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이슈] '평행이론?' 네덜란드 감독 경질로 읽는 슈틸리케의 위기

유현태 기자 2017. 3. 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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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은 남겠지만, 아버지는 떠난다. 경질된 네덜란드 대니 블린트 감독(왼쪽)과 달레이 블린트.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네덜란드 대니 블린트 감독이 경질됐다. 블린트 감독의 경질에서 한국 축구 대표 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위기가 읽힌다.

네덜란드는 26일(이하 한국 시간) 불가리아 소피아 바실 레프스키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최종예선 5차전에서 불가리아에 0-2로 졌다. 네덜란드는 5경기에서 2승 1무 2패(승점 7점)로 최종예선 반환점을 돌았다. 승점 13점으로 조 1위를 달린 프랑스 추격은 고사하고,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걸린 조 2위 스웨덴과 승점 차이도 3점으로 벌어졌다.

문제 해결책은 '감독 경질'이었다. 네덜란드축구협회는 27일 공식 홈페이지로 "결과는 실망스러웠고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이 힘들어졌다. 불행히도 블린트 감독과 작별할 수 밖에 없었다"고 알리며 블린트 감독을 경질했다.

블린트 감독의 공격 전술 부재, '기책'에 가까운 선수 기용 등 팀을 위기에 빠뜨린 원인은 슈틸리케호의 위기와 묘하게 겹친다.

불가리아전 패배가 결정적이었다. 네덜란드의 점유율은 높았지만 위협적이지 않았다. 유럽축구연맹(UEFA) 통계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70%의 점유율을 기록해 불가리아를 압도했다. 슈팅 수도 10대6으로 앞섰지만, 유효 슈팅에선 오히려 3개를 기록해 불가리아의 4개보다 적었다.

최근 '두 줄 수비'의 발전과 함께 역습 전술이 다듬어지면서 상대적 약팀들의 반란이 많아졌다. 불가리아에는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없었다. 반대로 네덜란드엔 아르옌 로벤, 달레이 블린트 등 유럽 명문 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선수 개개인의 실력 그리고 무게감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뛰어난 선수들도 하나로 묶을 전술이 없다면 의미가 없었다.

점유를 강조했지만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공격 전술이 형편없었다. 공을 잡은 선수만 움직였다. 패스를 줄 곳을 찾지 못했다. 횡패스와 백패스로 점유율은 높였지만, 종적인 침투 패스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당연히 찬스는 없었다. 네덜란드는 불가리아의 두 줄 수비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고, 수비 조직 외곽만 돌면서 답답한 공격을 펼쳤다.

▲ 위기의 슈틸리케 감독. '우리도 당신이 잘했으면 좋겠어요.'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에서 3승 1무 2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에 0-1로 패하고도, 시리아가 우즈베키스탄을 1-0으로 이겨 어부지리로 2위를 지켰다. 28일 경기를 치를 상대는 기세가 오른 시리아전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최종예선 내내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슈틸리케호도 중국전에서 불가리아전의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무의미한 '점유'를 했다. 점유가 공격 기회의 증가를 의미하지 않았다. 공을 잡은 선수는 바쁘게 움직이지만, 동료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없었다. 당연히 패스 줄 곳은 없었고 백패스만 반복했다. 점유율에 비해 위협적인 찬스도 없었다. 기성용, 구자철 등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로 어쩔 수 없는 전술적 문제가 있었다.

답답한 공격은 단순히 무득점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습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공격이 풀리지 않아 무리한 패스를 하다가 공을 빼앗겼을 때 위협적인 역습 찬스를 줬다. '점유율' 축구의 특성상 공격 전개 때 수비가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 역습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두 감독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기용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그 어느 때보다 결과가 중요했지만 새로운 카드를 시험했다. 블린트 감독은 불가리아전에서 1999년 생 마타이스 데 리트를 선발로 기용했다. 데 리트는 불안한 볼 처리로 2골 모두 실점의 빌미를 줬다.

슈틸리케 감독도 K리그 클래식에서 활약하는 공격수들을 외면하고 논란이 있었던 이정협과 아직 발이 잘 맞지 않는 고명진을 기용했다. 결과를 냈다면 사그라들 문제였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부진한 경기력과 최악의 결과를 냈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적 능력 부족과 맞물리면서 오히려 선수들이 비난을 받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사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정협은 소속 팀 부산 아이파크에선 3경기 연속 골을 성공시켰다. K리그 챌린지에서 활약하는 선수라고 무시할 기록이 아니다. 더구나 중국 슈퍼리그의 투자가 어마어마하다고 하지만, 주로 공격수에 영입에 치중돼 있다. 이정협의 장점을 잘 살렸다면 중국전에서 득점을 터뜨릴 수도 있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결국 '구슬 서 말'을 두고도 '꿰지 못한' 감독의 책임으로 돌아가야 한다.

블린트 감독과 함께한 18개월 동안 부진하기만 했던 네덜란드의 선택은 '경질'이었다. 선수 기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불가리아도 중국도 성과를 내는데, 강호를 자처하는 네덜란드나 한국이 추락하는 것은 분명 감독의 역량, 그 가운데서도 전술의 문제다.

현재 슈틸리케 감독에겐 기회가 남았다. 어찌 됐든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는 2위는 지키고 있다. 그러나 전술적 문제 해결 없이는 다시 위기는 찾아온다. 네덜란드 블린트 감독의 전철을 밟아 중도에 팀을 떠나야 할 가능성도 있다. 28일 시리아전에서 승리는 물론 경기 내용까지 잡아야 작은 반전을 바랄 수 있다. ■ 오늘의 스포츠 소식 '스포츠 타임(SPORTS TIME)'은 매일 밤 10시 SPO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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