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주 '친文' 지역위, ARS인증·선거인단 개인정보 수집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 선거인단 참여자들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ARS 인증번호를 수집한 정황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당의 공식 조직인 지역위원회가 특정 후보를 선전하고, 일부 지역에선 '온라인 피싱 사기'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선거인단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울 금천구에 거주하는 더민주 당원 A씨는 “지역구 의원인 이훈 의원 사무실 등의 이름으로 경선 참여 후 인증번호를 알려달라는 문자가 세 번이나 왔다”며 당에 해명을 요구했다. A씨가 공개한 문자 메시지는 선거인단을 신청한 뒤 인증번호를 지역위원회에 알려달라는 내용이다. 발신지는 민주당 금천구지역위원회를 겸한 이훈 의원 사무실 전화번호였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선거 캠프에서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 금천구 지역위 관계자는 “확인해 보겠다”고만 했다.
━ ’의사’ 지역위원장이 제약회사 직원에 "인증번호 가져와라" '갑질' 민간의 직능단체를 통한 인증번호 수집 사례들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 C씨는 “고교 동창인 다른 학교 교수로부터 민주당 선거인단에 참여해 인증번호를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직업상 특정 정당 경선에 참여하기가 껄끄러워서 거절했더니 동창회 차원에서 하는 일이라며 거듭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전 대표가 나온 경남고등학교 출신이다.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선거인단 등록대장'을 만들었다. 현장 투표 대상자인 권리당원을 제외하고 일반 당원과 국민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ARS인증번호를 기록하도록 돼있다. 연합회가 리스트를 만든 이유와 누구에게 전달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광주에서는 병원을 운영하는 한 민주당 지역위원장이 제약회사 영업 담당자들에게 인증번호를 모아 오라고 요구했다는 제보가 나왔다. 제보자는 “약을 납품해야 하는 제약회사 직원 입장에선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일종의 ‘갑질’”이라고 말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한 당원은 “역사 관련 학회에 있는 지인이 경선참여 인증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원 C씨는 “지인이 ‘문재인 팬클럽’이라면서 ARS 인증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저까지 하면 97명째라는 말도 했다. 평소에 연락을 잘 안 하던 사람이어서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인증번호 수집에 나선 이들은 유독 문재인 캠프와 관련이 깊다. 문 전 대표 측은 “캠프와 관련 없는 개별적 행동”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일탈로 치기에는 전국적이고 체계적이다.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당의 지역위원회가 특정 후보 편을 들고 있다는 점은 공정성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다른 예비후보들 측에서도 이를 당 조직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한 예비후보의 캠프 관계자는 “실적 확인용일 경우 당의 공식 조직을 동원해 특정 후보가 유리하도록 선거인단을 동원했다는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며 “이는 선거의 중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문제여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 측 관계자는 "경선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당의 공식 조직이 사실상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 '흥행 찬물' 고민하는 당 지도부…”공정성 의심 후폭풍 클 것” 온라인에선 인증번호를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나온다. 당원들 사이에는 수집한 인증번호와 개인정보를 이용해 ‘대리투표’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인증번호는 경선 선거인단 접수 과정에서 본인 확인을 위한 것일 뿐, 투표를 하려면 인증을 거친 선거인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추측은 선거인단 모집 실적을 인증하기 위한 용도란 분석이다. 할당 받은 선거인단 모집 실적 보고를 위한 것이란 추측이다. 이 경우 선거인단 모집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실적을 취합하는 수직 체계를 갖춘 조직이 존재한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에는 이에 대한 당원들의 문제제기가 빗발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당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공정성 시비가 자칫 경선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적폐 청산'이란 시대적 요구를 역행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물증과 정황이 나온 이상 진상규명 요구를 외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D의원은 “이 문제를 정리하고 가지 않으면 경선 공정성 시비가 대선 때까지 계속 갈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 이걸 공론화하는 것도 후폭풍이 커서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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