의 사드 보복을 규탄하는 결의안까지 발의한 상황이다. 중국 당국 스스로는 물론, 자국 매체의 보도나 민간의 행동 수위를 억제하고 통제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다음달 미중정상회담에서나, WTO의 무대에서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좋을 것은 없다.

이런 가운데에도 여전히 롯데 등 중국내 한국 기업은 '보복성 점검'을 당하고 있고, 실제 벌금을 부과당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베이징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사드 부지교환 계약 후 중국 내 고급 한국 식당은 매출이 40~50%, 심한 곳은 90%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비지니스에 장애되는 상황 나타나고 있고, 매출 감소는 물론, 광고 홍보나 신규사업 확장에도 곤란을 겪고 있다. 이 소식통은 "중국 당국은 아직은 한반도에 사드 배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배치되기 전 일정수준까지는 계속 긴장을 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향후 '반사드' '반한' 행보를 볼 때 중요한 고비가 되는 시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중국 당국이 중국내 롯데마트들에 대해 내린 한 달간 영업정지의 시한이 도래하는 4월 초다. 한 달 동안 계속된 영업정지 조치가 이후로도 더 늘어날 경우 롯데마트에서 월급을 받고 일을 해 온 2만여 명의 중국인 직원들이 직장을 잃게 된다.

중국은 자국 국민이 대량으로 일자리를 잃으면서 불만이 고조될 일까지 감수하면서 사드 보복에 앞장설까? 아니면 영업정지를 풀어준 뒤 또다시 사드 배치 일정의 진척 상황을 보았다가, 필요시 또다시 '점검과 단속, 벌금'의 칼을 빼들까? 어찌됐든 중국의 '사드대응'은 진행형이다.

축구를 이겨 당분간 '반한' '반사드' 움직임이 잦아드는 듯 하겠지만, 여전히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김민철기자 (km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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