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쌀 가공식품 진출·태양광 보급..3년내 농가소득 5000만원 목표"

오형주 입력 2017. 3. 27. 17:36 수정 2017. 3. 28. 04: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 취임 1주년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농협 존재목적은 농민보호
주식회사처럼 움직여선 안돼
'경영'보다 '농심' 우선해야
농가 태양광 설치비 지원
전기 팔아 농외소득 확대
경남 밀양에 쌀가루 공장
5월엔 쌀 가공식품 출시
내달 브라질 ICAO 참석
세계 농협의 지혜 배워올 것

[ 오형주 기자 ]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국 농업이 위기다. 수년째 지속된 쌀 공급 과잉으로 쌀값이 폭락해 농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농가에 지급해야 할 변동직불금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보조금 한도를 초과했다. 농민들이 지난해 정부에서 받은 공공비축미 대금 일부를 다시 토해내야 하는 초유의 상황도 벌어졌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64·사진)에겐 10만 농협 임직원과 함께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 농업의 밝은 미래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농협은 지난 1년 동안 ‘무박(無泊) 2일’ 행사를 세 차례나 열었다. 밤샘토론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으로 쌀 공급 과잉 등 악재를 뚫고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김 회장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는 “남은 임기 3년 동안 목표 달성을 위해 실천해나갈 75개 과제를 발굴했다”며 “과제 실천에 따라 농가소득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수치화해 매일 전국 조합장 모니터에 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취임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취임 후 줄곧 농심(農心)과 협동조합 정체성을 강조하셨는데요.

“농협이 농업인들에게 외면당하고 비판받은 것은 존재 목적을 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농협은 지금까지 마치 주식회사처럼 움직여 왔어요. 농민들은 농협에 ‘너희만 잘되면 다냐’고 꼬집었습니다. 앞으론 농민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요소·기술을 투입하고 유통·무역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신경 써야 합니다. 작년 3월14일 이념중앙교육원을 개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농협 10만 임직원 가슴에서 ‘경영’을 ‘농심’으로 바꿔놓을 것입니다.”

▷농가소득 5000만원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요.

“2015년 말 기준 농가 평균소득은 3722만원으로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5780만원의 64% 수준에 불과합니다. 농가소득은 농업소득, 농업 외 소득, 이전 수입 등으로 구성됩니다. 농업소득은 지난 20년간 연간 100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어요. 생산비는 꾸준히 올랐는데 농산물 가격은 거의 정체됐거나 떨어졌죠. 농산물 가격을 어찌할 수 없다면 해법은 결국 생산비를 낮추는 것입니다. 농약과 비료, 농기구 등의 가격을 낮춰야 합니다. 농협중앙회가 전국 농민의 수요를 모아서 대량구매로 가격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년에만 비료 가격을 17%, 농약값도 7% 낮췄습니다. 농협은 이런 협동조합의 이점을 지난 20년 동안 거의 살리지 못했어요.”

▷농업 외 소득을 끌어올릴 방법은 무엇입니까.

“농협이 농업 외 소득을 높이기 위해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 태양광입니다. 그동안은 전기 판매가격 불안정 등을 이유로 매력이 낮았지만 최근 정부의 제도 개선으로 많이 나아졌어요. 농협은 농가 태양광 설치비의 70%까지 융자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정부의 농촌 태양광 지원까지 더하면 지원 비율이 88%에 달합니다.”

▷규제는 없습니까.

“농촌 지역 지방자치단체가 잇달아 조례를 신설하는 게 문제입니다. 농가에서 500m 이내엔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요. 예전에 외지에서 온 태양광 사업자들이 무분별하게 발전기를 설치하자 농민들 요청으로 지자체가 조례를 만든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쌀값 하락을 막을 대책이 없을까요.

“생산을 줄이고 소비는 늘리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입니다. 농협은 쌀 생산조정제 일환으로 올해 90억원을 들여 논 30㏊에 조사료 시범단지 조성을 추진 중입니다. 조사료 벼는 2개월만 키우면 알맹이가 생겨 수확할 수 있죠. 베어낸 뒤 또 심으면 이모작도 가능합니다. 조사료 판매가격과 쌀값 간 차액을 파악한 뒤 보전 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쌀 소비를 늘릴 방안이 있습니까.

“요즘 젊은이들에게 아침밥 좀 먹으라고 타이른다고 먹겠습니까. 과자, 빵, 국수 등 가공식품에서 밀가루 대신 쌀가루 사용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농협은 622억원을 들여 경남 밀양에 쌀가루 공장을 짓고 있어요. 그 옆에는 오리온과 합작 투자한 쌀과자 공장이 들어섭니다. 국민 1인당 연간 밀가루 소비량 중 10㎏만 쌀가루로 대체해도 쌀 소비를 30만t가량 늘리는 효과가 납니다. 쌀과자는 수출도 가능해요. 농협 자체적으로도 오는 5월 농협식품회사를 설립해 쌀 가공식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동부, LG 등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잇달아 실패했습니다.

“한국 농업은 가구당 평균 경지면적이 1.5㏊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합니다. 대부분 연로한 분들이 자기 땅에서 농사를 짓고 거기서 나오는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수십만㏊씩 어떤 한 품목을 집중적으로 대량생산하겠다고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당장 그 품목은 더 이상 수급 조절이 불가능해져 가격이 급락할 것입니다. 물론 농업의 6차산업화, 스마트팜 확대 등은 한국 농업이 반드시 해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농사를 크게 지어보겠다는 ‘대농’도 조금씩 등장하고 있고요.”

▷차기 농협금융 회장 선임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옵니다.

“제게 어떤 실질적 권한은 없습니다. 금융지주 회장 선임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알아서 하는 것이죠. 다만 앞으로 농협금융은 좀 더 글로벌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해외 투자도 적극적으로 해야 하고요. 차기 금융지주 회장은 농업·농촌이 배경이 되는 농협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면서 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덕망있는 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금융산업은 정부와의 관계 형성이 중요한 특수성이 있는 만큼 정부와 네트워킹을 잘할 수 있는 분이면 더욱 좋고요.”

▷지난해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 회장으로 추대됐습니다.

“1951년 창설된 ICAO는 세계 농협을 대표하는 비정부 국제기구로 28개국 36개 농협을 회원으로 두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지만 제 역량보다는 세계 4위 한국 농협의 위상으로 인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다음달 3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ICAO 집행위원회에 참석해 세계 농업 주요 현안에 관해 각국 농협의 지혜를 모을 계획입니다.”

△1953년 전남 나주 출생
△1974년 광주농업고 졸업
△1999년 광주대 경영학과 졸업
△1999~2012년 남평농협 조합장
△2004년 농협중앙회 이사
△2010년 전남대 농업경제학 박사
△2013~2015년 NH무역 대표
△2015년 농협양곡 대표
△2016년 3월~ 농협중앙회장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