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년 만에 모습 드러낸 세월호 선체, 가까이 가보니..

진도|공동취재단·윤승민 기자 2017. 3. 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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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사고 해역 부근에 정박중인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 위로 세월호가 완전히 수면위로 올라 선적돼 선체 전체 모습이 보이고 있다. 진도|정지윤기자

26일 오전 11시20분쯤, 전남 진도군 쉬미항을 출발한 전남도 어업지도선 ‘전남201호’에서 바다 위에 뜬 파란 선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던 선체의 정체는 선체와 2㎞ 가까이에 접근해서야 알 수 있었다.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의 주황색 갑판 위에 올라있던 세월호였다.

세월호는 재킹바지선의 인양과 반잠수식 선박 거치를 거쳐 지난 25일 오후 9시15분쯤 본 모습 전체를 드러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이틀만인 같은달 18일 선체가 바닷속으로 완전히 잠겼으니 2년 11개월하고도 일주일이 더 지나 완벽히 떠오른 것이다.

진도에서 18노트(시속 33.34㎞)로 달리던 어업지도선 전남201호는 세월호를 마주한 채 500m까지 접근한 뒤 속도를 절반으로 낮췄다. 파랗게 칠해졌던 세월호 바닥에는 녹이 슬고 칠이 벗겨져 생긴 붉은 얼룩과 회색 얼룩이 가득했다. 바닥 선미 측에 위치해있던 방향타도 정면이 아니라 우현 측을 향하고 있었다. 침몰 이후 회전을 멈췄을 스크루에도 진흙이 묻어있는 듯 회색 얼룩이 가득했다.

바지선이 들어올렸을 때도 볼 수 없던 좌현의 모습도 일부 볼 수 있었다. 해저면에 오랫동안 박혀있어서인지 우현보다 검은 얼룩이 더 많이 묻어 있었다. 세월호가 실린 화이트마린 갑판 위에는 주황색 구명조끼와 흰 안전모를 입은 선원들의 움직임이 주황색 점으로 보였다.

세월호가 정확히 우현을 하늘로 향한 채 90도 누워있었기 때문에 3년 가까이 볼 수 없던 갑판의 모습도 보였다. 갑판을 보니 우현에 비해 크게 훼손된 좌현의 모습이 보였다. 좌현 선수에는 큰 금이 두 줄 그어져 있었다. 칼날을 좌현 선수부터 들이밀어 중심부까지 집어넣은 듯 10m쯤 돼 보이는 금이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선수들기를 처음 시도하다 중단했을 때 생긴 금인 것 같다”고 말했다.

26일 사고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바지선으로 반잠수선에 선적이 완료된 세월호가 선체 전체의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좌현 선수 부분이 갈라져 있다. 진도|사진공동취재단

갑판에도 바닥처럼 녹이 슨듯 붉은 얼룩이 보였다. 객실 위에 튀어나와있던 굴뚝이 있던 자리에는 잘린 듯 흔적만이 남았다. 우현 갑판은 녹이 슨 흔적이 있을뿐 형태는 남아있던 반면, 좌현측 갑판은 해저면으로 내려갈 때 충격을 받은 듯 객실 방향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다.

어업지도선에 구비돼 있던 쌍안경으로 살펴보니 좌현 쪽에는 갑판을 둘러싼 흰색 철제 울타리가 잘려있거나 찌그러져 말려 있었다. 승객들이 객실에서 나와 바닷바람을 맞기 위해 기댔을지도 모르는 울타리였다.

시선을 선미로 돌리니 우현과 달리 좌현에는 램프(차량 및 화물 진입로)가 없었다. 지난 24일에 선체 인양과 반잠수식 선박 거치를 위해 필요하다며 절단됐기 때문이다. 램프가 잘려 생긴 구멍에 무언가가 삐져나온 것이 보였다. 쌍안경으로 보니 해치백 승용차 1대와 캐터필러로 돌아가는 소형 굴삭기 1대의 뒷모습이었다. 램프가 잘려나가며 램프를 통해 들어갔을 차량 칸에서 두 대의 차가 밖으로 나온 것처럼 보였다.

해수부는 미수습자들은 화물칸이 아니라 객실에 있었기 때문에 이들과 사망자들의 유품 등은 유실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화물이 있을 D데크가 아닌 A데크, B데크의 창문들에 주로 창문보다 조금 큰 유실방지망을 설치해놓았다. 가장 많은 창문이 있을 세월호 선체 옆면은 해상에서 볼 수 없었다. 다만 갑판 조타실 등 창문에 유실방지망이 설치된 게 보였다. 대부분의 창문이 유실방지망으로 막혀있었지만, 설치가 안됐는지 설치 후 떨어졌는지 유실방지망이 없는 창문 하나도 눈에 들어왔다.

세월호는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에 실린채 선체 내의 바닷물과 기름을 빼고 목포신항으로 이동할 준비를 마친다. 이날 바닷물 등이 선체 밖으로 흐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인양 작업 도중 적지 않은 기름이 흘렀는지 중국과 해양경찰에서 나온 방제선 3척이 흰 물결을 세차게 뿜어내며 방제작업을 벌였다. 어업지도선 선원들은 “바다에 기름이 쫙 깔려 있네”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

26일 사고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바지선으로 반잠수선에 선적이 완료된 세월호가 선체 전체의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좌현 선미 램프(아랫쪽)가 절단되면서 승용차와 굴삭기가 걸려 있다. 진도|사진공동취재단
26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바지선으로 인근에 위치한 반잠수선으로 옮겨진 후 선체 전부를 드러낸 세월호가 출입문, 창문, 구멍 등으로 해수와 잔존유를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선미 부분에 승용차와 굴삭기가 걸려 있다. 진도|사진공동취재단

<진도|공동취재단·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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