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에어백 장착한 국내 차종 52개 중 17개뿐

류형열 선임기자 입력 2017. 3. 26. 21:41 수정 2017. 3. 2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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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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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백이 4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으로 진화했지만 국내 완성차 업계의 어드밴스드 에어백 장착률은 아직도 33%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벨트와 함께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로 꼽히는 에어백은 일정 이상의 충격을 감지하면 터지는 1세대 에어백에서 압력을 줄여 승객의 상해를 최소화한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 충격 강도에 따라 압력을 조절하는 3세대 스마트 에어백을 거쳐 4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으로 발전했다. 어드밴스드 에어백은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지 여부는 물론 승객이 앉은 위치와 체중, 크기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에어백의 전개 속도와 팽창압력, 각도 등을 조절할 수 있어 현 단계에서 가장 진화된 에어백으로 불린다.

경향신문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완성차 5개사에서 만들고 있는 52개 차종을 조사한 결과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장착하고 있는 차종은 총 17개였다. 3세대 스마트 에어백 장착 차종이 9개(17%)였고,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이 26개(50%)로 가장 많았다.

업체별로는 현대차(제네시스 브랜드 포함)가 14개 차종 중 아반떼와 i30, 쏘나타, 그랜저, 아이오닉 HEV, 투싼, 싼타페, 맥스크루즈, 제네시스 G80, EQ900 등 10개 차종에서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장착해 71.4%로 가장 높았다. 기아차는 14개 차종 중 K7과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등 4개 차종(28.6%), 한국지엠은 10개 차종 중 임팔라, 볼트(Volt), 카마로 SS 등 3개 차종에서 각각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장착했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은 어드밴스드 에어백 장착 차종이 1개도 없었다. 쌍용차는 7개 차종 중 6개가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이었고, 체어맨 W만 3세대 스마트 에어백을 채택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7개 차종 중 4개가 스마트, 3개가 디파워드 에어백을 장착하고 있다. 미국은 2006년 9월부터 모든 자동차에 어드밴스드 에어백이 들어가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도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은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디파워드 에어백이나 어드밴스드 에어백이나 효율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까지 보호하기 위해 어드밴스드 에어백 장착을 의무화했지만 한국은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돼 있기에 디파워드 에어백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국지엠은 말리부와 크루즈를 국내 출시하면서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장착한 미국과 달리 디파워드 에어백으로 바꿔 에어백 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업체들이 대부분 최고급 모델에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장착한 것을 감안하면 업체들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업체들은 안전벨트만 매면 2세대로도 충분하다고 하지만 4세대 에어백이 더 좋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소비자 안전을 생각하면 잘 쓰지도 않는 편의사양은 줄이고 에어백을 4세대로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어드밴스드 에어백 못지않게 중요한 게 에어백의 개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좌석에 에어백 2개만 있는 차에서 사고 때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 비율이 높았다”면서 “에어백 개수가 많은 게 좀 더 다양한 상황을 보완해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 같으면 4세대 여부보다 에어백 수가 많은 차를 선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4세대 에어백을 적용한 기아차 K7(왼쪽)과 한국지엠의 임팔라.

현대차와 기아차는 한 집안 식구인데도 에어백 스펙 차이가 컸다. 현대차는 에어백 7개 이상 차종이 11개로 전체의 78.6%인 데 비해 기아차는 5개로 35.7%에 머물렀다. 기아차는 에어백 6개가 9개 차종으로 64.3%를 차지했다.

한국지엠은 에어백 8개가 3개 차종, 10개가 2개 차종으로 전체의 50%를 차지했고, 나머지 5개 차종은 에어백이 6개였다. 임팔라와 볼트(Volt)는 어드밴스드 에어백에 개수도 10개로 에어백에 관한 한 최고의 스펙을 갖추고 있었다. 르노삼성은 QM3(4개)만 빼고 에어백이 모두 6개짜리였고, 쌍용차는 에어백 5개 이하가 코란도 스포츠(에어백 2개)와 코란도 투리스모, 렉스턴 W(이상 4개) 등 3개 차종으로 전체의 42.9%를 차지했다.

에어백 사양이나 개수를 종합하면 현대차와 한국지엠이 우수한 반면 쌍용차의 에어백 스펙이 질과 양 모두에서 가장 떨어졌다. 업체들 간 에어백 스펙의 편차가 이렇게 큰 것은 에어백에 관한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제27조 ①항에 ‘자동차의 좌석에는 안전띠를 설치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있지만 에어백 관련 규정은 없다. 제102조 ③항에 ‘앞좌석 승객석에 에어백을 설치한 자동차는 운전석 햇빛가리개의 바깥면에 자동차에어백 경고문구를 표기하여야 한다’는 게 전부다. 에어백 장착 여부부터 개수, 사양이 업체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백 관련 규정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놓은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면서 “자동차에서 승객보호장치의 기본 장비는 안전벨트이고 에어백은 보조장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에어백은 정확하게 쓰면 효과가 있지만 부정확하게 쓰면 오히려 역효과를 줄 수 있는 작동상의 한계가 있다”며 “기술적으로 규칙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에어백이 최근 들어 기본으로 장착되고 있고, 에어백 관련 사고와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규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있고, 소비자 중심으로 움직여주는 기관도 있다”면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돼 있으니 메이커들이 알아서 움직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법규도 없고, 시스템도 없다”면서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규정이라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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