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선 3대 의제-②일자리]취업 빙하기·절벽..10년 돌아도 '취준생'

이호준·이효상 기자 2017. 3. 2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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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파’ ‘빙하기’ ‘절벽’ ‘전쟁’ ‘지옥’. 2017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고용 관련 비유들이다. 최근 들어 ‘사상 최대’ ‘역대 최악’ ‘기록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바닥인 줄 알았더니 지하실도 있더라’는 우스갯소리가 취업시장을 떠돌면서 취업준비생들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다.

나현기씨(32)는 지난 10년간 취업시장에서 악전고투했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했다. 처음 품은 꿈은 회계사였다. 지방 거점 국립대학 회계학과에 다니고 있어 회계를 모르지 않았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될 줄 알았다. 연거푸 시험에 떨어진 뒤 정신을 차려 보니 자기소개서를 수십차례 제출하는 취업준비생이 돼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눈은 점점 낮아졌다. 지인의 소개로 한 중소기업에 들어갔다. 외제차의 부품을 수입하는 이 회사에서 나씨는 무거운 부품을 운반하는 일을 했다. 생애 첫 정규직이었지만 첫 달 월급은 160만원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 야근과 추가 근무가 반복됐지만 수당은 한 푼도 없었다. 입사 두 달 만에 팔 힘줄에 무리가 왔고, 제대로 쉬지 못한 탓에 지금도 오른팔이 저리는 후유증을 겪고 있다.

현재 나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9급 공무원 시험만 올해로 4년째다. 최근엔 집에서 눈치가 보여 고시원 총무 자리를 구했다. 고시원에서 방 하나를 제공받고 월 80만원을 받는다. 때때로 잡무를 처리하느라 바쁘지만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시험을 준비할 시간은 충분히 있다. 나씨는 “스마트폰 사용하던 사람에게 다시 폴더폰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못 쓰는 건데, 부모님들은 대부분 대학 나온 우리 세대한테 먹고살 수만 있으면 아무 직장이나 들어가라고 한다”며 “좋은 일자리는 1%에 불과하고,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일자리는 좀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노동법 위반하는 데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달 실업자 수는 135만명으로 2월 기준 역대 최대였다. 청년실업률은 12.3%로 1999년 통계 기준 변경 이래 모든 달을 통틀어 두 번째로 높았다. 사실상 구직 단념자로 해석되는 ‘쉬었음’ 청년인구도 26만2000명을 기록하며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이호준·이효상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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