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정치]정당 지지도 1위는 민주당, 2위는 '무당층'
갤럽 조사의 설문을 보면 ‘귀하는 이 중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라고 물어 ‘없음’ ‘모름’일 경우 ‘그럼, 어느 정당에 조금이라도 더 호감이 가십니까’라고 재질문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음’ ‘모름’이라고 고집한 이들이 무당층이다. 어떨 때는 무당층 비율이 1위 정당 지지율보다 더 높아, 정치권에서는 정당 이름을 ‘무당층 정당’이라고 만들면 1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농담까지 돌았다.
무당층은 국회 탄핵소추안이 논란이 되던 지난해 11월과 12월에 30%대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20%대 후반에서 점차 20%대 전반으로 내려왔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판결을 내리고, 5월 9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면서 정치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사라지자 무당층이 점점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다 탄핵 초반 어느 정당을 지지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가, 탄핵국면이 정리되면서 서서히 특정 정당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3월 4주 조사에서 무당층은 대구·경북(TK)에서 가장 많았다. 30%에 이른다. 원래는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응답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지지할 정당을 못 찾은 것으로 보인다. 탄핵에 책임이 있는 정당을 선택하기도 그렇고, 같은 당 대통령을 탄핵하고 탈당한 의원들의 정당을 선택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해서 야당을 선택하기도 그런 응답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부산·경남·울산(PK)에서도 무당층은 29%였다.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에서도 30%의 무당층이 나타났다. TK·PK의 무당층과 비슷한 성향의 응답자인 것이다. 특이한 것은 성별이다. 남성(19%)보다 여성(27%)이 더 많았다.
무당층은 대선후보 지지에서도 ‘무후보층’을 자처했을까. 동일한 갤럽 조사에서 ‘지지하는 대선후보가 없거나 유보’라고 답한 이는 19%였다. 무당층 23%와 비교하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19% 중 ‘지지 후보가 없다’고 대답한 이는 13%였고, ‘모름’ ‘거절’은 6%였다. 지지 정당이 없다고 한 233명(23%)의 응답자 중 끝까지 지지 후보가 없다고 한 응답자는 50%에 이르렀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안희정 후보 20%, 문재인 후보 10% 순으로 지지했다. 다른 후보들은 5% 이하였다. 그나마 무당층의 마음을 끌고 있는 후보가 안 후보라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무당층의 위력이 대단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문재인 대세론’ 때문인지 예전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팽팽한 접전이 이뤄질 경우 이들은 선거에 나서지만, 그렇지 않다면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당층은 명색이 정당지지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들이 어떤 정당의 후보를 선택할지 각 정당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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