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차량용 블랙박스, 도로 위 목격자? 감시자?

김현주 2017. 3. 2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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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블랙박스(black box)’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실제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동차 인구의 증가와 함께 교통사고가 빈번해지면서 개인간 책임 범위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많아진 게 주 원인이지만, 타인에 대한 불신과 사회적 불안이 커진 것도 블랙박스의 보급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블랙박스는 또 하나의 CCTV(폐쇄회로텔레비전)가 되어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감시하는 역할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블랙박스의 악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함에도 블랙박스 보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차량용 블랙박스에 대한 운전자들의 인식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뺑소니 사건 블랙박스 영상. 세계일보 자료사진

최근 차량용 블랙박스는 '도로 위 목격자'인 동시에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다.

운전자 93.2%가 차량용 블랙박스 설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 4년동안 블랙박스를 설치한 운전자들이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86.5%는 블랙박스가 없으면 왠지 억울한 일 겪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월 평균 1회 이상 직접 운전하는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차량용 블랙박스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다수의 운전자들이 블랙박스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으며, 실제 블랙박스 장착률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운전자의 93.2%가 차량용 블랙박스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었다. 차량용 블랙박스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운전자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으며,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차량용 블랙박스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을 찾을 수 없었다.

◆블랙박스, 교통사고 발생 시 증거자료로 활용…잘잘못 가리기 쉬워 '好好'

차량용 블랙박스가 필요한 이유로는 교통사고 발생 시 가해자가 잘못을 부인할 경우 증거자료가 될 수 있고(76.8%·중복응답), 피해자가 누구인지가 애매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잘잘못을 가리기 쉽다(76.1%)는 점을 주로 많이 꼽았다.

대체로 교통사고 발생시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블랙박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있으면, 사고를 당했을 경우 상대방이 잘못을 스스로 시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48.3%)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교통관련 문제 외에도 다양한 범죄 및 불법행위 등을 단속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47.6%)는 의견도 많아, 차량용 블랙박스를 CCTV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운전자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86.5% "블랙박스 없으면 왠지 억울한 일 겪을 것 같아"

블랙박스 관련 전반적인 인식평가 결과 전체 응답자의 86.5%는 블랙박스가 없으면 왠지 억울한 일을 겪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20~30대가 이런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젊은 운전자들이 블랙박스를 많이 설치할 것이라는 예상도 해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블랙박스가 교통범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고(94.6%), 교통사고뿐 아니라 다양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94.7%)는 부분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 나아가 운전자의 66.1%는 블랙박스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연령이 낮을수록 블랙박스의 의무적인 장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강했다.

10명 중 4명(41.9%)은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아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블랙박스의 의무 설치 의견이 많은 젊은 층에서 이런 태도가 두드러졌다. 다만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는 것을 운전자의 과실로 바라보는 시각(23%)은 적은 편이었다.

◆10명 중 9명 "블랙박스 설치, 보험금 할인 당연해"

블랙박스를 설치할 경우 보험금을 할인해주는 정책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91.2%)이 블랙박스 설치자에게 보험금 할인혜택을 주는 것을 정당하다고 바라본 것으로, 과거에 비해 이런 시각은 더욱 뚜렷해졌다. 그만큼 블랙박스가 교통사고의 예방 및 사후처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블랙박스에 대한 우려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전체 57.1%가 블랙박스는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으며, 블랙박스 보급이 늘어날수록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의견도 10명 중 6명(59%)에 이른 것이다.

중장년층이 블랙박스가 악용될 소지가 있고,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상대적으로 많이 내비쳤다. 전체 응답자의 79.3%는 블랙박스 동영상을 무분별하게 유포하는 것은 금해야 한다는데도 공감했다. 그밖에 10명 중 4명(41.7%)은 블랙박스가 우리 사회의 불신 수준을 나타내주는 바로미터(척도)라고 바라봤으며, 요즘 블랙박스가 무섭게 느껴진다는 운전자(20.8%)도 적지 않았다.

◆블랙박스의 가장 중요한 요소 '녹화품질', '안전성', '견고성' 순(順)

블랙박스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계속 전원을 켠 상태로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블랙박스 보유자의 76.8%가 항상 켜고 다닌다고 응답한 것이다. 반면 전원을 켜기 귀찮거나, 에러 등의 이유로 블랙박스를 켜지 않은 상태에서 다니는 운전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차량용 블랙박스 사용자들이 생각하는 블랙박스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녹화품질(57%·중복응답)이었다. 또한 녹화의 안전성과 견고성(40.5%)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전자들도 많았으며, 배터리 방전 차단 장치(28.9%)와 부가 기능(23.2%), SD카드의 용량(21.9%), 사용자의 조작 편리성(18.3%), A/S 편의성(15.5%)도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분들이었다. 그에 비해 블랙박스 제조사/브랜드(10.8%)나 가격(10.6%) 중요도는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블랙박스 보유자 절반, 직접 구매해 정착

현재 사용중인 블랙박스는 직접 구매해서 장착한(52.6%·중복응답) 운전자가 가장 많았다. 상대적으로 남성과 30대 운전자들이 직접 시중 제품을 구입해 장착한 경우가 많았다. 그밖에 선물 및 이벤트 당첨으로 블랙박스가 생겼거나(21.1%), 다른 가족이 구입하여 설치한 경우(20.8%)가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으며, 구매한 차량에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있었다(9.8%)는 운전자는 다소 적은 편이었다.

차량용 블랙박스를 직접 구입한 운전자들은 대체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때(78.7%·중복응답) 블랙박스를 구입할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차량용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보험료가 할인이 되고(42.9%), 새 차 구입으로 인해 차량의 도난과 파손을 방지할 필요성이 느껴져서(42.7%) 블랙박스의 구입을 결심한 운전자들도 상당수였다. 그밖에 사고를 겪거나, 겪을 뻔한 후 필요성을 느꼈거나(36.9%), 주변 사람들이 사고 후에 블랙박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을 계기(31.7%)로 설치를 결심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블랙박스 비보유자 85% "블랙박스 설치의향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를 보유하지 않은 운전자(207명)들은 주로 가격이 비쌀 것 같고(44.4%·중복응답), 지금 보유하고 있는 차량에는 꼭 필요하지 않다(42%)는 이유로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조만간 신차 구입계획이 있고(36.7%), 블랙박스 제품에 대해 잘 몰라서(30.4%) 설치하지 못한 경우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CCTV에 찍힌 뺑소니 사고차량.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아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29.5%), 자신에게는 블랙박스가 필요한 일이 별로 생기지 않을 것 같다(27.1%)는 약간의 과신 속에서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는 운전자들도 적지 않은 편이었다.

현재 블랙박스를 보유하지 않은 운전자들의 향후 설치 의향은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블랙박스 비보유자의 85%가 향후 블랙박스를 구입할 의향을 나타낸 것으로, 구입하려는 이유는 앞서 블랙박스 보유자가 장착을 결심한 계기와 비슷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90.9%·중복응답)이 가장 컸으며, 새 차 구입 시 차량 도난이나 파손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것 같고(61.4%), 사고를 겪거나 겪을 뻔한 후 필요성을 느낀(54.5%) 경우도 많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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