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켈 임의탈퇴 공시, 외인 선수의 리그 부적응 대책은?

김승훈 2017. 3. 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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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개인 가정 문제까지 겹치며 리그 부적응 문제 발생, 보다 심층적인 관리 필요

[오마이뉴스김승훈 기자]

KBO리그에서 각 팀에 중요한 플러스 전력 요소 중 하나는 외국인 선수(용병)다. 비록 한 팀에서 3명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경기에 2명 출전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다른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의 영입을 통해 야구 교류 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외국인 선수들 중 KBO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한 팀에서 오랫동안 뛰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들로는 대표적으로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와 앤디 밴 헤켄(넥센 히어로즈) 등이 있다. 이들은 뛰어난 성적뿐만 아니라 인성 등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니퍼트는 뛰어난 성적도 성적이었고, 외적으로 이혼 등의 가정사가 있었으나 한국인 여성과 재혼까지 하는 등 야구 외적인 한국 생활에 있어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밴 헤켄은 잠시 일본 리그에 가긴 했으나 웨이버 공시되자마자 바로 넥센에 복귀하는 등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리그 적응에 성공하지 못하며 팀을 떠나는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심지어 원래 계약하는 한 시즌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시즌 중반에 팀을 떠나는 선수들까지 있다. 겨울에 영입했지만 정규 시즌을 치르지 못하고 팀을 떠난 선수까지 발생할 정도다.

개인 가정 문제가 겹친 마켈, 정규 시즌 1경기도 뛰지 못하고 임의탈퇴

이번에도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영입했던 외국인 투수 파커 마켈에 대하여 임의탈퇴 공시를 신청한 것이다. 처음부터 기량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개인의 가정 문제가 겹치면서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 것이다.

당시 마켈은 지난 2016년 12월 52만 5천달러에 롯데와 계약했다. 구단에서는 193cm의 키와 100kg의 체격을 갖춘 오른손 정통파 투수가 시속 150km 이상의 빠른 속구를 던지며 땅볼 유도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며 큰 기대를 걸었던 선수였다(마이너리그 통산 34승 26패 평균 자책점 3.99).

롯데에서는 2015년과 2016년 팀에 큰 역할을 해 줬던 조시 린드블럼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마켈을 영입했다. 린드블럼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초청선수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팀을 떠났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기대가 컸던 마켈은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생활에 있어서 큰 사고를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스프링 캠프를 치르던 일본에서부터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등 좀처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다.

개인적인 가정 문제도 마켈을 힘들게 했다. 다른 생각을 떨쳐내고 야구에만 집중해도 야구하기 힘든데, 힘든 일로 인하여 걱정에 휩싸이다 보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시즌을 제대로 준비할 수도 없었다.

이 때문에 마켈은 마운드에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 3월 18일 부산 연제구 사직종합운동장에서 열렸던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3이닝을 던지며 시속 150km 대의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면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그 이후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다시 등판하지 못했다.

결국 마켈은 이대로는 정규 시즌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결과, 스스로 구단에 계약 해지 의사를 요청했다. 팀에 더 큰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힘들지만 선수가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롯데는 이를 수용하고 임의탈퇴 공시를 신청, 즉시 새로운 선수 영입에 나설 전망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선수들, 안정적인 경기력을 위한 배려 필요

그래도 마켈의 경우는 정규 시즌을 치르기 전에 스스로 계약 해지를 요청한 사례다.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부상을 당하며 안타깝게 팀을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다른 이해 관계에 있어서 드러난 문제에 비하면 선수가 양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국인 선수들에 대해서도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는 더욱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단순히 선수로 활약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되어 있는 시즌 동안 자신의 모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점은 구단 측에서도 비즈니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경우 오래 기다려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FA 자격을 얻으면 다년 계약을 할 수 있는 한국인 선수들과는 달리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KBO리그에서 1년 단위로만 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 팀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는 장기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도 매년 재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에스밀 로저스(전 한화 이글스)의 경우처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 등 시즌을 통째로 날리는 결과가 나오게 되면 아무리 선수와 정이 많이 들었어도 눈물을 머금고 선수를 방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구단 비즈니스다.

이렇다 보니 니퍼트나 밴 헤켄처럼 한 팀에서 오랫동안 뛰는 외국인 선수를 보기란 참으로 힘들다. 좋은 선수가 있으면 장기 계약으로 붙잡고 싶은 것이 팀의 입장이지만 규정 때문에 장기 계약을 할 수가 없고, 그렇다 보니 한 시즌을 제대로 보내기 힘들 것 같으면 방출할 수밖에 없다.

일본 리그의 경우 외국인 선수와도 다년 계약을 할 수 있으며, 장기간 활약한 선수에 대해서는 외국인 경기 출전 인원 쿼터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다국적 선수들로 이뤄진 메이저리그는 출전 인원 한도가 아예 없다. 선수층이 상대적으로 얇은 KBO리그에서 출전 인원 한도 폐지까지 바랄 수는 없지만, 용병들이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경기를 할 수 있게 배려가 팔요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필수요소다.

일단 롯데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선수를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 선수와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에 도착하여 실전에 등판할 때까지 공백에 의한 전력 약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처럼 안타까운 사례를 막기 위하여 선수 계약 제도에 대하여 보다 배려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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