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자 여변호사와 남자 앵커, 상처만 남긴 네거티브

하성태 입력 2017. 3. 27. 17:13 수정 2017. 3. 2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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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의 드라마틱] '미드' <굿와이프> 시즌6의 '네거티브, 그 필요악에 대해'

[오마이뉴스 글:하성태, 편집:김미선]

 미드 <굿와이프>.
ⓒ CBS
"치졸한 속임수가 아님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인터넷 등에서 선보이는 정당한 네거티브 광고까지 혐오하고 있다. 네거티브란 말은 이제 상대후보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물론 상대가 원래부터 무언가 잘못된 사람이라는 의미까지 함축한 '포괄적 경구'가 돼버렸다. 또한 네거티브가 횡행하는 미국식 선거 운동 시스템은 미국 정치에서 가장 유감스러운 점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정치학계와 언론계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이야말로 정치 담론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유권자들을 서로 격하게 반목시킨다고 지적한다."

여기까진 일반론이다. 나아가 <네거티브 전쟁-진흙탕 선거의 전략과 기술>의 저자 데이비드 마크는 그러면서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상업 마케팅과 비교한다. 일반 상업 광고라면 경쟁 타사 제품을 향한 비방 광고에 주의해야 하지만 정치 마케팅은 이와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네거티브 전략은 특히 지지율이나 인지도가 낮은 후발주자에게 확실히 용이하다. 선거전은 한시적인 만큼, 유력 상대를 향한 비방은 자신의 지지자를 결집시키거나 상대 지지자들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상품 판매전과 달리 정치 판매전은 소비자인 특정 유권자가 질려 하는 정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제 정치에서는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참여가 줄어드는 게 목표가 되기도 한다. 정치인은 자신에 대한 투표율만 올라간다면 전체 유권자 투표율이 하락하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이상은 이상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눈앞에 표 앞에서 '네거티브'라는 손쉬운 전략을 기어코 마다할 정치인이 얼마나 있으랴. 더욱이 그 '네거티브'의 요인이 상대방을 무너뜨릴 결정적인 '한 방'이라면 어쩔 텐가. 당신이라면, 그 달콤한 '악마의 유혹'을 과연 참아낼 수 있겠는가. 단기간 지지율을 끌어올리거나, 상대 지지율을 떨어뜨릴 상대방과 관련된 히든카드가 존재한다면, 짐짓 모르는 척 할 수 있겠는가.

여기 미 시카고 '주검사' 선거에 나선 한 여성 변호사가 있다. 그의 상대는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를 연상시키는 청렴하고 진보적인 인기 뉴스 진행자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네거티브' 전략을 쓸 생각도, 쓰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어디 선거전이 자신들 마음대로 흘러가기 마련이던가. 이렇게 <굿와이프> 시즌6이 펼쳐내는 주검사 선거전은 네거티브 전략이 왜 필요악인지, 왜 후보들이 그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페미니즘 법조 드라마이자 정치 드라마였던 <굿와이프>

  '미드' <굿와이프> 시즌6에 카메오 출연한 미국의 유명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테이넘.
ⓒ CBS
지난해 배우 전도연 주연으로 tvN이 리메이크해 화제를 모았던 <굿와이프>. 2006년 7시즌으로 막을 내린 미 CBS의 동명원작은 법정드라마의 탈을 쓴 페미니즘 정치드라마였다. 주인공은 잘 나가던 검사 남편의 성추문으로 인해 전쟁터와 같은 시카고 법조계에 발은 담근 알리샤 플로릭(줄리아나 마굴리스 분)이었다.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생계를 위해 과거 '썸남'이었던 남자의 로펌에 1년짜리 비정규직 변호사로 취직해 고군분투한다.

매회 그와 그가 속한 로펌이 마주하는 '케이스'를 다루는 <굿와이프>는 그와 함께 알리샤와 로펌 동료들, 그 가족의 이야기를 아주 촘촘하게 직조한다. 잘 짜인 법정 극은 기본이요, 주검사와 주지사, 대통령 선거전도 등장하고, 멜로드라마와 가족드라마까지 아우른다.

주인공 알리샤는 수사관과 사건을 파헤치고, 법적 지식과 임기응변으로 대개 승소를 이끌어낸다. 그 사이 남편은 누명을 벗고 자신의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바탕으로 주검사에 이어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한다. 사회 초년생과도 같았던 알리샤도 노련한 변호사로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네거티브 선거전을 소재로 다룬 편은 시즌6이다. 파트너 변호사로 성장한 알리샤는 주지사가 된 남편의 보좌관으로부터 주검사(미국은 주검사 직선제를 실시하고 있다) 선거전에 뛰어들 것을 제안 받는다. 처음엔 극구 부인하지만, 결국 알리샤는 "내가 어때서?"란 심정으로 선거전에 뛰어든다.(시즌6 3화에서는 미국의 실제 저명한 페미니즘 활동가인 글로리아 스테이넘이 카메오로 출연, 고민하던 알리샤에게 출마를 응원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알리샤는 이미 성추문 스캔들에 휩싸인 검사 남편의 기자회견 때도 그 옆을 지켰던 '성녀' 아내의 이미지로 전 미국인들에게 각인된 인지도의 소유자였다. 헌데, 직접 뛰어든 선거전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상대 후보를 비방해야만 하는 현실이 딱 죽을 맛이다.

결국 선거는 '누가 더 깨끗한가'보다 '누가 더 깨끗하게 보이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은 물론 가족의 과거사까지 먼저 탈탈 털어봐야 한다. 알리샤는 남편과의 별거는 기본이요 게이 동생의 애인의 직업과 대학생 아들의 1년 전 여자친구가 낙태를 했던 사실까지 (알고 싶지 않았지만) 대처해야 한다. 힐러리 클린턴을 연상시키는 '이메일 유출' 사건을 겪으며 자신의 애정사가 담긴 이메일도 감춰야 하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선거 참모들이 권유하는 건 한 가지. 당연히 상대 후보의 약점들이다. 상대방은 아내와 사별한 뒤 10년이나 결혼을 안 했다는 이유로 게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중이다. 알리샤는 끝끝내 그를 포함한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상대 후보는 직통 번호를 주며 "우리끼리는 (네거티브를) 절대 하지 말자"며 힘든 일이 있을 때 상의를 하자고 한다. 실제로 알리샤와 상대 언론인은 따로 만나 선거전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정치혐오' 유발자이자 '필요악'인 '네거티브' 선거전 

 미드 <굿와이프>의 주연 배우들.
ⓒ CBS
맞다. 드라마에서나 있을 수 있는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굿와이프>는 지극히 현실적인 드라마다. 결국 양 캠프가 벌인 네거티브 전략에 두 사람 모두 발끈한다. 급기야 과거 애정사를  캐내는 기자까지 출동(?)한다. 영원할 것 같은 평화협정도 잠시, 선거 막바지에 이르면서 얄리샤의 캠프 역시 네거티브를 포함해 쓸 수 있는 전략은 모두 끌어다 쓴다. <굿와이프>는 네거티브 전략이 필요악이면서 필요'약'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리들리 스코트 감독(과 작고한 토니 스코트 감독)이 기획자로 참여한 <굿와이프>. 제작자 미셸 킹과 로버트 킹 부부는 영민하고 지적이다. 이미 <굿와이프>는 전반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스탠스'를 드라마 전편에 입히면서도 미국 내 진보와 보수의 첨예한 갈등과 이슈 전쟁을 개별 법률 사안들에 적절하게 대입시키는 기지를 발휘했던 터였다. 그런 영민함은 전편에 녹아 있다. 심지어 알리샤의 모델은 힐러리 클린턴도, 성매매로 인해 사임했던 뉴욕 주검사장 출신의 주지사 엘리엇 스피처와 변호사였던 그의 아내 실다 스피처일 수도 있었다. 

그런 만큼, 시즌6에서도 선거전에 뛰어든 '초짜' 여성 변호사의 정치 도전기를 순진하게 그릴 생각이 없다. 선거 초반, '사실'과 '진실', '이상'을 추구하던 알리샤도 점차 참모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면서 '내 갈 길만 가도 충분하다'던 알리샤는 선거전이 심화되면서 내부 여론조사나 뉴스 보도, 이미지 전략에도 적극 관여하고 신경을 쓰게 된다. 필요악과도 같은 네거티브 전략도 결국 용인하면서.

그렇다면 알리샤는 결국 타락한 여타의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정치인으로 전락한 걸까. 제작진은 그 판단의 몫을 자연스레 시청자들에게 돌리는 듯하다. 그래서, 선거 결과는 어떻게 됐느냐고? 간발의 차로 승리한 알리샤는 상대 후보에게 부검사장이 되어 달라고 제안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겠는가.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얼마 후, 의도치 않은 선거 부정이 드러나고 알리샤는 결국 주검사직을 자진 사퇴한다)

조기대선 정국이 한창이다. 정권교체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드높다. 제1야당의 지지율이 유례없이 50%를 상회하는 만큼 당내 경선에서 '역대급' 경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그 와중에 '네거티브'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어느 후보는 "세월호 배지를 왜 달았다 뗐다"하느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또 어떤 후보는 "왜 자신의 선의를 몰라주느냐"며 서운해 하고, 유력 후보는 "같은 팀으로서 네거티브를 자제하자"고 갈음하고 있다.

대개 입이 문제다. 후보의 입도 입이지만, 캠프 내 인사들의 입도 무시 못 할 파급효과를 지닌다. 특히나 소셜미디어 시대의 선거전은 지지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거친 비방전도 각 후보를 흠집 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당내 경선이니만큼 전면적인 네거티브전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본선의 막이 오르면 조기대선에서도 이 필요악의 향연은 공공연하게 펼쳐질 것이다. 

결국 단기전에서 '네거티브'라는 유혹은 더 강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명심해야 할 것은 그 유혹에 너무 깊게 다가서는 순간 네거티브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리라. 상존하는 저격수들이 한 둘이 아니지 않은가. 성난 상대 캠프 일수도, 상대 후보의 지지자들 일수도, 특종에 목마른 언론인들일 수도 있다. 그러니 명심하시길. 네거티브는 필요악인 부메랑이라는 점을. <굿와이프>의 선거전은 일시적인 해피엔딩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현실이 더 독하고 냉혹한 '리얼 월드'이지 않던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첫 경선이 오후 2시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후보자들의 등장과 함께 마침내 시작됐다. 왼쪽부터 안희정, 문재인, 최성, 이재명 후보.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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