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낙산랜드?'..따라하는 재미 '패러디' 열풍

변진석 2017. 3.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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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 남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랬습니다.

이상이 씨는 라라랜드에서 특히 탭댄스 장면이 기억에 남아 낙산랜드 제작에 착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왜 낙산공원이었을까요? 이상이 씨는 "라라랜드가 뮤지컬 영화잖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연극·뮤지컬이 이루어지는 곳이 혜화(대학로)고, 혜화에는 낙산공원이 있기 때문에 더욱더 낙산공원에서 촬영하길 고집했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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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의 여운 그대로...'낙산랜드'의 등장

제 주변 남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랬습니다. 남자 주인공의 헌신을 어떻게 헌신짝 버리듯 팽개칠 수 있느냐고. 영화 '건축학개론'의 할리우드 버전 아니냐고. 그래도 라이언 고슬링이 식당이라도 건졌으니 다행이라고. 제89회 아카데미 6관왕 '라라랜드'는 이렇게 태평양 건너 많은 남자의 가슴에 저마다의 여운을 남겼습니다.

개봉 100일이 넘어가면서 그 여운이 희미해질 즈음, 세바스찬과 미아는 인터넷에서 또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낙산랜드'(LALALAND a lovely night at seoul - SangYi Lee and JiEun Park)가 등장한 겁니다.

그리피스 천문대? 낙산 공원!

보는 사람마다 '대단해요! 좋아요!'를 남긴 낙산랜드를 유튜브에서 찾아봤습니다.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하늘 아래 건물의 불빛이 피어있는 곳.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낙산공원입니다. 라라랜드 탭댄스 장면의 배경이 된 LA 그리피스 천문대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화면 왼쪽에 살짝 보이는 남산서울타워가 아니면 구분이 힘들 정도네요.

라라랜드 속 주인공과 똑같은 옷차림을 한 두 뮤지컬 배우. 이상이 씨와 박지은 씨가 음악에 맞춰 탭댄스를 추기 시작합니다. 원조 세바스찬과 미아에 전혀 밀리지 않는 솜씨입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개인적으로는 백 점 만점에 백 점을 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촬영했는지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메이킹필름도 마련해뒀네요.

한 달 반 연습, 의상은 주문제작

낙산랜드 속 세바스찬으로 등장한 뮤지컬 배우 이상이 씨를 만났습니다. 이상이 씨는 라라랜드에서 특히 탭댄스 장면이 기억에 남아 낙산랜드 제작에 착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대 앞의 탭댄스 학원을 한 달 반 정도 쫓아다니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고 하네요.

탭댄스 구두는 해외에서 구해오고 박지은 씨의 노란 드레스는 직접 주문제작할 정도로 공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왜 낙산공원이었을까요? 이상이 씨는 "라라랜드가 뮤지컬 영화잖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연극·뮤지컬이 이루어지는 곳이 혜화(대학로)고, 혜화에는 낙산공원이 있기 때문에 더욱더 낙산공원에서 촬영하길 고집했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낙산랜드 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시카고 버전, 뉴욕 버전 등 전 세계에서 패러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조금 뒤져보니 탭댄스 장면뿐만 아니라 원작 속 수많은 장면이 패러디되고 있습니다. 발 빠른 곳은 광고로 이용한 곳도 있네요. (물론 정식계약을 하지 않은 우스개겠죠?)

세계적 패러디의 재료가 된 희대의(?) 방송사고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한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더 유명인사 된 가족이 있습니다.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BBC와의 화상연결에서 방송사고를 낸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와 그 가족들입니다. (Children interrupt BBC News interview)

화상연결이 워낙 인상적이었던지 곧바로 수많은 패러디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로버트 켈리 교수의 부인을 유모로 착각한 것이 인종차별임을 꼬집는 패러디부터(BBC Interview Parody : That's Not The Nanny), 아예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꿔 워킹맘이 이렇게 힘들다고 보여주는 패러디도 있습니다. (Woman interrupted during BBC interview) "아주 먼 옛날"부터 스타워즈 세상에서 치고받는 중인 다스베이더와 드로이드, 레아 공주가 함께 등장하는 패러디마저 등장했습니다. (Droids Interrupt Darth Vader Interview [Parody of Children Interrupt BBC Interview])

말뚝이에서 정치 풍자를 지나 개인 패러디의 시대로

패러디는 무엇보다도 '재미'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재미란 약자가 강자를 놀리는 정치적 풍자에서 기인합니다. 수백 년 전, 탈춤 속 말뚝이가 선보인 패러디는 오늘날 광장에서 최순실1, 최순실2, 최순실3으로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최근엔 인터넷을 통한 소통이 수월해지고 개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정치성 외에도 개성을 강조하는 패러디들이 강세라는 게 경희대 이택광 교수(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학부)의 분석입니다.

이택광 교수는 "남이 만들어놓은 것을 조금 비틀어서 본인의 재치를 자랑하고, 또 그런 자랑들이 사람들에게 먹혀들었을 때 인정받게 되고, 인정을 받게 되면 또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그런 심리 때문에 패러디가 열풍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누구나 패러디를 만들 수 있는 시대, 다음 패러디는?

이제는 누구나 패러디물을 만들 수 있고, 누구나 패러디물을 감상할 수 있고, 누구나 패러디물을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영화가 됐건 뮤지컬이 됐건, 원작을 감상한 뒤에 또 어떤 재밌는 패러디가 등장할지 기대되지 않으시나요?

변진석기자 (lam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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