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한화 이양기, 1군 복귀가 남다른 이유

2017. 3. 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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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저 선순데".

올해 15년차 베테랑 선수가 된 이양기는 이름이나 얼굴만 대면 알 수 있는 스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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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저 선순데…". 

한화 베테랑 외야수 이양기(36)는 지난 26일 아침 일찍 1군행 연락을 받았다. 2군 선수단이 있는 서산에서 출발해 1군 시범경기가 열린 인천 SK행복드림구장까지 혼자 승용차를 몰고 갔다. 1시간30분가량 운전해서 경기장 근처에 오니 10시쯤. 1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짐을 풀고 있던 시간에 딱 맞춰 왔다. 

그런데 이양기는 뜻밖의 난관에 부딪쳤다. 이날 인천국제마라톤 행사로 야구장 주변 차량통제가 이뤄졌고, 일대가 북새통이 돼 혼잡을 빚었다. 빨리 경기장에 들어가 몸을 풀고 훈련하며 경기를 준비해야 할 이양기의 마음도 타들어갔다. "저 선수예요"라며 읍소한 끝에 겨우 경기장 입구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양기는 "오늘 급하게 연락을 받고 운전해서 왔다. 마라톤 행사 때문에 야구장 들어오기 힘들었다. 선수라고 해도 전혀 못 알아보시더라"며 "1번타자라 상대 투수 비디오도 봐야 하는데 마음이 급했다"고 말했다. 올해 15년차 베테랑 선수가 된 이양기는 이름이나 얼굴만 대면 알 수 있는 스타는 아니다. 

지난 1999년 2차 12라운드 전체 90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이양기는 탐라대를 거쳐 2003년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오랜 기간 무명으로 지내면서도 15년째 프로 생활을 하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2군 어느 곳에서든 성실함과 친화력으로 구단·선수들과 관계가 좋고, 생존 전략을 잘 찾았기 때문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이양기는 오랜 기간 2군에 있었다. 다른 선수였다면 쉽게 포기했겠지만 이양기는 달랐다. 힘든 2군 생활도 성실하게 긍정적으로 했다. 15년째 선수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다. 2군 선수들이 배워야 할 자세"라며 "2군에서 마음만 먹으면 크게 휘둘러 타구를 멀리 보내는 거포 스타일이지만, 1군에선 간결한 스윙을 한다. 1군 투수들 볼에 변화가 많기 때문에 그에 맞춰 바꾼 것이다. 그 덕분에 2011년부터 1군 대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지난해에는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시즌 중 은퇴 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이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서 훈련이나 하라"는 한마디에 다시 방망리를 붙잡았다. 지난해 9월 중순 1군의 부름을 받아 17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 1홈런 9타점으로 알짜 활약을 하며 팀의 5강 싸움에 힘을 보탰다. 

지난겨울 결혼을 하며 가정을 꾸렸지만 아킬레스건 통증이 재발돼 1군 캠프에 가지 못했다. 2군에서 묵묵히 시즌을 준비했고, 시범경기 마지막 날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이양기는 "아킬레스건은 이제 괜찮아졌다. 최근까지 2군 경기에 계속 나갔고, 실전감각이나 컨디션도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1번 좌익수로 선발출장한 이양기는 1회 첫 타석부터 SK 선발 스캇 다이아몬드의 초구를 깨끗한 중전 안타로 연결하며 기분 좋게 복귀를 알렸다. 4타수 1안타였지만 4회 중견수 뜬공은 펜스 앞까지 빨랫줄처럼 날아가는 라인드라이브로 타구의 질이 좋았다. 

한화 김성근 감독도 "이양기를 직접 체크하기 위해 불렀다. 오른손 대타가 필요하다"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에 들어가서도 이양기를 쓸 수 있을 것이다"고 만족스러위했다. 개막 엔트리 승선이 유력한 이양기, 그의 15번째 시즌이 이제 막 시작됐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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