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결산]② '농구 명가' 위상 되찾은 용인 삼성생명

김우석 2017. 3. 2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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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바스켓코리아 = 김우석 기자] 용인 삼성생명이 농구명가로서 자존심 회복에 성공한 시즌을 보냈다.

지난 3년 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명가로서 이미지에 먹칠을 했던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18승 17패를 기록하며 당당히 2위에 오르며 PO에 진출해 지난 3년간 앞길을 가로 막았던 청주 KB스타즈를 3-0으로 물리치고 결승전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상대는 난공불락(難攻不落)으로 여겨졌던 아산 우리은행. 전문가와 팬들은 8-2 혹은 9-1 정도로 우리은행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챔프전에서 체력 열세라는 핸디캡과 정규리그 7전 전패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매 경기 접전을 펼치며 명승부를 만들었다.

비록 결과는 0-3 패배였지만, 전문가와 팬들이 머리 속에 그렸던 내용과는 과정이 확연히 달랐다. 김한별이 완벽한 부활을 알렸고, 박하나와 배혜윤이 연일 투혼을 선보이며 우리은행과 대등하게 맞섰다. 특히,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그 것이었다.

시작은 좋았다. 개막전에서 우리은행에게 62-70으로 패했지만, 이후 세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2라운드에 접어들며 암초가 나타났다. 삼성생명이 최우선 공격 시스템으로 삼았던 얼리 오펜스의 핵인 엘리샤 토마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전열에서 이탈한 것.

삼성생명은 삐걱이기 시작했다. 나타샤 하워드가 분전했지만, 연패와 완패를 당하는 등 전력 불안정이 노출되었다.

하지만 삼성생명을 이끌고 있는 임근배 감독 얼굴에 근심은 보이지 않았다. 의아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선수 기용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토마스가 복귀하자 앞선 상황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전체 시즌 운용’이라는 큰 그림 속에 최적의 조합을 찾고 있었던 것. 우리은행에게 30점에 가까운 두 번의 패배에도 굴하지 않고 팀에게 필요한 시스템을 갖추는 시간을 가졌던 임 감독의 전략이었다.

시즌 중반을 넘어 삼성생명은 다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고, 패배보다는 승리를 더 많이 그려내며 어렵지 않게 정규리그 2위를 확정 지으며 4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일단 토종 라인업의 토대를 완성한 시즌이었다. 배혜윤, 고아라, 박하나 3인방이 팀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찾았으며,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김한별도 3년 만에 재기에 성공하며 팀 성적에 자신의 힘을 보탰다. 특히,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 보여준 활약은 그녀를 국가대표 선발까지 거론하게 만들었다.

최희진과 강계리 등 백업 선수들도 가능성을 찾은 시즌이었으며, 기대주 윤예빈의 복귀와 이주연의 등장, 마지막으로 간간히 나타난 백전노장 허윤자의 활약도 눈에 띄던 한 해였다.

이종애, 박정은, 이미선을 주축으로 농구 명가의 명맥을 이어갔던 삼성생명 이 선수들이 차례로 은퇴하면서 PO 탈락이라는 현실과 맞닥뜨려야 했다. 팀 전력을 지탱해주던 핵심 선수들 이탈로 인해 삼성생명은 전력이 급강하하며 WKBL 참가 이래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기록을 살펴보면 공격적으로 탈바꿈한 삼성생명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평균 득점이 5점 가량 상승했다. 2015-16시즌 62.1점에서 이번 시즌 67.6점으로 무려 5.1점이 상승했다.

임 감독은 지난 시즌 키아 스톡스를 선발하며 지키는 농구에 중점을 두었던 것과 달리 이번 시즌 전체 1순위로 엘리샤 토마스를 지명하며 공격에 치중할 것을 천명했고, 팀과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시즌이 끝난 후 임 감독은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분명히 원하는 목표를 얻어냈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 선수들이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토마스를 정점으로 공격에서 토종 선수들의 분업과 효율성이 더해지며 얻은 의미 있는 숫자였다. 어시스트 역시 13.2개에서 14개로 올라섰다. 득점력이 올라선 만큼 달라진 기록이었다. 리바운드는 40.2개에서 39.3개에서 소폭 줄어 들었다. 공격에 그만큼 중점을 두었던 한 해를 대변하는 측면이다. 스틸 역시 8.8개에서 9.1개로 늘어났다.

3점슛은 3.9개에서 4.9개로, 2점슛은 20.6개에서 20.9개로 올라섰다. 야투 성공률 역시 올라섰다. 2점슛은 43%에서 45%로, 3점슛은 27%에서 30%로 변했다.

모든 공격 지표에서 상승된 숫자들은 시즌 중반까지 치열했던 순위 싸움에서 벗어나 삼성생명이 2010-11시즌 이후 6년 만에 정규리그 2위 등극을 가능케 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임 감독이 팀에 심은 능동적인 농구다. 여자농구 특성 중 하나는 ‘수동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임 감독은 선수단 전체에 자율이 키워드가 된 능동적인 농구를 심는데 성공했다.

짜여진 틀에서 만들어지는 플레이 스타일에서 벗어나 선수들 개개인의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농구를 만들었다. 팀에는 활력이 가득했고, 위기를 넘어서는 능력이 배가되었다. 시즌 후반에는 꾸준함까지 경기력에 포함되었고, 챔프전에서는 우리은행과 접전을 펼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특히, 3차전에서 보여준 그들의 경기력은 내년 시즌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basketguy@basketkorea.com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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