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를 향한 감독·아버지·야구인의 시선
"내가 십수년간 봐온 신인 야수들 가운데 이정후(19·넥센)가 최고다." 직접 마스크를 쓰고 바로 앞에서 이정후의 타격을 지켜본 베테랑 포수도 "방망이 중심에 정확하게 타구가 맞아 나간다. 경쾌한 파열음이 다른 신인들과 비교도 할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를 향한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고교를 갓 졸업하고 프로에 막 발을 내딛은 앳된 선수가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보란 듯 불방망이를 휘두른다. 프로 첫 해 시범경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침착하고 여유까지 보인다. 넥센 코칭스태프는 물론 온 야구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현역 감독 시절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를 거느렸던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아버지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고 덕담할 정도다.
이정후의 아버지는 이종범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다. 이정후가 '바람의 손자'라는 멋진 별명을 갖게 된 것도, 아버지가 '바람의 아들'로 이름을 날린 덕분이다. 이 위원은 시범경기 기간 동안 두 번이나 이정후의 경기를 직접 중계했다. 첫 경기는 17일 대전 한화전. 이날 이정후는 시범경기 4경기 만에 처음으로 안타를 치지 못했다. 이 위원은 경기 전 "일하는 동안에는 아들이 아니라 그냥 한 명의 야구선수로 지켜볼 것"이라며 "남들과 똑같이 잘 하면 잘 한다고 칭찬하고, 못 하면 못 한다고 지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성 타구가 상대 야수의 호수비에 잡히자 터져 나오는 탄식을 감추지 못했다. 자칫 '아버지가 해설하는 날 안타를 못 치는' 징크스가 생길까 걱정도 했다.
기우였다. 두 번째 중계 경기였던 23일 고척 롯데전에서 이정후는 4안타를 몰아쳤다. 6-8로 뒤진 9회 무사 1·3루서 2타점 동점 2루타를 칠 때는 이 위원도 호탕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 세 경기를 보고는 "객관적으로 봐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온 신인치고는 적응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정도로만 호평했다. 당장 시범경기 성적보다 "선배들과 함께 지내면서 프로란 어떤 것인지 직접 보고, 경기에 나가 뛰어도 보는 게 정후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지금은 실패를 해도 그 안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이정후에 대한 넥센 내부의 시선도 아버지의 평가만큼이나 달라졌다. 장정석 넥센 감독부터 그렇다. 이미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정후의 재능을 칭찬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장 감독은 "이정후를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잘 하는 고졸 신인 야수'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이정후는 사람들이 보는 그대로다. 자질이 굉장하다"고 했다. 4안타를 친 다음 날은 "다 잘해서 할 말이 없을 정도"라며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수비 때 조금 더 과감하게만 해보라만 주문했다"고 했다.
재능도 뛰어나지만 신인으로서의 '자세'도 좋다.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흡수할 준비가 돼 있다. 홍원기 넥센 수비 코치는 "마치 '에디슨' 같다. 그 정도로 호기심이 많다. 경기 상황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지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하기 힘든 질문들을 한다"며 "과대 포장된 선수가 아니다. 확실히 남다른 면이 많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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