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 드러낸 세월호.. 3년 나돌던 '잠수함 충돌說' 잠재웠다

진도=곽래건 기자 2017. 3. 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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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바닥 포함한 선체 전체 모습 공개.. 함몰·찢긴 흔적 등 없어
- 앞으로 풀어야 할 의혹은
철근 과적 여부는 바로 확인 가능
인양 중 잘려나간 차량 출입문, 사고 때도 열려 있었단 의혹 나와..
해수부 "출입문도 인양해 조사"

세월호 침몰을 둘러싸고 가장 뜨겁게 달궈진 의혹은 '잠수함 충돌설'이었다. 침몰 직후에도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말이 나왔다가 이내 잠잠해졌지만 작년 말 다시 확산되기 시작했다. '자로'라는 이름의 네티즌이 8시간 49분짜리 동영상을 통해 "레이더 영상 등을 보면 세월호가 좌현 밑바닥 쪽이 잠수함 등과 충돌해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의혹이 급속도로 퍼진 것이 계기였다.

잘라낸 차량 출입구로 빠져나온 승용차·굴착기 - 26일 선체 전체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반잠수 운반선에 실린 세월호는 선체 곳곳이 녹슬었지만 잠수함 등 다른 물체와 충돌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선체에는 대신 지난한 인양 과정에서 생긴 상처가 남아 있다. 사진은 세월호 꼬리 부분. 인양 과정에서 왼쪽 램프(카페리선에서 차량을 배로 실어 나르는 경사로)를 잘라낸 바람에 화물칸에 실린 승용차와 굴착기가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잠수함 충돌설 근거 잃어

지난해 잠수함 충돌설이 확산되자 정부는 강하게 반박했다. 국방부는 "사고 지점인 맹골수도는 조류가 빠른 데다 어선의 이동이 잦아 잠수함이 다닐 수 없는 해역"이라며 "해군전술정보처리체계(KNTDS) 기록에도 당시 세월호에 접근한 다른 접촉물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래도 '잠수함 충돌설'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지만 구멍이나 찢긴 자국, 함몰 부위 등이 없는 상태로 세월호가 인양되면서 잠수함 충돌설은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일부에서 주장하던 '암초 충돌설' 역시 설득력을 잃게 됐다.

세월호 선체 중 상부, 하부, 우측면 등 3개 면은 육안상으로도 긁힌 자국 외에 특이 사항을 발견하기 어렵다. 겉으로 안 보이는 부분은 좌측면뿐이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자세 그대로, 왼쪽으로 누운 상태로 건졌기 때문에 반잠수 운반선 '화이트마린호' 위에서도 선체 왼편은 여전히 바닥을 향해 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선체 왼쪽을 별도로 확인했지만 충돌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세월호와 화이트마린호 갑판 사이에는 받침대(높이 1.5m)와 세월호 인양 때 쓰인 리프팅빔(높이 0.9m)이 있다. 선체 왼편이 갑판 바닥 쪽을 향하고는 있지만, 높이 2.4m의 공간이 있어 눈으로 훼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양수산부 고위 관계자는 "육상으로 옮긴 뒤 자세하게 봐야겠지만, 일단 지금까지 세월호 선체에서 잠수함 충돌 등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양 작업 중 와이어에 찢긴 흔적 - 뱃머리 아랫부분에는 길게 찢긴 자국(점선 안)이 보인다. 지난해 와이어로 선수를 들어 올려 선체 아래에 리프팅빔을 설치하는 작업 과정에서 와이어가 파고들어서 생긴 상처다. /사진공동취재단

철근 과다 적재 여부는 곧 판명될 듯

일부에선 제주 해군 기지 건설에 쓸 철근을 과다 적재하는 바람에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철근이 내부 화물칸에 실린 채 인양됐기 때문에 향후 선체 조사 과정에서 얼마나 실렸는지는 시간문제일 뿐 확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세월호에 제주 해군 기지 건설용 철근이 실린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얼마가 실렸냐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86t이 실렸다고 했고,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는 410t이 실렸다고 판단했다. 세월호의 최대 화물 적재량은 1077t이었는데, 2142t의 화물이 실려 과적 상태였다는 게 합동수사본부 수사 결과였다. 해수부 관계자는 "철근의 양이 당시 적재된 전체 화물의 5분의 1 이하이기 때문에 철근 적재를 침몰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창문마다 유실 방지망 - 기울어진 조타실 모습. 창문에는 지난해 수중에서 설치한 철제 유실 방지망이 남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회전 이유와 램프 의혹 규명돼야

아직 실마리가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의문점도 있다. 방향키가 오른쪽으로 꺾인 채 인양된 것은 사고 당시 오른쪽으로 급회전하는 바람에 왼쪽 방향으로 넘어졌다는 검경 수사 결과와 부합한다. 하지만 세월호가 왜 오른쪽으로 급회전했는지 그 정확한 요인은 100% 규명되지 않고 있다. 누군가의 지시 때문인지, 조작 미숙 탓인지, 아니면 기계 결함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다. 선원들에 대한 재판에서 1심은 '조작 미숙'이라고 봤지만, 2·3심은 '기계 오작동 여부를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세월호의 오른쪽 급회전이 사람 탓인지, 기계 탓인지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인양팀이 배꼬리 왼쪽 부분의 램프(차량 출입문)를 인양 과정에서 잘라냈는데, 이 램프를 둘러싼 의문점도 남아 있다. 사고 당시 이 램프가 열려 있었고 이곳으로 바닷물이 새어 들어와 침몰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해수부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나 해양심판원 조사 결과에서 램프가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내용은 없었다"며 "가라앉은 램프를 인양해 목포신항에서 조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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