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맞짱 뜬 이승만의 '뚝심'

최민우 2017. 3. 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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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웅 교수 '이승만 리더십' 재평가
'친미' 이미지와 달리 주체성 강조
후반기 비선 실세 휘둘려 위기 자초
이승만 공과 균형있게 조명해야
1948년 7월 24일 중앙청 광장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가진 이승만 대통령. [사진 기파랑]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새롭게 주목받은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이승만(1875년~1965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이 전 대통령이 1925년 상해 임시정부 당시, 대통령으로 처음 탄핵을 당했다는 사실이 새삼 환기됐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국정교과서의 주요 쟁점인 건국절 논란이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의 한복판에 인물 이승만이 끊임없이 소환되는 형국이다.

반면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정치적·역사적 관점이 아닌 행정학 관점에서 이승만 정부를 평가하려 한다"며 『이승만 정부 그리고 공유정부로 가는 길』이란 책을 냈다. 출간에 맞춰 22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이승만 리더십의 의미와 교훈'이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는 "대한민국 공공 공간에서 이승만 동상을 찾아볼 수 없다. 독재라는 오명 때문에 초대 대통령이 이토록 천대받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며 "진영논리를 벗어나 이승만 정부의 공과를 균형감 있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1948년 7월24일 중앙청 광장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가진 이승만 대통령. [사진 기파랑]
이승만 리더십의 특징으로 김 교수는 우선 탁월한 국제감각을 바탕으로 한 외교력을 꼽았다. "이승만만큼 미국에 대놓고 큰소리친 지도자는 없었다"고 자신했다. 그간 친미(親美)의 상징으로만 간주해 온 기존 사고와 거리를 두었다. 자주성의 대표적 사례로 1953년 반공포로석방을 지적했다. 이는 토론자로 나선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박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떤 동맹국 지도자도 감히 하지 못했던,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 유지를 이승만 대통령은 실행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교육입국 정책은 이승만 리더십의 정수로 꼽힌다. 이승만 정부 전후 문맹 퇴치율은 22%에서 98%로 높아진다. 여전히 유교적 관습에 젖어있던 사회 분위기에서 탈피하고자 기술교육에 집중하고 미국 유학을 장려하기도 했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민주주의·시장주의·관료주의라는 근대 국가의 기본틀을 이승만 정부가 닦았다"고 강조했다.

민주 지도자라는 측면에도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태균 교수는 "미국은 본래 이승만 정권에 대해 냉소적이었다. 하지만 초대 내각에 반대파로 분류되던 조봉암(농림부장관)과 이순탁(기획처장) 등을 발탁하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주의 반발 등 사회적 갈등 요소가 컸던 농지개혁 정책을 완수했다는 점 등은 조정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최근 정부에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반기로 가면서 이승만 정부는 휘청거린다. 특히 사사오입개헌은 민주주의를 후퇴시켰고, '대한관찰부'와 같은 법외 기구도 득세한다. 원인으로 김광웅 교수는 이기붕 등 2인자 정치의 실패를 지적했다. 특히 "1950년대 중반 이후엔 프란체스카 여사가 실질적 인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승만 정부도 친인척과 비선 실세에 휘둘렸다"고 전했다. 임동욱 교수는 "정부수립 초창기의 평정심을 잃고 권력에 도취한 후반기 국정운영이 결국 이승만 리더십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졌다. 그 후유증이 현재의 정통성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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