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실방지책, 뒷북도 모자라 유명무실 우려

진도=CBS노컷뉴스 특별취재팀 김민재 기자 2017. 3.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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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 방지 9개월 넘게 방치했던 정부.. 이번 방지책도 '헛점투성이'
정부가 세월호 인양과정에서 미수습자와 화물 등의 유실을 막기 위한 대책을 공개했지만, 곳곳에 헛점이 우려되는 '구멍투성이 유실방지책'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인양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유실방지대책을 지난 26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정작 인양과정에서 열린 바람에 절단된 선미 좌현의 램프에 생긴 구멍에 대해서는 유실방지망 등의 조치 없이 곧바로 선체를 인양해 3km 떨어진 반잠수식 선박까지 옮겼다.

이번에 절단된 램프는 폭 7.9m, 길이 11m로 무게도 40톤에 달한다. 보통 대형 덤프트럭이 폭 2.5m, 높이 3.5m에 못 미치는 걸 감안하면 트럭 수십대가 오갈 수 있는 커다란 구멍이다.

해수부는 컨테이너가 램프 출입구를 막고 있어 화물 유실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해명했다.

컨테이너의 경우 통상 폭과 높이가 2.5m 내외 수준이고, 길이는 12m 가량이다. 즉 여러 개의 컨테이너들이 램프 출입구를 길게 가로질러 막힌 채 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 박용덕 상임연구원은 "이번에 램프가 절단된 D갑판에는 컨테이너가 램프가 열린 선미가 아닌, 선수 쪽으로 더 깊숙한 곳에 선적됐다"고 지적했다.

"해수부 주장이 맞더라도 컨테이너가 램프 출구까지 쓸려내려올 정도면 다른 화물들은 상당수 유실됐다고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란 얘기다.

정부가 자신있게 내놓은 '3중 유실방지책'도 먼저 해저 바닥에 깔려있던 선체 좌현을 제외한 선수, 선미, 선체 우현의 창문이나 출입구, 환기구 등 개구부 162곳에 2.5cm 간격의 철망으로 된 유실방지망이 설치됐다.

하지만 유실방지망의 틈새가 너무 성기다는 지적이 나온다. 3년여 동안 바닷속에 잠겨있었을 미수습자의 시신은 상당히 훼손됐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통상 신원 확인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치아 등 시편(屍片·시신의 일부) 유실을 막으려면 적어도 1cm 이하 간격의 촘촘한 유실방지망이 필요하다.

해저에 설치된 펜스 역시 높이 3m에 불과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고 해역에서 세월호는 좌현이 아래로 깔린 채 옆으로 누웠기 때문에 선체의 폭인 22m가 곧 높이인 상황이다.

즉 22m 높이의 선체에서 물결에 쓸려나온 유류품들이 펜스 높이인 3m보다 더 낮게 아래로 가라앉은 뒤에야 펜스 안에 가둬질 수 있다.

육지에서라면 높은 곳에서 떨어진 물건이 어지간한 바람에 휩쓸려도 그리 멀리 날아가지 않지만, 바닷속은 상황이 다르다.

더구나 세월호처럼 거대한 배가 좌초해 구조와 수색 작업에 난관을 빚을 정도로 거센 조류가 흐르는 맹골수도 안에서라면 3m 높이의 펜스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현재 세월호 선체는 반잠수식 선박에 선적돼 완전히 물밖으로 빠져나왔지만, 여전히 유실 가능성이 남아있다.

해수부는 반잠수선 갑판 양측 난간에 유실방지망을 설치했다고 밝혔지만, 선적 상황을 지켜본 한 미수습자 가족은 "해수와 기름이 갑판 위로 워낙 많이 흘러넘쳐 방지망이 별 소용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해수부는 배수작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선체에 추가로 구멍을 뚫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물빼기 구멍의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별도의 유실방지망 설치는 아직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설혹 이번 인양과정에서의 유실대책이 한치의 빈틈없이 수행됐더라도 이미 '사후약방문'에 그칠 수밖에 없다.

2014년 11월 해경이 세월호 선체 수색작업을 종료한 뒤 유실 방지 작업을 제대로 마치지 않은 채 1년 가까이 방치했기 때문이다.

당시 해경은 미수습자 유실을 막기 위해 선체 개구부를 봉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실방치망이 설치된 개구부의 수부터 현재의 40%에도 못미치는 62곳에 불과한 데다, 이마저도 단순히 밧줄을 X자 형태로 설치하는 엉성한 수준이었다.

심지어 2015년 8월 해수부가 세월호 선체 인양을 위해 1차 사전조사를 진행할 때까지 정부는 밧줄 상태를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고 방치했다.

이러다보니 상당수 밧줄이 훼손돼 29곳의 유실방지장치를 긴급 교체해야 했다.

박 연구원은 "솔직히 이제 와서 정부가 유실 방지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다행히 미수습자를 찾을 수 있더라도, 참사의 증거와 화물 등이 유실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동안 정부가 유실을 방치한 책임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도=CBS노컷뉴스 특별취재팀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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