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력산업, 성장 잠재력 20년간 뒷걸음질
[경향신문] ㆍ산업 발전 가능성 4계단 추락…경쟁력, 중국은 날고 한국은 기어
지난 20년간 한국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앞두고 중대한 기로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이 26일 내놓은 ‘수출 빅데이터를 이용한 한국 산업의 경쟁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응집력 지수가 1995년 21위에서 2015년에는 25위로 네 계단 추락했다. 산업응집력 지수는 한 수출상품의 주위에 다른 경쟁력 있는 상품이 얼마나 밀집돼 있는지를 계산한 것으로, 미래의 산업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지표다.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후퇴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18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독일과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 등 선진 산업강국이 산업응집력 선두권에 포진했다. 신흥시장국에서는 중국과 폴란드의 도약이 두드러진 가운데 포르투갈, 터키, 인도가 20위권 안에 진입했다. 보고서는 “중국 등 후발신흥국의 추격으로 산업고도화가 이뤄짐과 동시에 탈공업화로 인해 산업생태계의 입지가 좁아졌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숙련기술 수준이 높은 상품을 얼마나 많이 수출하느냐로 판단하는 산업경쟁력 지수에서도 중국의 활약이 돋보인다. 한국의 산업경쟁력이 그동안 16위에서 13위로 올라서는 등 20위권 안에서 맴도는 사이 중국은 20위에서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독일이 1995년과 2015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기술력이 높은 품목의 집약적 성장에는 성공했으나, 유망성이 높은 상품을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게 이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나타난 셈이다.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풍요로움을 제공하는 생태계가 경쟁력을 보유하게 된다”며 “작지만 글로벌 경쟁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창업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역량을 갖춘 인재를 미래 기업가로 양성하는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신생기업의 도전을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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