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중지추' 이승우 오른발-이진현 왼발 빛났다

한준 기자 입력 2017. 3. 2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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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안의 송곳처럼 주목을 끄는 선수들이 있었다. 큰 그림을 보려해도 시선을 잡은 두 명이 있었다. 온두라스와 경기에서 이승우(19, FC바르셀로나 후베닐A)의 오른발과 이진현(20, 성균관대)의 왼발은 U-20 대표팀에서 가장 돋보이는 무기였다.

이승우의 특별함은 숨길 수 없었다. 전반 14분 수비수 정태욱의 큰 키를 활용한 영리한 크로스 패스로 선제 득점을 도운 것을 시작으로 시종일관 위협적이었다. U-20 대표팀의 공격을 이승우를 거치면 빠르고 예리해졌다.

이승우는 그 동안 연령별 대표 경기를 뛰며 상대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수비하고, 빠른 돌파로 상대 수비를 습격하는 전매특허 플레이를 이날도 유감 없이 보여줬다. 수비 견제를 피해 볼을 빼내고, 월패스로 주고 받으며 위험 지역으로 진입해 슈팅을 연결하는 기교도 여전했다.

#강해진 피지컬, 성숙해진 이승우, 숨길수 없는 재능

이승우는 멀리서 보기도 몸이 좋아졌다. 어깨가 넓어졌고, 상체도 탄탄해졌다. 경기를 마친 뒤 "그 전에도 피지컬적으로 어려웠던 적은 없다. 내 피지컬이 다른 선수보다 좋지 않으니 개인적으로 트레이너와 매일 같이 피지컬 운동을 하고 있다"며 몸 싸움에도 충분히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승우는 상대와 힘겨루기 과정을 능숙하게 이겨내는 기교와 어느 정도의 완력을 보여줬다.

이승우는 온두라스가 3-2로 쫓아오던 후반 17분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간결한 볼 터치로 수비를 피해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포스트를 때려 득점하지 못했다. 이어 후반 25분에는 이진현의 프리킥 슈팅을 온두라스 골키퍼가 막아내고 나온 것을 침착하게 재차 슈팅으로 득점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산됐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승우는 "보니까 오프사이드 아니던데?"라며 환하게 웃었다. 경기가 3-2로 마무리되면서 결국 득점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이승우는 "득점이든 도움이든 팀에 도움이 되는 게 중요하다. 못 보여준 세리머니는 천안에서 보여주겠다"며 상관없다는 모습을 보였다.

이승우는 이날 볼을 소유할 때마다 번뜩이는 모습을 보였다. 솔로 플레이 뿐 아니라 동료들과 삼자 패스를 주고 받으며 전진하는 플레이가 자주 나왔다. 빌드업 과정의 변속 기어 역할을 하며 융화된 모습이었다.

신태용 감독도 "보시다시피 개인기량이 출중하다"고 평가했다. 신 감독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부상이다. 부상 당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본선 전까지 최고의 몸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상시에도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 자기 컨디션 조절만 잘하면 팀에 상당히 보탬이 될 것이다." 이승우는 신태용호의 핵심 공격수로 이미 자리를 굳혔다.

#신태용의 선택 받은 이진현의 왼발

축구는 단체 운동이다. 개인이 차이를 만들지만, 혼자 힘으로 결과를 낼 수는 없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배치된 이승우를 안정적으로 지원한 미드필더 이진현의 왼발도 인상적이었다.

이진현은 전반 45분 김승우의 헤더 득점으로 이어진 코너킥을 배달했고, 후반 4분에도 백승호의 헤더 득점으로 이어진 프리킥 크로스로 두 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두 차례 도움 장면 외에도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날카로운 스루 패스를 배급했다.

2년 만에 연령별 대표팀에 소집된 이진현은 중원 지역의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런 자리에서 선수 개개인에 대해 디테일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른 선수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면서도 "이진현이 생각 이상으로 상당히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이진현 선수는 내가 통영에서 고려대와 성균관대의 경기를 보면서 저 선수는 내가 꼭 하번 봐야겠다는 느낌을 받은 선수다. 성균관대에서는 왼쪽 윙어를 봤는데, 나는 윙 보다 미드필더가 낫겠다고 생각했다. 파주에서 연습 경기를 할때와 오늘 미드필더로 썼는데 잘해줬다. 후한 점수를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이진현 역시 취재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진현은 "오랜만에 왔지만 다 알던 친구들이라 적응에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이날 활약으로 "오늘 왼발 감이 좋았다. 자신감이 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진현은 "고교 시절에는 미드필더를 주로 봐서 문제 없었다. 소속팀에서 왼쪽 윙을 보는 데 U-20 대표팀에서 그 자리에도 서 보고 싶고, 골과 도움을 더 하고 싶다"며 당찬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이진현은 이승우와 특히 좋았던 호흡에 대해 "워낙 기량이 좋은 선수라서 내가 맞춰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두 선수는 운동장 안에서 교감할 시간이 없었지만 빠르게 융화된 모습이었다. 이진현은 U-20 대표팀의 플레이 유기성이 빠르게 좋아진 것에 대해 "처음 왔는데도 감독님이 편하게 즐겁게 하라고 좋게 얘기해주셨다. 다 같이 즐기면서 하고 있다"며 팀내 좋은 분위기가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진현은 후반 종료 직전 얻은 프리킥 슈팅 기회를 허공으로 날린 것에 대해 "땅을 찼다"며 아쉬워 했다. 멀어져 보였던 U-20 월드컵이 가까워진 이진현은 인터뷰 내내 밝았다. 이진현은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뛰면서 자신감도 있고 몸도 좋다. 선수로 나를 발전하게 해주신 설기현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도 남겼다.

U-20 대표팀은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잠비아와 2차전, 3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에콰도르와 3차전 경기로 `아디다스컵 U-20 4개국 국제축구대회` 일정을 마감한다 한국 경기는 모두 저녁 7시에 열리고, KBS N스포츠에서 생중계한다. 대회를 마친 뒤 U-20 대표팀은 4월 10일 본선 대비 소집 훈련을 시작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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