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전 장관 보좌진의 은밀한 제안, 그들이 미담을 만드는 방식

이하늬 기자 입력 2017. 3. 26. 13:56 수정 2017. 3. 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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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26일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그런데 이 전 장관이 팽목항을 찾기 직전 이 전 장관의 보좌진은 기자에게 '은밀한 제안'을 해왔던 참이었다.

요청 받은 대로 미디어오늘 기자가 "미수습자들 사진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신다고 들었는데 한번 보여주실 수 있느냐"라고 묻자 이 전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호주머니에서 미수습자 9명의 사진과 이름이 적힌 종이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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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좌진, 기자에게 와 “사진첩 보여달라 하라”…중요한 건 이미지보다 태도다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26일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인 이 전 장관은 기자들 앞에서 “3년 동안 간절하게 기다려왔다. 그리고 그리워했다”며 “이제는 가족의 따뜻한 품으로 꼭 안기시길 기원드린다”고 간단하게 말했다. 이어 바다를 바라보며 “오늘은 바람이 좀 분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들이 “책임을 통감하신다고 했는데?”라고 묻자 “그때나 지금이나 (책임을 통감한다)”고 답했으나 “어떤 종류의 책임”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어 “3년 동안 지지부진 하다가 금방 올라왔다. 인양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냐”라는 질문에도 “오늘 그런 이야기 하려고 온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주영 전 장관의 발언은 진심일테다. 언론의 입장에선 심심하기 짝이 없는 그림이었지만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런데 이 전 장관이 팽목항을 찾기 직전 이 전 장관의 보좌진은 기자에게 ‘은밀한 제안’을 해왔던 참이었다. 보좌진은 “장관님이 미수습자들 사진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며 “조금 이따 살짝 보여달라고 하라”고 부탁했다.

이 전 장관이 원하는 그림이 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지나갔다. 그리고 이 전 장관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이 전 장관이 “미담으로 보도되길 바라지 않는다”며 손사래 치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전 해양수산부 장관인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26일 팽목항을 방문해 미수습자 9명의 사진을 꺼내보이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요청 받은 대로 미디어오늘 기자가 “미수습자들 사진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신다고 들었는데 한번 보여주실 수 있느냐”라고 묻자 이 전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호주머니에서 미수습자 9명의 사진과 이름이 적힌 종이를 꺼냈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이 장관은 이전까지 소극적인 대답과 달리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미수습자 가족분들이 (미수습자가) 돌아올 때까지 간직해달라, 이런 당부를 하시면서 제게 맡겼던 것”이라며 “돌아오시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 아홉 분이 꼭 돌아오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역시나 해당 장면은 가장 먼저 기사화됐다. 다음은 기사 제목이다. “미수습자 사진첩 보는 이주영”, “미수습자 사진첩 보며 이름 부르는 이주영 의원”, “주머니서 미수습자 사진첩 꺼내는 이주영”, “이주영 전 장관, 팽목항서 사진첩 보며 미수습자 이름 불러”

결국 이 전 장관은 ‘가짜 미담’을, 언론은 ‘그림’을 얻었다. 이런 그림들이 쌓이면 이미지가 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이 전 장관의 덤수룩한 수염 정치 역시 그림이고 이미지다. 이런 그림이 때로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 전 장관이 그간 세월호에 대해 취해 온 입장이다. 

관련해 중요한 장면이 있다. 세월호를 인양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높았던 2015년 1월, 이 전 장관은 세월호 인양에 대해 “결국 세금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인양을 할 수 있지 않은가”라며 부정적인 뉘앙스로 답해 논란이 됐다. 정말 기억돼야 할 것은 ‘호주머니 속 사진첩’ 이 아니라 이런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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