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22% 뒤지고도.. '체육관 선거'로 당선된 홍콩 행정수장

이우승 2017. 3.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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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親)중국 인사인 캐리 람(林鄭月娥·59·여) 전 홍콩 정무사장(총리)이 차기 홍콩 행정장관에 당선됐다.

친중파인 현 렁춘잉(梁振英) 장관에 이어 또다시 중국 정부의 지지를 받은 람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홍콩의 정치·경제·사회 등 전반에 걸쳐 중국의 간섭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람 당선인이 중국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고, 우산혁명을 강경 진압한 점 등을 들어 홍콩에서 언론·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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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親)중국 인사인 캐리 람(林鄭月娥·59·여) 전 홍콩 정무사장(총리)이 차기 홍콩 행정장관에 당선됐다. 친중파인 현 렁춘잉(梁振英) 장관에 이어 또다시 중국 정부의 지지를 받은 람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홍콩의 정치·경제·사회 등 전반에 걸쳐 중국의 간섭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람 후보는 26일 홍콩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치러진 행정장관 간접선거에서 1200명(실제투표 1194명)으로 구성된 선거위원회의 과반인 601표를 훨씬 웃도는 777표를 얻어 365표를 획득한 존 창(曾俊華) 전 재정사 사장(재정장관)을 누르고 당선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오는 7월 정식 취임하면 홍콩 역사상 첫 여성 행정장관이 된다.
26일 홍콩 역사상 첫 여성 행정장관에 당선된 캐리 람 전 정무사장(가운데)이 선거가 진행된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승리가 확정된 뒤 지지자들에게 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행정장관 선거에 출마했던 존 창 전 재정사 사장, 캐리 람, 우쿽힝 전 고등법원 판사.
홍콩=AP연합뉴스

람 당선인은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친중파라는 비난을 의식한 듯 “분열된 홍콩을 치유하고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정파의 인사들을 초청해 사회통합을 논의할 것”이라며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수호하고 언론·표현의 자유와 인권, 법치, 깨끗한 정부 등 핵심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홍콩 행정수반의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57년 중국 저장(浙江)성 출신의 가난한 홍콩 노동자 가정에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홍콩대 재학시절 저소득층 지원과 좌파 학생 퇴학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했지만 대학 졸업 후 홍콩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며 성향이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개발국장 당시 영국 통치를 상징하는 건축물인 퀸스피어(皇后碼頭) 철거를 강행했고, 2014년 우산혁명 때는 시위자 1000여명을 체포하고 시위 79일 만에 시위대를 강제해산시키는 등 강경진압을 주도했다. 중국 정부의 지지를 얻은 것도 이 같은 그의 저돌적인 스타일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미 중국 정부가 람 후보의 지지 방침을 정하면서 결과는 예상됐다. SCMP는 람은 베이징 당국이 선호하는 후보로 잘 알려졌고, 존 창 후보는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의 신뢰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22일 선거 전 실시된 최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존 창 후보는 52.8%로 32.1%를 얻은 람 후보를 22%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 결과는 홍콩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선거 직선제 요구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날 1000여명의 시민이 중국의 홍콩 선거 개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도 수백명의 존 창 지지자와 시민이 선거 직선제 요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람 당선인이 중국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고, 우산혁명을 강경 진압한 점 등을 들어 홍콩에서 언론·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람 당선인이 특히 친중국 성향을 강화하면 작년 몽콕(旺角)에서 폭동을 일으킨 강경 친독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홍콩사회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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