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톨 같은 남경필의 얼굴이 빨개졌다

2017. 3. 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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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바른정당 대선 경선 후보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말하는 ‘사회교육’과 가족 그리고 세월호

<한겨레21>이 세 번째 대통령 후보를 만났다. 이재명 성남시장(제1152호), 안희정 충남도지사(제1154호)에 이어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만나 그의 대표 공약인 ‘사교육 폐지’를 집중 분석했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해온 코미디언 김미화씨가 이번에도 꼬치꼬치 캐물었다. 대선 후보의 대표 공약 하나에 집중하는 것은 여러 공약들을 일방적으로 나열해 얕은 분석을 내놓기보다 단 하나의 공약이라도 제대로 파헤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선 사교육 폐지 국민투표가 가능한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지 등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주로 파고들었다. 인터뷰 동영상은 <한겨레21> 페이스북, 한겨레TV 유튜브 계정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은 박상현 교육연수 수료생, 김현빈 객원PD가 기획·제작했다. 남경필의 대선 일정과 더불어 개인 일정까지 따라가며 찍은 ‘후보 B컷’, 공약을 검증한 ‘반대심문’, 후보가 써낸 책을 살펴보는 ‘대선 북리뷰’도 담았다. _편집자
남경필  약력
1965년 경기도 용인 출생 1988년 연세대 사회사업학과 졸업 1993~94년 <경인일보> 기자 1996년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1998~2014년 제15~19대 국회의원 2006~2007년 한나라당 새정치수요모임 대표 2010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2011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2012년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 2014년 경기도지사 당선 2016년 새누리당 탈당, 바른정당 입당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현재까지 사고 당시 대통령의 7시간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나는 보수 대표 주자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세월호 이야기를 하면서 울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지난 3월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경기도 서울사무소에서 그와 인터뷰 도중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당일부터 보름 동안, 같은 당 정병국 의원과 함께 현장에 있었다.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생각하면서 ‘우리 대통령은 왜 안 오시나’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단다. 대통령이 빨리 달려와서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하고 사과해야 했는데 그게 참 아쉽다고도 했다.

“그때 가족들이 얼마나 분노했으면…. 사고 수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분노에 차 있었는데 얼굴 알려진 사람이 남경필과 정병국이니 우리에게 소리 지르고 욕하는데 저는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미안하고 송구스러워 그 욕을 달게 받았어요. 어떤 가족은 책상을 들어 저를 향해 내리치려다가 차마 던지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다 체육관 바닥에 던져버리고 철퍼덕 주저앉아 엉엉 울더라고요.”

그 이야기만으로도 당시의 암담하고 급박한 상황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던 남경필 지사도 눈시울이 벌게지더니 가슴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다. “아이, 미화씨가 우니까 나도 눈물이 나잖아요.”

의외였다. 나는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던 남경필 지사가 세월호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릴 줄 상상도 못했기에 조용히 메모해두었다. 남경필. 세월호. 눈물. 하얀 손수건.

이 글을 쓰기 위해 옛 기사를 뒤졌다. 그의 진심을 알아야겠기에. 기록을 보니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남경필 지사는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가 미흡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대통령 탄핵을 바라보는 남경필 지사의 심정도 물어보았다. “경기도의 아들 남경필이 대한민국의 딸 박근혜를 지켜내겠습니다.” 그가 2014년 지방선거 유세에서 한 말 아니던가.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일을 잘하실 거라 믿었어요. 경제문제만큼은 잘하실 거라 생각하고 지켜봤는데 실망스러웠어요. 그래도 외교만큼은 잘하겠지 했는데 외교도 보시는 바와 같이 그래요.”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며 대표로 모시던 사람을 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이 잘한 일과 잘못한 일에 대해 거침없는 평가를 내놨다.

세월호 떠올리며 꺼낸 하얀 손수건

살면서 돈에 쪼들린 적 있어요?

쪼들린 적은 없죠.

부럽네요.

다른 차원의 어려움은 있었는데 다른 사람에 비하면…. 꼭 겪어야 어려움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세상을 드라마틱하게 바꾼 위인을 보면 의외로 ‘금수저’가 많습니다. 대표적 위인이 루스벨트, 석가모니, 슈바이처예요. 거꾸로 세상을 극단적으로 개혁하다 힘없는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사람이 세상을 바꾼 경우도 있지만요.

얼마나 마음을 열고 상대를 이해하느냐의 차이이지 출신 차이는 아니에요. 제가 여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언제냐면요, 그날 세월호 당일이에요. 도지사 선거 토론이 있었는데 토론 안 하고 바로 현장으로 갔어요.

기억하시네요? 아직 기억 못하는 분도 있는데요.

저도 당시 대통령의 행동이 이해가 안 돼요.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현장을 안 와요? 현장에 가니 정치인들이 어마어마하게 왔어요. 밤 9시가 되니까 다들 가더라고요. 저는 보름을 안 떠나고 있었어요. 첫날 밤을 잊을 수 없어요. 거꾸로 생각해봐요. 아이들이 저기 들어가 있는데 아무도 없어요. 정부, 해경, 다 새벽 2시에 들어갔어요. 저하고 정병국 의원 둘이 있었어요.

(세월호 가족들이) 저한테 와서 해결하라 해서 새벽에 청와대 쪽과 통화도 했어요.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했어요. 부모님들이 화가 나니까 저를 책상으로 때리려 했어요. 분풀이할 대상이 없잖아요. 가만히 있었습니다. 결국은 못 때리고 책상을 집어던지고 우시더라고요. 정치인들이 그런 걸 받아줘야 하는데. (눈물) 아, 왜 저를 울컥하게 해요. 정치인들이 욕을 먹어야 해요. 그래야 국민들 마음이 풀려요. 박근혜 대통령이 온 날도 아쉬웠어요. 이미 그때는 포기했거든요.

첫날에는 아이들이 살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침에는 방법이 없었어요. 해경에 전화해 운반선을 불러서 가족들 모시고 해역으로 나갔어요. 가는데 잠수부들한테 연락이 왔어요.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환호했어요. 사흘 지나니까 포기하더라고요. 하나씩 하나씩 포기하면서 적막 같은, 어떻게 얘기할 수 없는 슬픔이 깔리는데…. 그때 대통령, 총리가 와서 차 안에서 물병 세례 받고 그랬어요. 매를 맞더라도 와야 해요. 때리지도 않아요. 가끔 화나면 욕은 하시지만. 얼마든지 와서 공감하고 그래야 하는데….

고맙네요, 그렇게 해주셔서.

그래서 제가 욕을 먹으려고 해요. 욕먹을 땐 기분 나쁘지만 어쩔 수 없죠.

따뜻한 공감, 이런 게 필요해 보여요.

정치하는 사람의 가장 큰 덕목은 자기가 완전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거예요. 거기서 민주주의가 시작돼요. 5천만 명이 투표한 걸 받아들이고 권력을 넘겨주는 거잖아요. 정치할 때 ‘틀리다’고 하면 안 돼요. 다른 거죠. 저는 진영으로 안 나눠요. 저 사람은 남과 대화하고 자기 의견이 잘못됐을 때 그걸 바꿀 수 있는 사람인지를 봐요.

그래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좋아해요. ‘명품 좌파’라고 하잖아요. 그런 분이 새 정부의 노동정책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저보다 훨씬 뛰어난 경험과 권위와 설득 능력을 갖춘 분들이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들은 극단적인 것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정치를 하고 싶어요.

지지율 1%는 우리가 벌 받는 것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마음이 어떠세요?

마음이…. 뭐라 그러나, 창피하고 당혹스럽고.

믿었던 사람이었나요?

부패는 없을 줄 알았어요. 박근혜 정부 평가할 때 집권 2년 차까지 외교는 잘한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면) 외교도 영 아니죠. 그래도 부패는 없을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것까지 무너져버렸어요.

국민에게 미안함이 많을 것 같은데요.

많죠. 그래서 우리가 벌을 받는 거죠. 지지율 1% 이렇게….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세요?

국민 마음에 달렸어요. 지금까지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했던 사람이 집권할 가능성은 낮아요. 그와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사람이 권력을 잡는다면 국민이 행복해질까요? 그건 아니죠.

어떤 집단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여준 건 권력을 완전히 독점한 모습이에요. 인사 독점이죠. 장관 밑에 산하단체, 국회의원 인사권까지 독점했어요. 우리가 모르는, 공적 권력을 부여받지 않은 사적 인물들이 그걸 좌지우지했죠.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는데 지금 문재인 후보 쪽이 그런 모습을 보여요.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자유한국당까지 집어넣는 대연정은 잘못됐어요. 거기까지 넣자고 하는 안 지사의 전술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큰 흐름은 대연정이 맞아요. 문 대표는 연정을 거부하고 있죠.

거부라기보다 대통령이 된 뒤에 거론하는 게 맞다고 한 것 아닌가요?

아니, 의지를 표명해야죠.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됐냐면, 대통령이 되기 전과 후가 바뀌어요. 개헌 얘기를 안 한 대통령이 없잖아요. (권력을) 잡고 나니까 더 잡으려고 (개헌 얘기를 안) 하는 거죠. 애매하게 얘기하면 안 됩니다.

키와 가족, 얘기하지 못했던 것들

트위터에 궁금한 질문을 받았더니 곤란한 질문도 나왔어요.

제가 그동안 키 얘기를 안 했는데 네이버TV <양세형의 숏터뷰> 하면서 그것마저도(공개가 됐어요). 양세형씨하고 제가 맨발로 키를 쟀는데 똑같아요. 167이래요.

작은 키는 아니네요. 혼자 외롭지 않으세요?

이혼 보도가 나간 뒤 잠을 못 잤어요. 친구들이 처음엔 어떻게 된 거냐고 묻다가 나중에는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본인은 외롭잖아요.

불편한 점도 있는데, 한편으로 새롭게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혼자 뭘 하는 게 이런 거구나 알게 되고. 제가 크게 삶의 고통을 받아온 사람은 아니잖아요. 요즘 해체된 가정이 많아요. 같이 살고 있어도 해체된 거나 다름없는 가족도 있고요. 관계 단절에서 고통을 많이 받는데 그걸 공유하는 마음도 있어요. 아, 이런 거구나.

괴롭게 살 필요는 없어요. 서로에게 좋은 길을 찾아야 해요.

애들 엄마랑 지금 편해요.

아이들은요?

아들 둘이 비슷한 시기에 군대에 갔는데 (문제를 일으킨 아이가) 학교를 때려쳤어요. 중국 베이징 칭화대학 다녔는데, 자기 잘못도 있고 남경필의 아들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느꼈을 거예요. 그동안 해온 게 부질없다고 생각했는지 딱 때려치우고 아프리카로 갔어요. 봉사도 하고요. 집행유예 2년을 받았거든요.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요.

어느 지역으로 갔어요?

모로코요. 제가 한번 갔어요. 정말 한국 사람을 볼 수 없는 곳이더라고요. 6개월 동안 한국말을 못했대요. 2년 지나 돌아와 독립 선언을 하더라고요. 집도 따로 구하고 힘든 아르바이트도 하고요.

교육에 관심이 많으신데, 어릴 때 자녀 교육은 어떻게 하셨어요?

사교육은 거의 안 시켰어요. 언어 교육은 좀 시켰고요. 나머지는 그냥 기본적인 체육. 언어도 초등학교 때 미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조금 당연하게 된 부분이 있죠.

사교육 대신 사회교육으로

많은 분들이 사교육에 휘둘리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만 뒤처지는 거 아닌가, 불안해하고요.

그게 마약 같다는 얘기를 한 건데요. ‘마약’ 얘기는 이제 안 하기로 했어요. 사교육 하는 분들과 대화했는데 다른 건 모르겠는데 마약사범 취급하는 건 가슴이 아프다고 해요. 사교육이 나쁘다고는 하겠지만 마약이란 말은 안 하겠다고 했어요.

왜 마약이라고 했어요? 늪도 있고….

사실 담배로 표현하려 했어요. 돈도 들어가고 몸에도 안 좋고. 더 선명하게 하려다보니…. 마음을 다친 분이 많더라고요.

사교육이 나쁘다고 단정지으면 공교육은 좋나요?

사교육이라 하지 말고 ‘사회교육’으로 전환시키자는 거예요. 어릴 때 학교에서 음악 교육을 받은 게 제 인생에서 소중한 자산이 되었어요. 사회교육 중 예술적 창의력이나 강한 체력을 기르는 건 학교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교육 하는 분들을 학교로 끌어들이는 거죠. 그분들을 교사로 채용하든지, 플랫폼 사업자로 끌어들여 사업하도록 하든지요.

지금 교원 확충이 안 되고 있는데요.

늘릴 거예요. 예체능 전공자로 일자리 못 잡은 분, 퇴직자, 사교육 종사자. 사교육 시장도 굉장히 큰 전환기에 있어요. 사교육도 양극화돼 있거든요. 나는 (사교육 관계자들에게) “임대료 내는 거 힘들지 않아요? 학교라는 플랫폼에서 합시다”라고 했어요.

방과 전과 방과 후로 나누자는 거예요. 저녁에 학교가 비어 있잖아요. 학교라는 공간에 집어넣자는 거죠. 간단한 문제는 아니에요. 프로세스는 이겁니다. 국민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사교육 철폐합시다. 모든 교육은 사회교육으로 전환해서 공적으로 합시다. 나머지는 금지합시다.”

이 투표에 동의해주면 국회에 요청해야죠. 이렇게 한 뒤 1년 정도 토론해야 해요. 학교 안에 무엇을 끌어넣을 것이냐, 학교 바깥에 있는 시설이나 체육시설 같은 것을 어떻게 활용할 거냐. 1년 가까이 토론해서 2020년쯤 시행하는 거죠.

학창 시절에 야자(야간자율학습) 하셨죠?

있었는데 놀았죠. 공부한 기억은 없어요. 수업 시간에 떠든 기억이 있고, 저는 공부를 많이 안 했어요.

학교에서 아이들이 정말 행복할까요? 어른 생각으로 사교육비 많이 드니까 공교육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는 건데 아이들이 정말 행복할지가 문제잖아요. 야간에 학교 안에 다 집어넣는 것보다는 개별로 아이들을 맡아서 지도하는 교육 환경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정원을 줄여서요.

정원은 줄게 돼 있어요. ‘인구 절벽’이 굉장히 심각해요. 사교육 시장에도 굉장히 큰 변화가 옵니다. 구조조정이 될 건데 그렇다고 예산을 줄이면 안 되고,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질 좋은 교육을 하면 교육받고 싶은 아이들이 와서 공부하는 거죠.

우리 때는 낮에 가르치던 선생님이 (야간에) “공부해!” 하고 가면 난장판 부리다가 집에 갔어요. 제대로 예체능 교육을 해주면 아이들이 선택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공교육을 강화해야죠.

사교육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지, 사교육을 없앤다고 해서 없어지지는 않아요. 중요한 건 엄마들이에요. 옆집에서 하니까. 엄마들을 만나봤더니 누군가 호루라기를 불어줬으면 한다는 거예요. 서로 안 하겠다는 약속 안에서 개혁을 하자는 겁니다. 그걸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게 입시를 간편화하는 거예요.

사교육이 왜 필요한 세상이 됐을까요. 지금 제일 중요한 게 취직이죠. 취직과 사교육과 대학이 연결돼 있잖아요. ‘학력차별금지법’ 같은 걸 만들어서 좋은 대학 안 나와도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해요. 경기도는 하고 있어요. 고졸, 중소기업 3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우대해서 뽑는 거죠. 이걸 국가 전체로 하면 파급효과가 클 겁니다. 대기업이 따라와주면 감사하고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말한 서울대 철폐의 문제의식에 공감해요. 서울대 철폐라는 게 또 다른 포퓰리즘처럼 들릴 수 있는데요. 서울대의 기능을 점차 대학원 중심으로 가고 서울대 학부 기능을 전국 국립대로 분산시키는 게 맞습니다.

대학을 특성화하자는 뜻인가요?

사립대는 어쩔 수 없어요. 사립대는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하고 그 대신 줄여나가야죠. 서울대는 서울1대, 서울2대, 서울3대로.

아이들이 좋아 죽는 ‘거꾸로 캠퍼스’

프랑스 파리처럼?

네, 국공립대학은 그런 식으로 평준화해야 해요. 등록금도 전면 무료로 하고요. 한번에 안 될 겁니다.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해나가면서 굳이 좋은 대학을 안 나와도 지역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죠.

그다음에 특목고, 자사고 폐지 순서로 가야 해요. 경기도가 하고 있는 게 ‘거꾸로 캠퍼스’예요. KBS PD 한 분이 시작해서 선생님 2만~3만 명이 동참하고 있어요. 그간의 수업에서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마주 보잖아요. 거꾸로 캠퍼스는 일방적 주입 방식을 깨버려요. 여기에는 칠판이 없어요. 6명 단위의 그룹이 토론을 해요. 아이들이 정한 주제로 토론하는 거예요. 선생님이 수업 중 가장 비참한 때가 아이들이 다 잘 때라고 하죠. 그런데 여기는 와글와글해요.

KBS가 3부작 방영했는데 그 PD와 우연히 만나서 얘길 들었어요. 대표적 예가 그거예요. 학교 앞에 길이 생겼대요. 투명 방음벽을 설치했어요. 시간이 지나가니까 새들이 부딪혀서 죽어 있는 거예요. 아이들이 이것에 대해 한 학기 동안 토론했어요. 자기들끼리 엄청 토론해서 빛의 각도 이런 것까지 따져서 방음벽에 표시하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스스로 해결해나가니) 아이들이 완전 (좋아서) 미치는 거죠. 수업 끝나고 쉬는 시간에도 계속 토론하고.

경기도 파주 영어마을을 거꾸로 캠퍼스로 바꾸고 있어요. 이건 초·중·고·대학교 다 적용이 가능한 과정이라 교육부도 관심 갖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서 저녁 시간에는 사회교육으로 전환하는 거죠. 학교교육, 일자리, 아이들의 자유로운 삶 등 의미가 많아요. (공교육) 플랫폼 안에 들어오면 50% 이상을 국가에서 지원해줘야 합니다. 대신 집에서 고액 과외하는 부모들은 처벌을 해야죠.

어떻게 처벌하나요?

가능합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는 권력자가 “하지 마!” 했죠. 정당성이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하는 거예요. 그런데 국민에게 물어보고 국민이 합의를 했다면 달라집니다. 사회가 합의한 걸 어기는 것은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거잖아요. 적발하고 신고하는 데 적극적일 겁니다.

‘사파라치’가 생기겠네요.

부모들이 “너 점수 올려야 하니까 범죄행위 하자”는 얘기를 하기 쉽지 않아요.

어른들이 과연 아이들을 위해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일만 할까요?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불사해서라도 하려 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범죄라고 규정된 건 안 하지 않나요? 사회적으로 대토론이 벌어지고 합의된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정도를 무시하고 한다는 것은 부모가 자녀 교육을 잘못하는 것 아닐까요?

대통령 되려는 분들은 사회적 합의를 보겠다고 해놓고 막상 대통령이 된 뒤에는 “누가 날 막아?”라고 나옵니다.

그래서 국민투표가 필요한 겁니다. 우리가 무상급식을 놓고 지방선거에서 큰 논쟁을 벌였잖아요.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는 큰 어젠다를 놓고 합의하는 과정이에요. 지금은 무상급식에 대해 뭐라 하는 사람은 없어요.

남경필의  교육  공약
● 2018년 지방선거에서 사교육 폐지 국민투표 실시 ● 국민투표 가결 뒤 사교육 전면 폐지 위한 ‘교육 김영란법’ 제정 ● 초·중등 교사 채용 확대해 예체능, 어학, 코딩 및 프로그램 교육 강화 ● 특목고·자사고 폐지, 영재고·예술고·체육고·특성화고는 유지 ● 대학입시제도 간소화, 전형 방식을 표준화하고 수능 비중 현행 30%에서 60%로 확대 ● 학력차별금지법 제정, 채용 과정에서 출신 학교 기재 금지 ● 지방거점 국립대 특성화, 서울대는 기초학문 중심으로 재편

연정은 사랑, 여야 간의 사랑

(사교육 폐지가) 국민투표를 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고 보나요?

사교육으로 생기는 문제 중 하나가 아이들의 행복에 대한 겁니다. 둘째는 (사교육이) 경제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부모도 노후 대비를 해야죠. 부모가 저축해서 은퇴 뒤 30년 동안 살아갈 돈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 돈을 자녀 교육에 집어넣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토론이 필요합니다.

위헌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어요.

헌법재판소 판결은 시대에 따라 바뀝니다. 간통 판결이 바뀌었거든요. 국민 50% 이상이 찬성한 것은 헌재 위헌도 넘어갈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경제활성화를 말씀하셨는데, 사교육이 폐지되면 사교육 종사자 2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우려도 있어요.

그분들이 (공교육) 플랫폼으로 들어올 거예요. 상당수를 그 안에 집어넣어야죠. 다는 못 들어가겠죠. 인구변화라는 대변혁을 그분들도 느끼고 있어요. 뭔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국민투표가 왜 중요하냐면, 이게 연정까지 이어지는 겁니다. 재벌, 교육, 노동 정책에서 30년짜리 정책이 나와야 해요. 그래야 대상자들이 ‘정권 초기에 3년 개기면, 재수 없는 놈 감옥 갔다 오면 다시 고개 들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하거든요. 연정을 통해 합의 가능한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분명한 시그널을 보여주면 이분들이 그렇게 가요. 지금은 이게 혼란스러운 거예요. 대통령이 하자고 하면 2~3년 가다가 또 바뀌고요. 30년짜리 정책을 만들어내는 정치 시스템. 이것이 바로 연정입니다.

연정, 연정 하는데 연정이 뭐예요? 봉선화 연정은 아는데….

사랑이에요. 여야 간의 사랑.

어떻게 나눠요?

핵심은 권력을 나누는 거예요. 인사권, 예산권을 나누는 거예요. 경기도는 더불어민주당과 하고 있어요. 부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이 뽑아서 보낸 사람이에요.

잘되고 있나요?

너무 잘되고 있죠. 인사와 예산을 논의하는데 더불어민주당 부지사가 옆에 앉아 있어요. 양당에서 2명씩 4명의 지방장관을 만들어놨어요. 내각제죠. 거기에 최순실이 나타난다고 해서 (어떻게) 못하죠. 인사권과 예산권을 제가 줬거든요.

경기도에서 연정 실험에 성공했지만 국회에서 도 그게 가능할까요?

저한테 맡겨주시면 멋지게 성공시킵니다. 처음 경기도에서 연정을 실시할 때 부결됐어요. 민주당에서 부결했어요.

왜요?

아무도 안 해봤으니까요. 남경필이 정치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어요. 3개월 동안 설득했어요. 석 달 만에 하게 됐죠.

성남시와의 갈등은요?

성남시와의 갈등은 도와 시의 갈등이에요. 청년배당이 핵심이에요. 지자체가 뭔가를 할 때는 중앙정부와 협의하게 돼 있어요. 그런데 중앙정부와 협의되지 않은 겁니다. 저는 중앙정부 손을 들어준 거죠. 그래서 절차상으로 문제가 된 거예요. 둘째는 도지사로서 경기도 전반에 보편적으로 할 수 있는 정책이냐를 판단할 수밖에 없어요. 서울로 따지면 재정이 풍부한 강남구에서만 할 수 있는 정책이죠. 경기도에서도 성남만이 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본 거예요. 판교 테크노밸리가 있어서 성남시는 재원이 풍부합니다. 다른 데는 못 해요. 성남시에 사는 청년들은 청년배당을 받는데 옆의 광주시에 사는 청년은 못 받아요.

30년짜리 교육정책은 국민투표로

김미화 제공

제가 코미디언이잖아요. 지금은 코미디를 못해요, 시사 프로그램을 너무 오래 해서. 저는 코미디 하고 싶어요.

저도 하고 싶어요, 코미디. 정치인이 국민한테 인상 좀 그만 쓰면 좋겠어요. 제가 책 쓴 이유도 제가 가진 아픔을 열고 싶어서예요. 자기를 열지 않으면 상대가 나에게 안 열어요. 그게 첫 번째 공감의 길이고요. 유재석씨 롱런하는 이유는 겸손하기 때문이잖아요. 그런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김미화 선생님 청와대에 불러서 노래방 토크쇼, 이런 거 하면 어떨까요?

정말 좋죠. 대통령 풍자·희화화나 진정한 정치 패러디가 허용되지 않는 시대잖아요.

저는 다 허용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 것이 대통령을 국민에게 가깝게 느껴지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보수의 가장 큰 덕목은 자유예요.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하고 블랙리스트 만드는 지금 정부, 자유한국당은 보수가 아니에요. 바른정당이 마음에 안 든 게 뭐냐면 ‘개혁 보수당’이라고 하면서 망가진 거 예요. 하려면 보수당이라고 했어야죠. 저긴 수구고 우리는 보수예요. 남잔데 이마에 ‘남자’라고 써붙이고 다니면 얼마나 웃겨요.

대통령이 되면 역대 대통령에 비해 이거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있나요?

저는 해본 거 하겠습니다. 권력도 작은 거 나눠본 사람이 큰 것도 나눌 수 있어요. 국민들 일주일에 한 번 만날 거예요. 대통령이 민원인을 만난다는 것이 파급효과가 굉장해요.

대통령은 시간이 없지 않나요?

권력을 이양해놓으면 할 게 없어요. 지금 (청와대는) 거의 모든 시간을 측근과 모여 앉아 ‘누구 뭐 시키나’ 고민에 머리 싸매느라 정신이 없어요. 그걸 다 장관이 하면 돼요. 그러면 시간이 많아요. 일주일에 한 번 ‘대통령 좀 만납시다’를 하는 거예요. 저는 도지사 공관도 내놨어요. 3천 평인데 거기 왜 살고 있어요. 따로 아파트 사서 살고 있어요. 청와대도 폐지하는 게 맞다고 봐요. 경호 때문에 그렇다면 관저만 경호실, 비서실 조그맣게 놔두고 나머지는 다 개방하는 거예요. 서울 광화문광장도 터서 한 달에 한 번씩 록페스티벌 이런 것도 하고요.

두 토끼 잡기, 청와대 입성과 ‘인생 이모작’

남경필 지사는 경기도지사 시절 연정부지사와 함께 연정 실험을 했기에 연정에 자신 있다고 했다. 전술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직접 한 실험을 통해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노동부 장관이 되면 좋겠다는 말에선 연정에 대한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저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국민과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서 이야기할 겁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해 함께 일하면 좋겠어요. 노동자의 아픔을 함께한 그분이 얼마나 잘하실까요. 지금은 노동부가 노동자를 위해 일하지 않고 환경부가 환경을 위한 일을 하지 않는 듯하잖아요.”

남 지사는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도 개방하겠다고 했다.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취임 뒤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도 좋겠네요.” 까놓은 밤톨 같은 그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가 대답했다. “와아, 그것도 좋겠네요. 그런데 두 가지 관문이 있네요. 대통령이 되는 거랑 결혼할 사람 찾는 거랑.”

글 김미화 코미디언 정리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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