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미역수확 코앞인데.." 또 기름유출 '동거차도의 눈물'

입력 2017. 3. 27. 10: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름철에는 동거차도 인근에서 캐오는 자연산 돌미역을 알아줬죠. 그런데 세월호 이후로 기름 먹은 미역을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지난 2014년 때처럼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만 던져주고. 사람들의 관심이 끊길까 걱정입니다."

동거차도에서 미역 양식장을 하는 정진배(55) 씨는 세월호 인양이 거의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5일 아침 바다로 향했다.

지난 2014년 세월호가 침몰하며 기름이 유출됐고, 정 씨의 양식장도 황폐화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확 1주일 전…기름 악재 ‘한숨’
-2014년 막대한 피해 재현 우려
-주민 “피해 조사부터 서둘러야”

[헤럴드경제(진도)=유오상ㆍ손지형ㆍ심우현 기자] “여름철에는 동거차도 인근에서 캐오는 자연산 돌미역을 알아줬죠. 그런데 세월호 이후로 기름 먹은 미역을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지난 2014년 때처럼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만 던져주고…. 사람들의 관심이 끊길까 걱정입니다.”

동거차도에서 미역 양식장을 하는 정진배(55) 씨는 세월호 인양이 거의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5일 아침 바다로 향했다. 인양 과정에서 유출된 기름이 섬 해안가까지 퍼져 양식장이 다시 오염됐다는 다른 주민들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인양 직후 동거차도 주변 미역 양식장은 유출된 기름으로 모두 황폐화됐다. 주민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위해서라도 빠른 피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심우현 기자/ws@heraldcorp.com]

동거차도와 서거차도를 비롯한 세월호 사고현장 인근 주민들은 인양 과정에서 기름이 유출됐다는 소식에 지난 2014년의 악몽을 떠올렸다. 인근 주민들은 대부분 미역 양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되풀이된 기름 유출에 떠나가는 세월호를 보면서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정 씨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4년 세월호가 침몰하며 기름이 유출됐고, 정 씨의 양식장도 황폐화됐다. 당시 정 씨가 받은 정부 보상금은 1300만원. 대규모 양식장은 운영하던 그에게는 인건비조차 충당할 수 없는 턱없이 모자란 액수였다. 그는 “나는 그래도 보상금을 가장 많이 받은 편에 속한다”며 “수천만원을 투자하고도 보상금으로 겨우 300만원을 받은 주민도 있고, 그마저도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모두 쓴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거차도에서 양식업을 하는 김유성(48) 씨도 미역 양식장을 덮친 기름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다음 달 1일부터 수확이 예정됐던 미역은 기름이 묻어 무지갯빛으로 반짝였다. 김 씨는 “해양수산부가 방제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빽빽하게 들어선 미역 사이사이에 기름이 모두 스며들었다”며 “한해 양식장 투자비용만 3000만원에 달하는데 올해 매출을 못 올리면 빚을 갚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기름 유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세월호 인양 업체인 상하이샐비지 측은 동거차도를 직접 방문했다.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 소속 윤종문 오션씨엔아이 대표는 지난 25일 “상황이 매우 급하기 때문에 당장 책임 소재를 가리고 보상 방안을 마련하는 건 힘들다”며 “상하이샐비지는 영국 보험사인 밀러 사와 1억 달러 상당의 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보상은 법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동거차도 이장인 임옥순(54) 씨는 “지난 2014년에도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해야 했다”며 “세월호가 떠나가고 기름과 함께 남은 주민들은 다시 외국계 보험사와 어려운 싸움을 진행해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대처에 대한 불만도 쏟아져 나왔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인 문종택 씨는 “정부와 상하이샐비지 측이 막상 기름이 유출되자 권한도 없는 직원들만 보내고 있다”며 “방제선으로 기름 유출 걱정이 없다고 했지만, 결국 지난 2014년의 악몽이 재현됐다”고 지적했다.

애초 이철조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세 겹에 걸쳐 방제막을 설치했기 때문에 기름 유출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주민들을 여러 차례 안심시켰지만, 결국 기름 유출이 확인되자 “잠수사들이 모든 잔존유를 제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방제선 17척을 투입해 방제작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상하이샐비지 측은 영국 보험사에서 곧바로 현지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인근 어민 150여명은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순배 조도면 이장협의회장은 ”수확철이 지나 미역이 탈락하면 피해조사도 불가능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osyoo@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