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와 함께 떠오른 眞實, 괴담 세력은 또 '아니면 말고'
세월호가 25일 밤 반(半)잠수식 운반선 화이트마린호의 갑판 위로 선체 전부를 드러냈다. 배 밑바닥에 군데군데 긁히고 파손된 곳이 있었지만 대체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세월호는 왼쪽으로 누운 상태로 인양됐다. 그러나 높이 2.4m의 리프팅빔과 받침대 위에 얹힌 상태여서 아래쪽도 관찰할 수 있다. 해수부는 "배 왼편도 크게 파손된 부분은 없다"고 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은 이미 밝혀져 있다. 세월호는 불법 증축으로 선체 복원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규정의 두 배가 넘게 짐을 많이 실었다. 짐을 더 실으려 평형수까지 뺐다. 이 화물이 균형을 잃어 쏟아지면서 침몰했다. 해수부 퇴직 공무원들은 사무실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걸로 화물 적재 감시를 끝냈다.
이런 사실이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다 드러났는데도 괴담(怪談)은 계속 생산돼왔다. 초기부터 등장했던 미 핵잠수함 충돌설은 나중에 우리 해군 잠수함 충돌설로 바뀌어 유포됐다. 작년 연말 한 TV 방송은 어느 네티즌 주장을 특집 보도까지 했다. 이 네티즌은 세월호 침몰 당시 레이더 영상의 미확인 물체가 잠수함이라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세월호 적재 컨테이너가 떨어져나온 것이라고 했지만 괴담을 막을 수 없었다.
괴담은 금방 확인하기 쉽지 않은 사실을 먹고 산다. 광우병 사태, 천안함 폭침과 같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증거가 없으면 괴담 세력이 날뛸 마당이 생기는 것이다. 세월호 괴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세월호는 결국 진실과 함께 떠올랐다. 떠올라 모두의 눈앞에 나타난 세월호 어디에도 잠수함과 충돌해 생긴 흔적이 없었다.
세상엔 별사람이 다 있다. 그러나 황당무계한 주장도 방송국 전파를 타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른 방송에도 "해군이 잠수함 200만m 무사고 기록을 수립하기 위해 진상을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보도됐다. 6800t급 세월호가 1200~1800t급 해군 잠수함과 충돌했다면 잠수함도 크게 부서지고 승조원들도 다쳤을 것이다. 이걸 숨길 수 있다고 보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 TV 전파를 탔고 상당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세월호 인양에 3년 걸린 것을 두고도 '고의 지체' 음모론이 나왔다. 중국 인양 업체가 우리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계약 금액은 916억원인데 지금까지 쓴 돈이 2000억원이다. 지금도 장비 임대료로 하루 7억원씩 나가고 있는데 중국 업체가 누구 말을 듣고 인양을 고의로 늦춘다는 말인가.
야권이 주도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작년에 '규정을 두 배 이상 넘긴 세월호 화물 2215t 중 410t이 제주 해군기지용이었다'고 발표했다. 제주 가는 선박 화물칸에 제주 기지 건설용 철근을 싣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걸 무슨 불법이나 되는 것처럼 부각했다. 전체 화물의 5분의 1 정도 되는 이 철근 때문에 침몰했다는 괴담도 한때 퍼졌다. 이런 일을 하는 특조위가 또 발족한다고 한다.
큰 사건·사고가 생기면 초기에 여러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상적 사회에선 그런 의문이 진상 조사로 하나둘 해소돼 간다. 물론 그렇다 해도 어떤 의문은 계속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문이 의미를 가지려면 최소한의 상식과 합리적 추론을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 세월호를 둘러싸고 혹세무민해 온 잠수함 괴담, 철근 괴담과 같은 것은 진실이 아니라 그저 우리끼리 물고 뜯고자 만들고 유포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세력은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적이 없다. KAL기 폭파 김현희 조작설,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 한·미 FTA 괴담이 모두 그랬다. 세월호 괴담 세력 역시 '아니면 말고' 뒤에 숨거나 또 무슨 트집을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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