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레깅스 입고 비행기 타지 마" 여성들 열받았다

손호영 기자 입력 2017. 3. 27. 16:48 수정 2017. 6. 1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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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쫄바지, ‘레깅스’를 입은 여성들이 비행기 탑승을 거부당했다.

이를 두고 미국 여성들은 “왜 레깅스를 입고 비행기를 탈 수 없느냐”, “현장에 있던 소녀들 아버지는 무릎 위로 올라오는 반바지를 입었는데 아무 문제 없이 비행기에 탔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평범한 젊은 여성들에게 레깅스는 운동복 범위를 훨씬 넘어 평상복이자 외출복이기 때문이다.

26일(현지 시각) 오전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레깅스를 신고 덴버 국제공항에서 미니애폴리스로 가려던 10대 소녀 3명의 탑승을 막았다. 1명은 가방에 있던 치마를 덧입고 탑승했지만, 나머지 2명은 결국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한 승객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항공사 여직원이 이들에게 ‘스판덱스(레깅스 형태 요가바지) 차림으로 기내 탑승을 할 수 없다’며 다른 옷으로 갈아입거나 레깅스 위에 치마를 입을 것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언제부터 유나이티드에어라인(UA)이 여성의 옷차림을 점검했느냐”며 “항공사 측은 여성이 운동복도 못 입게 하는 것이냐”고 했다.

논란이 일자 항공사측은 “운송계약에 따라 항공사는 부적절한 옷차림을 한 승객을 제재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항공사의 운송 계약에 따르면 ‘맨발이나 복장이 불량한 승객’은 직원 재량으로 제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불량한 옷차림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조나단 게린 UA 대변인은 “일반승객의 경우 요가복을 입든 레깅스를 입든 탑승을 제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직원용 탑승권을 사용할 경우 회사 내규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레깅스 패션'을 즐기는 미국 모델 켄달 제너./인터넷 캡쳐

레깅스, 미국 여성의 일상복

앞서 미국에서는 숏팬츠를 입고 비행기에 탑승하려던 여성이 거부당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여성의 가슴골을 내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개방적인 데 비해, 상대적으로 하체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인식이 있는 편. 우리나라와는 ‘노출 개념’이 상반되는 경향이다.

그러나 이번 ‘레깅스 탑승금지’는 이전 솟팬츠 논란 때보다 더 거센 편이다. 뉴욕 등으로 대표되는 동부 해안지역과 로스앤젤레스의 서부해안지역에서 레깅스는 젊은 여성들의 ‘교복’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바지를 위협할 정도로 사랑받는 레깅스 인기에 힘입어 미국에서는 100만원짜리 레깅스까지 나왔을 정도다. 레깅스 인기에 미국 패션사이트에는 ‘비행기 탈 때 레깅스 스타일 있게 입는 법’ 같은 항목이 따로 기사로 작성되어 올라오기도 한다. ‘레깅스를 입으면 비행기 탑승이 거부된다’는 사실에 미국 여성들이 ‘멘붕’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레깅스 대신할 다른 바지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UA 트위터 캡쳐

유나이티드 항공, “일반 고객들의 레깅스를 환영합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27일 입장을 내고 “일반 고객들에게는, 레깅스를 환영한다(your leggings are welcome)”고 밝혔다. 그럼 레깅스를 입고 탑승하려던 세 명의 소녀는 왜 환영받지 못했을까.

유나이티드 측은 “탑승을 거부당한 여성들이 ‘직원 가족용 탑승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엄격한 복장 규정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공식 입장을 내고 “항공사에 근무하는 직원과 친지, 친구들은 ‘패스라이더(Pass rider)’라는 제도를 통해 전 세계 제휴 항공사를 이용할 때 무료 혹은 크게 할인된 항공 여행의 혜택을 받는다”며 “이 혜택을 이용할 때 모든 직원과 패스라이더는 유나이티드 대표로 간주하며 복장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이 탑승권을 가지고 타는 고객은 개인이 아닌 회사의 일원이므로 항공사 자체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일반 승객들은 OK, 직원·가족들은 품위 지켜야”

이는 국내 항공사인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 측은 “일반 승객의 경우 복장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지만 ‘직원용 항공권’을 이용할 경우 발권할 때 복장 규정에 대한 안내를 한다”고 했다.

대한항공 측은 “항공사 직원의 경우 자사가 아닌 다른 항공사에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는데, 그 조건 중 하나가 복장 규정 준수”라며 “수트를 입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품위 유지를 위해 노출이 심한 옷이나 슬리퍼를 피하게 하는 등 ‘깔끔한 옷차림’을 권장한다”고 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아버지는 짧은 반바지를 입고도 통과가 됐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대한항공은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 규정이 적용된다”며 “각 나라의 문화와 상황에 따라, 상식선에 어긋나지 않는 노출에 대해서는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옷을 벗고 타는 것은 어떨까. 대한항공 측은 “옷을 입지 않았다면 탑승 수속을 하기 전에 제지당할 것이고, 비행기 안에서 옷을 벗는다면 소란 행위로 간주해 승무원이 ‘옷을 제대로 입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레깅스 OK, 슬리퍼 OK”

아시아나항공 측은 “항공사에서 승객에게 요구하는 특별한 복장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아시아나 측은 “안전상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 승객이든 직원용 항공권을 이용하는 승객이든 복장을 제한하지 않는다”며 “현장에 문의한 결과 실제로도 복장으로 문제를 일으킨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비교적 편안하게 옷을 입는 기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 측은 “오래 비행할 경우 파자마나 트레이닝복을 입는 승객도 있다”고 했다. 노출이 심해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에도 제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기내가 은근히 추워서 그렇게 입기는 어려우실 것”이라며 “그렇게 입었다가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감기에 걸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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